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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eo Sep 05. 2024

우선순위 테스트

유튜브냐 책이냐?

탑승시간 전까지 비즈니스 라운지에 앉아 요기를 하면서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시청한다. 정치, 스포츠, 고양이, 드라마짤 등 알고리즘이 띄워주는대로 관심사를 옮겨가며 두루두루 세상을 둘러보다 보니 2시간이 훅 지나가버렸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과 다음에 읽을 책, 다시 읽을 책 등으로 기내용 가방이 묵직한데 보아하니 이러다간 또 다시 거의 다 그대로 가지고 돌아올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거의 틀림없이 저녁에 호텔에 투숙하면 또 유투브를 틀 것이고 그렇게 여기저기 둘러보다 잠이 들 것이다. 이번 출장을 통해 나의 우선순위가 어디 있으며 얼마나 그것에 따라 내가 움직이는지 확인해보고싶다.


마드리드까지 날아가는 14시간 동안 기내식도 먹고, 영화도 보고, 잠도 자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지리의 힘, 변종의 늑대, 진격의 늑대, 생명이 자본이다, 사민필지 1권은 독파할 수도 있으리라. 공부도 못하면서 가방만 무겁게 싸고 다니던 학창시절의 습관을 아직도 다 못버리고 욕심껏 담아온 책들을 다시 그대로 들고 들어온다면 나는 분명 그저 소일거리로 남들이 생산한 시간죽이기용 영상에 중독된 소비자로 살다가 죽을 것이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시험 보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나를 한 번 시험해보고 싶다. 정말로 내가 나 홀로 있는 시간얼마나 창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건지 나도 진짜 한번 확인해보고싶다.


유튜브가 대세인 세상에서 유튜브를 즐기는 소비자의 한 사람인 나에게 심각한 과제를 던지고 이제 탑승구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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