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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eo Sep 08. 2024

아토차 역에서

Leaving Madrid from Atocha Station

마드리드의 솔광장엔 스페인의 중심점을 나타내는 0점 표지석

지리적으로도 스페인의 정중앙에 위치하는 수도 마드리드엔 중앙정부가 있다. 무늬만 왕일뿐 실권이 없는 왕이 남아있는 입헌군주제 국가인 스페인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고자 하는 원심력이 강력한 까딸루냐의 주도 바르셀로나로 가는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간만에 아토차(Atocha)역을 찾았다. 20년이나 지났지만 참혹한 테러의 기억이 생생한 현장이라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번거로움도 얼마든지 용납된다. 

평화로운 아토차역의 대합실 모습, 내 가방엔 언제나 태극기가

2004년 3월 11일 목요일 아침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던 아토차역이 모로코의 이슬람 무당단체가 벌인 폭탄테러로 2,000여명이 희생되는 대참사가 발생하였다. 스페인이 미국의 편에서 이라크전에 참전한 대가를 무고한 시민들이 치른 것이다.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테러를 일으킨 범인들은 법정 최고형인 43,000년 징역형을 받아 수감되어 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전광판에 바르셀나행 플랫폼이 뜨기를 기다리며 이 평화로운 일상의 공간도 누군가 악심을 품고 작정하며 한 순간에 지옥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 내가 생존하고 있는 21세기의 세상이라는 사실을 상기해보았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갖고 살거나 하진 않지만, 항존하는 악에 대해 항상 당하는 선의 무력함에 대한 울분이 늘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악한 자들의 카르텔이 득세하고 저항하는 시민들이 무시되는 나라에서 살다보니 더욱 

기차는 이베리아의 중심에서 지중해를 향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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