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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eo Sep 09. 2024

자연스러운 바람

How to be natural like nature

성가족(Sagrada Familia) 성당은 가우디가 30세이던 1882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아직도 진행중이라 도대체 내 생전에 그 완공된 모습을 볼 수나 있을까 했는데 그가 떠난지 100주기가 되는 2026년까지 완공하겠다는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첨탑과 함께 나란히 솟아 있는 타워크레인들이 거슬려서 외관 사진 찍는 것도 싫어했던 내게 좋은 소식이다

가우디가 설계한 성가족성당 서면 앞의 학교 모습 ©EuroKor Travel

오늘은 성가족 성당 서쪽면 앞에 있는 작은 학교가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1909년에 가우디의 설계에 따라 세워진 이 학교건물 역시 지붕부터 벽면까지 직선으로부터 자유롭다. 바람과 물결처럼 출렁이는 지붕과 곡선이 더 자연스러운 벽까지 가우디스럽다. 교실 입구에 있는 학교모형도에 작은 글씨로 가우디가 한 말이 새겨져 있다. “항상 펼쳐져 있고 우리가 읽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위대한 책은 바로 자연이다.”

까사밀라, 까사바뜨요, 구엘공원, 성가족성당 등 가우디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건축으로 실현해낸 걸작들이다. 몬세랏의 봉우리들은 과연 성가족 성당의 원판답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흐르고 깎이고 쌓여진 모습 그대로이다. 자연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글이든 말이든 길어지는 것이 힘들다. 내공이 부족하거나 인내가 달려서 옥동자를 낳을만큼 산고를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가장 편하고 쉬운 자연스러움이 힘들고 어려운 나는 도대체 얼마다 부자연스러운 인간인 것일까? 몬세랏 위에서 멍때리며 몇 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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