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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eo Sep 16. 2024

빛 하늘 나라 바다

Family Trip to the East Coast

나의 모든 것이 푸르던 때에 미리 내 아이들의 이름을 미리 지어놓았었다. 세대주 서태원 아래 배우자의 자리는 비워둔채 서빛, 서하늘, 서나라, 서바다 이렇게 4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기록한 가상의 주민등록등본을 만들어두었던 것이다. 여자친구가 바뀔 때마다 2번째 줄은 권OO, 김OO, 백OO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어도 아이들의 이름은 그대로였다. 창세기에 의하면 창조주가 만물을 지으실 때 빛, 하늘, 땅, 바다... 순서대로 만드셨다 했으니 나의 미래의 아이들도 그 순서대로 이름을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세째 아이의 경우엔 땅이 영어로 land이므로 나라라고 부르는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서나라로 하기로 했다.


나의 마지막 여자친구인 강OO이 나의 첫번째 부인이 되었고, 그녀를 통해 빛과 하늘이 태어났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라와 바다까지 낳았어야 했지만 셋째와 넷째는 입양하기로 했고 결국엔 사람이 아닌 고양이 둘(서콩순, 세세븐)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우리 가족은 곧잘 여행을 함께 다녔다. 오늘은 모처럼 아내와 딸을 동반한 당일치기 여행을 동해안으로 다녀왔다. 군에 있는 아들이 돌아오면 완전체가 모여 다시 가족여행을 떠날 것이다. 새벽에 출발하여 다시 돌아올 때까지 장장 18시간 동안 많이 웃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함께 했다.


오늘은 일출 보기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 하늘이 흐리고 비까지 내렸지만 기어이 빛은 어둠을 가르고 하늘과 땅과 바다를 환하게 비추었다. 창조주가 지은 세상에서 빛을 품고 하늘과 땅 사이의 최고의 걸작품인 사람으로 살며 내게 주어진 소명을 다 하다가 떠나고 싶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좋은 것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며 행복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돌아와 사진 몇 장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빛 그리고 하늘, 땅, 바다가 너무나 아름다웠던 2024년 가을의 어느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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