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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우 Jan 26. 2024

쾌락 인플레이션이 행복을 망친다.

삶의 중독과 도파민에 대하여, <책 : 도파민 네이션 , 에나 렘키>




● 나도 혹시 중독인가?


최근. 하루에 남는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애나 렘키 박사의 책 '도파민 네이션' 과 강의를 듣고 난 직후이다. 나의 여가시간을 계산해보고, 여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계산해 보았다. 수면 8시간 이외에 식사 시간, 화장실 이용, 근무시간 등, 넉넉히 잡아 계산해 보니 총 19 시간이 나왔다.


 여가 시간은 5시간인데, 운동 하는데 2시간 정도를 사용한다. 이외에 3시간 정도가 나에게 남는 순수 여가 시간이였다. 그리고 그 소중한 3시간을 1시간 40분을 유투브를 보고, 나머지 시간을 웹툰을 보는데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혹시 이렇게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나 뿐인가?" 라는 생각에 조금 조사를 해봤다.


<출처 : 국가지표체계 | 지표상세정보 (index.go.kr)>

  문화체육 관광부가 조사한 2019~2022년 대한민국 평균 여가시간을 요약하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3~5시간의 여가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을 알아 내었다.


또한 마케팅, 컨설팅 업체 케피오스에서 조사한 보고서 요약본 뉴스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하루 평균 2시간 30분이상 SNS를 사용하고 있고


한국의 정보통신 정책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25~38세 83.5 %가 SNS를 이용한다고 답했다는 것을 알아 내었다.


이들 기업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그들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나도 모르는 사이 더 많이 중독 되고, 더 많은 시간을 이런 플랫폼들에서 허비한다. 


수시로 시간만 나면 내가 빠져있는 대상을 찾게 된다. "심심하니까, 지루하니까." 참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 그래서 계속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어떤 것이든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요즘에는 핸드폰만 있으면 해결된다."단지 여가 시간을 잘 보내는 건데. 뭐가 문제가 되냐?" 라는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중독'은 우리의 일상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았을때 즐겨야 할 것 에서 '조절하고 끊어야 할 것' 으로 변한다.최근에 나온 연구를 보면, 우리가 이런 플랫폼에서 보는 콘텐츠들이 우리의 쾌락과 보상심리를 자극해 도파민을 급격하게 끌어 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여기서 중독, 보상, 쾌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중요하다.



● 보상회로가 중독의 원인이다.


애나 렘키 박사는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학자로, 중독, 보상, 쾌락, 그리고 도파민에 대한 연구의 대가이다.  램키 박사는 우리가 왜 이렇게 조건화에 취약한지, 물질, 그리고 쾌락에 중독되는지 원인과 해결책을 책과 강의를 통해 전파하고 있다.




책과 연구, 강의에 따르면 뇌에서 쾌락과 고통을 처리하는 과정은 <보상 회로> 의해 조절이 된다. 이 회로는 우리가 쾌락을 느낄 때 활성화되며, 그 반대로 고통을 경험할 때 비활성화된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뇌 신호물질이 바로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강화물질이나 특정 행동에 대한 쾌락과 보상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통로'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 동영상 시청,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등이 도파민의 활성화를 일으키는 행동 들이다. 이는 뇌의 보상 회로를 통해 우리에게 기쁨과 만족감을 준다. 쾌락에 특정  행동을 계속 하도록 만든다. 또 더 많은 쾌락과 자극을 위해 특정 행동을 더 강화 하도록 한다.


 10분 정도만 유트브 쇼츠, 동영상, SNS 를 하려다 몇 시간씩 빠지게 되고, 계속 생각나는 것이 그 이유다. 도파민은  쾌락을 쫒도록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모든 행동 강화, 중독에 대한 공통된 경로 작동한다.


 도파민은 쾌락뿐만 아니라 보상과 강화에도 관여한다. 어떤 특정한 강화나 행동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도파민의 반응은 감소하게 된다. 즉 어제 한 '자극적인 행동'이 주는 만족감이 감소 한다. 그래서 더 자극적인, 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행동으로 나를 이끄는 것이다.     


<출처: Pixabay>

렘키 박사는 인간이 도파민과 중독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쥐 실험으로 설명한다. 우선 쥐를 상자 안에 넣는다. 상자 천장에는 밝은 전구, 그리고 쥐와 조금 떨어진 곳에는 버튼이 있다. 


버튼을 누르면 쥐는 마약이 담긴 주사를 맞을 수 있다. 쥐는 처음에 상자에서 불빛을 본다.그리고 우연히 버튼을 누른다. 마약이 담긴 주사기를 맞는다. '주사' 라는 보상을 받을 때, 쥐의 뇌에 있는 도파민이 급격하게 증가 한다.


그러나 램키 박사는 단지 '보상' 만이 도파만을 급격하게 증가시키는 원인이라고 하지 않는다.불빛을 보고, 그리고 버튼을 누르는 행동을 할 때, 쥐의 뇌의 도파민이 급격히 활성화 되었다. '주사'라는 보상을 맞기 전에 거치는 단계들, 즉 '조건화 = 환경' 가 쥐에게 '보상' 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들었 때문이다. 


반면,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행동을 한 쥐에게 '주사'라는 보상을 주지 않았다. 그러자 쥐의 도파민 수치는 급락해 계속 주사를 찾아 상자를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고 한다.

      

렘키 박사는 인간도, 이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기대했던 보상을 얻지 못하면 고통이 따르고 도파민은 쾌락을 쫒도록 우리를 움직인다또한 보상이 예측 불가능할 때, 우리는 더더욱 중독에 빠지기 쉽다.


● SNS와 도박. 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제이콥 리넷 박사는 중독된 사람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가지의 실험을 진행했다.도박을 할때 두 집단의 뇌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측정한 실험이다. 중독자와 일반인 모두, 도박에서 이겼을 때는 도파민의 분비가 동일 했다. 그러나 돈을 잃었을때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의 도파민 수치가 일반인에 비교해서 급격하게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출처 : pixabay>

즉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상황이 생긴 것이다. 지면 질수록 도파민 수치는 더욱 떨어진다. 도박은 승리를 예측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불확실함에도 계속 '승리'를 기대하고 도전한다. 한 번 이기게 될때 솟아나는 도파민 수치가 엄청나기에 도박을 끊을수가 없는 것이다. 이를 '손실 추구 (Loss chasing)' 라고한다. 


소셜 미디어도 도박 중독과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 '예측 불가능한 보상' 을 이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SNS에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게시물을 올린다. 좋아요, 공유, 구독, 하트, 팔로우 등의 기대를 한다. 하지만 기대한 것과 다른 상황들이 펼쳐진다. 


내가 원하는 만큼 댓가가 따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릴스, 숏폼, 틱톡 등은 어떠한가? 예측 불가능함을 이용해 사람들을 잡아둔다. 우리가 원하는 주제의 영상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이와 연관된 주제를 가진 다양한 영상들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원하는 영상을 찾을 때 까지, 계속 손가락을 위로 튕긴다. 또 원하는 것을 봐도, 더 자극적이고, 더 재미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애나 렘키 박사는 이러한 중독의 행동들이 결국 뇌의 구조를 바꾼다고 한다. 인간은 새로운 경험을 할때, 새로운 뉴런들이 가지를 친다. 또 자주 반복된 경험은 장기 기억으로 저장된다.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를 '경험 의존 가소성' 이라고 한다.  쾌락을 경험 했던 뇌는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강렬한 자극, 뿜어져 나오는 도파민과 쾌락 때문에 이를 쉽게 끊어내지 못한다. 



●중독에 빠지지 않는 3가지 균형의 열쇠.


애나 렘키 박사는 "중독에 빠지지 않는 방법으로 쾌락과 고통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뇌의 부위는 같다"

는 것을 언급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출처 : pixabay>

 균형에는 3가지 법칙이 있다.


1. 뇌는 스스로 균형을 맞출려고 한다. (항상성)

인간이 너무 쾌락에 빠지게 되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에 맞는 고통을 추구한다. 예를 들면 과식을 했을때 단식을 한다거나, 게임에 푹 빠져 있을때 갑자기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절제' 가 그 쉬운 예이다. 이러한 행동을  ‘균형 상태 유지' 라고 한다.  하지만 균형을 무시한 채로, 쾌락을 추구하고 반복하면 뇌는 망가지고 중독에 빠진다. 뇌는 점점더 고통을 참을수 없게 된다. 중독된 사람은 쾌락보다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고 하기에 멈출수가 없게된다.


2.동일한 자극이나 물질에 자주 노출되면 도파민 분비가 감소한다. (지속성)

동일한 물질이나 자극에 노출되면 도파민의 증가가 오히려 약해지고, 도파민 결핍에 대한 반응이 더욱 강해지게 된다. 즉, 계속해서 똑같은 자극에 노출될수록 얻은 쾌락과 만족감은 감소하고, 이후에 나타나는 금단 증상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3. 뇌는 기억한다. (저장성)

조금 무서운 이야기다.한 번도 안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 뇌는 기억을 영원히 간직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중독에서 벗어난 후에도 뇌에 그 경험은 계속 잠재적으로 저장되어 있고 노출, 혹은 간접적인 경험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독에서도 삶은 변할 수 있다.


'중독' 상태라면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분명히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게임중독, 고도비만에서 탈출할수 없었을 것이다. 3가지 방법이 있다

<출처 pixabay>

.


1. 의지를 가지고 일정 기간 멀리 하기

뇌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어느 정도 중독의 상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에서 멀리 떨어트려 놔야 한다. 변화에 대한 의지도 중요하다. 나의 경우 삶의 의미, 생산성의 측면에서 변화의 절실함을 게임중독과 고도비만을 탈출하기 위한 원동력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것들이 중독을 끊어 내기 한 첫 걸음이 된다.  


2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메타 인지라는 것이 있다. 무엇을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 아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중독되었다는 것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게임중독시절에 피시방에 아침 8시에 가서, 밤 12시가 넘기도록 해도 뭐가 문제인지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 118kg이 나갔던 시절에도 과식을 했다. 


그러다 이런 삶이 ’정상‘ 적인 삶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생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중독에서 벗어나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중독이 된 것에 접근하기 전에는 내가 하는 행동들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잠시 멈추고 생각해 봐야한다. 의지력 만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3 ’고통‘을 즐기기.

고통을 즐기라니, 이상하게 들릴수도 있지만, 지루함과 심심함, 그리고 여운과 공백을 즐기라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이런 고통을 찾아서 즐기고, 극복하고, 적응한다면, 뇌에서 도파민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음식이 먹고 싶을 때, 게임이 하고 싶을 때 가벼운 러닝을 하거나, 핼스를 다녔다. 이 외에도 음악을 듣는다던가,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차를 마신다던가 하는 방법도 있다. 모두 긍정적인 도파민을 높일수 있는 방법이고, 여기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면 내가 중독된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우회로‘ 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나서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리고 현대 사회가 얼마나 쾌락과 보상에 쉽게 노출이 되고, 중독이 될 수 있는지를 말이다. 고통은 참기 힘들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풍요로운 쾌락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삶을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만들어 가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 사회는 쾌락을 향유하기 쉬운 인프라를 만들어 놓고 통해 "고통을 참지 말라"며 인간을 유혹한다.


 아이러니하게도,고대 인간이 불만족스러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분투했다면, 현대인은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만족스러운 환경을 불편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위 내용이 흥미가 있다면, 애나 렘키의 책 '도파민 네이션' 과 강의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흥미있게 읽었던 책 두권을 추천하고 싶다.


1.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알에이치코리아> : 신경 가소성에 대해 다루는 책이다.

2.<인스타브레인 , 안데르스 한센, 동양북스> : sns와 보상 심리에 대해 다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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