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술도서관의 사서로 학생들에게 과학적인 글쓰기 수업을 합니다. (브런치에 제가 쓰는 글들이 그닥 과학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여기서 까지 일터의 느낌을 갖고 글 쓰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좀 방정맞을게요.)
한국 꼰대가 수업하고 있는 강의실입니다
이 수업은 한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한국어 수업도 아니고, 한국 문화에 관련된 이벤트도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자신이 원하는 연구분야에 적합한 자료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수업이지요. 그래서 국뽕콘텐츠에서 자주 보이는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그런 분위기는 아닙니다.
저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이 친구들에게 나는 한국인이야,라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말이죠.
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질문은 사실 실례이기 때문에 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럽사람들에겐 외모로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을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오늘은 제 소개와 함께 한국인이라고 말해 보기로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 이름은 유교녀이고 한국에서 왔습니다. 벨기에에 한국사람 얼마 안 살아서 한 500명 정도밖에 안되는데, 여러분은 그중의 한 사람을 보고 있습니다. 참 운이 좋으시군요!
라고 했더니,
오얼~~~~~!!! 이라며 강의실에 환호가 울려 퍼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냥 한국인이라고 했을 뿐인데, 벌써 분위기가 달아올랐습니다.
아주 호의적인 태도와 함께 theory 수업의 반이 끝나고 휴식시간이 왔습니다.
학생들 몇몇이 저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질문을 합니다.
진짜 한국사람이에요?(그럼 짭이겠니, 이 친구야)
어느 도시에서 살았어요?
한국에 가끔 가기도 하나요?
가족들도 거기에 있어요?
질문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그리고 자기도 꼭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말을 합니다.
친해진 김에 다른 질문도 던집니다.
이 학교 학생이에요? 아니면 여기서 일해요?
아, 학생. 내가 대학생이었던 건 아주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도 가물가물 하고 나는 이미 불혹이 넘었다네.
라고 했더니
어머, 그럴 리가 없어요. 절대 그렇게 안 보여요.
( 아 놔, 이 학생 사회생활 참 잘할 학생일세. 크게 될 사람이야.)
분위기는 아주아주 화기애애했고, 평소보다 집중도도 더 높은 수업이었습니다.
결론은, 국뽕콘텐츠에서 보여주는 것이 다 사실은 아닐지언정 한국인에 대한 호의가 상당했고,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