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이들과 베짱이씨와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레고 디스커버리 센터에 다녀왔습니다. 벨기에 북부의 저희 집에서는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립니다. 서울에서 용인 에버랜드 가는 느낌입니다.
헤이그는 대한제국시절 고종황제가 헤이그특사를 파견한 곳이죠. 네덜란드어로는 Den Haag/덴하그 라고 하는데 수풀이란 뜻입니다. 참 이름도 막 짓습니다. 도시이름을 수풀이라고 짓다니, 서울을 산아래 라고 짓는 격이지요.
내가 다 알아보고 예약도 다 내가 했으니 운전은 네가 해라, 베짱이 벨기에도 날씨 구리기로는 전 세계 상위 탑티어지만, 바로 옆나라인 네덜란드도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비 맞으려고 옆나라까지 왔나, 우리 동네 비도 충분한데란 생각이 듭니다.
Kurhaus, 영어로 번역하자면 cure house이고 아마도 예전부터 온천과 호텔로 사용되던 곳인 듯합니다. 헤이그의 바닷가지역인 Scheveningen/스케버닝언 이라는 동네에 왔습니다. 바닷가 산책하기에 좋은 산책로와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는 곳입니다. 산책로에 레고 디스커버리센터와 수족관등이 있습니다. 관람차와 바닷가 위에 지어진 유추선 비슷한 건축물이 세워져 있는데 저기서 집라인을 타고 바다를 가로지를 수도 있습니다. (날씨가 저런데 무슨 집라인임? 집라인이고 나발이고 앞이 안보임. 게다가 나는 유사임사체험을 돈 주고 하는 것은 싫음). 저 유추선 같은 곳은 알고 보니 이곳의 랜드마크인 De Pier라는 카페였습니다. 날씨도 구린데 할 것도 없으니, 저곳에서 애플 타르트와 커피를 콤비딜(combi deal)로 8000원이라는 아주 착한 가격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래도 밤이 되니 반짝반짝한 관람차의 조명으로 예쁘게 변했습니다. 그나마 덜 우중충 합니다.
2박 3일로 온 것이니 내일은 날씨가 좀 더 좋길 기대해 봅니다. 제발요.
여전히 구린 다음날 날씨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저는 접이식 자전거를 차에 넣어 가져와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동네구경을 하러 갑니다. 아들 1호, 2호와 베짱이님은 호텔에 있겠답니다. 날씨는 아쉽게도 여전히 구립니다.
호텔에 가서 조식을 먹고 근처에 있는 레고 디스커버리센터로 걸어갑니다. 일부러 호텔을 근처에 잡았습니다.
Lego Discovery Center in Scheveningen 모르고 보면 그냥 레고스토어처럼 생겼습니다. 저 기린이라도 없었으면 지나쳐서 못 봤을지도 모릅니다. 알고 보니 저곳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 더 내려가야 진짜 레고 센터가 나옵니다.
레고프렌즈 홀을 지나니, 헤이그 미니어처 레고시티가 나타납니다. 어제 귀신 나올 것 같았던 유추선 카페와 관람차도 있네요
11시 30분쯤에 입장을 했는데 한산합니다.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레고 워크샵도 할 수 있는데, 30분마다 진행되고 안내는 네덜란드어와 영어, 두 언어로 진행됩니다.
첫째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이런 걸 좋아할까 했는데,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본인이 최근 자주 선보이던 질풍노도도 잊고 다시 어린이가 되어 바닥을 기어 다닙니다.
레이저 미로라고 해서 뭔가 엄청난 것을 기대했지만 기대한 제가 바보입니다. 저 코너를 돌면 바로 끝납니다.
기차를 타고 저 별막대기를 휘둘러 화면에 있는 나쁜 놈을 잡는 코너도 있습니다. 5분 정도 소요되고, 무서운 것은 하나도 없고 2살짜리도 할 수 있게 쉽습니다.
지켜주지 못한 내 얼굴에 미안합니다 미친 듯이 별막대기를 흔들고 있는 와중에 사진이 찍힙니다. 사진 찍히는 줄도 몰랐는데 섬광과 함께 찰칵 소리가 들리고 아뿔싸! 이미 늦었습니다. 사진을 봤더니 마치 한국을 분노하게 만든 미국 관종유튜버, 조니 소말리를 별막대기로 죽이려는 듯이 얼굴에 살기가 가득합니다. 사진은 안 사는 걸로... 18000원 정도를 주면 한 장 뽑아주고 디지털 원본도 메일로 보내주는데... 괜찮습니다. 넣어두세요.
오늘의 하이라이트 레고 4D무비 이제 레고 4D무비를 보러 갑니다. 사실 저는 이게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15분 정도 소요되는데 저와 베짱이씨도 애처럼 신났습니다. 앞에서 물도 나오고 연기도 나고, 신납니다. 영화는 미니언스처럼 어느 나라 말도 아닌 그냥 의성어만 나옵니다. 6개월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레고 자동차를 만들어 서로 경주할 수 있게 만든 코너도 있었는데 제가 꼴찌고 베짱이씨가 1등입니다. 어릴 적에 레고를 가지고 논 적이 별로 없어서 어떻게 자동차를 만들어어 하는지 도통 감이 안 옵니다. 이래서 조기교육이 중요한가 봅니다. 레고를 잘 만들려면 조기교육이 중요합니다.
이제 저와 베짱이씨는 체력을 다 소모해서 슬슬 가고 싶은데 애들은 더 있자고 합니다. 안에 카페가 있어서 커피와 음료수, 간단한 샌드위치 같은 것을 먹을 수 있습니다. 가격은 생각보다 안 비쌉니다. 하지만 앞사람이 시킨 샌드위치 비주얼을 보니 안 시킨 게 다행입니다. 그냥 커피만 마실게요.
저희는 11시 반에 가서 3시 반까지 있었는데, 처음엔 사람도 없고 조용해서 거의 모든 시설을 기다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었지만, 두 시부터 사람들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을 조용하게 보내고 와서 좋았고, 작지만 알차게 공간이 꾸며져 있었습니다. 저는 키즈카페만 가면 두통이 옵니다. 제가 소리에 굉장히 민감해서 시끄럽거나 울림이 심한 곳에 가면 정말 힘든데, 방음이 참 잘 되어 있었습니다.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많았어도, 정말 시끄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참 착했는데요 직장에서 주는 할인쿠폰으로 인당 2만 원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찾아보면 할인쿠폰이 인터넷에 많이 돌더라고요. 요즘 그냥 키즈카페에 가도 3만 원인 곳도 많다죠? 레고 센터에서 4D영화도 보고, 기차도 타고 2만 원이면 아주 준수한 가격이라 생각합니다.
출구로 나가면 레고스토어가 나오는데 50유로 이상을 사면 10유로 할인을 해 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달래 밖으로 나갑니다. 할인받아도 아마존으로 사는 게 더 쌉니다. 아마존에서 사는 가격과 레고스토어 가격의 차액을 네 용돈에서 달라고 했더니 사달라는 말이 쏙 들어갑니다. 역시 자기돈을 내라고 해야 정신을 차립니다. 레고는 크리스선물로 아마존에서... (레고 스토어... 미안하다.)
베짱이씨가 일이 있어 다음날 아침 조식 먹자마자 출발해야 했는데, 집에 가는 길...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이틀간 칙칙한 하늘만 보다 집에 가는 차 안에서야 비로소 하늘을 만끽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레고 디스커버리 센터, 초등학교 저학년 연령의 아이들이 있으시고, 인접한 도시에 사신다면 추천합니다. 대략 1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까지 사시는 분들에게는 가성비 좋다고 생각합니다.
150킬로 보다 먼 곳에 사는 분이라면, 차라리 날 잡아서 휴가기간에 대형 놀이공원인 덴마크에 있는 레고랜드나 독일 슈투트가르트 근방의 레고랜드를 가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 놀이공원은 역시 에버랜드가 짱입니다. 유럽 여러 곳 다녀봤지만, 에버랜드만 한 곳 못 봤다는!
https://www.legolanddiscoverycentre.com/scheveningen/en/tickets-annual-passes/?_gl=1*11lnjk6*_up*MQ..&gclid=EAIaIQobChMI36Coq4vciQMVh1tBAh3AsjZdEAAYASAAEgKhTfD_BwE
이상, 유교어멈 고추장와플의 내 돈 주고 간 네덜란드 레고센터 여행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