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도 투자처럼 철학이 필요해

첫 번째 여행지는 발리

by Bora Jung
이번 도착지는 Kuta입니다.



현지 시각 밤 열시가 넘어 공항에 도착했다. 넓고 쾌적하며 여유로운 공항이었다. 줄이 길다는 후기가 있었지만, 기다릴 만한 정도였고, 온라인 비자 오류 때문에 걱정했지만 모든 것이 수월하게 풀렸다. 안내 직원은 영어를 잘했고, 환전과 비자 발급까지 빠르고 친절하게 처리해주었다.





루피아

타지에서 밤늦게 돌아다니고 싶지 않아 공항 근처 호텔을 예약했다. 고젝으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구글맵에는 걸어서 10분이라 나오지만, 로컬 사람들은 거리가 멀다며 택시를 권했다. 그 길을 가며 구글 지도를 전부 믿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과거 처음 혼자 베트남 배낭여행을 하던 시절, 택시들의 호객에 진절머리가 났었다. 물론 그때와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도하다. 당시 택시 기사들은 두 걸음마다 따라와서 다른 붙잡기도했으니 당시엔 어찌나 겁이나던지. 이제는 익숙해져서 어떻게 하면 묻지 않게 할지 알지만, 어린 시절 충격이 아직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번 발리에서는 호객이 있긴 했지만, 끈질기게 따라오진 않았고 무작정 태우려 하지도 않았다. 길을 단지 친절하게만 알려주었다. 십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 나라와 사람도 변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발리의 고젝 라이더는 친절했다. 중간중간 괜찮은지, 편한지 물었고 안전하게 운전했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치니, 라운지 직원은 밤 열한 시 반이 넘어 기다리고 있었다. 웃으며 하나씩 설명해주었다. 늦은 시간 도착했지만, 씻고 곧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오늘 걱정보다 꽤 좋은 하루였다.







아침에 눈을 떴다. 어렸을때는 눈만 감으면 어디서든 잘 자던 때가 있었는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혹은 너무 편한 삶에 익숙해져버린 것인지 잠자리가 바뀌면 첫날은 서너시간이상 잠에들기 어렵다.

덕분에 아침이 좀더 여유롭다. 일어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한다. 일로 여행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가 없는 날은 일정 일부를 비워두는 편이다.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알게 되는 정보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 일정에서 하루 이틀을 비워두는 것은 마치 투자에서 현금을 확보해두는 것과 같다. 급작스럽게 중요한 취재를 하거나 계약을 해야 할 때, 미리 비워둔 시간 덕분에 대응할 수 있다.

한 운용사는 항상 현금 20%를 유지한다고 한다. 강세장에서는 주변에서 답답해하지만, 약세장에서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유를 두고 움직이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 된다.



여행지에서 아침마다 하는 루틴은 주변을 걷는 일이다. 처음 가본 곳을 뛰는 것은 쉽지 않다. 구글맵을 켜고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한 시간 반은 훌쩍 지나간다. 3~4일 정도 지나면, 동네를 익혀 러닝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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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걸었다. 지저분하고 위험할 것이라는 여행 후기와 달리, 거리는 깨끗했다. 그도그럴것이 이른 새벽부터 사람들이 바닥을 쓸고, 차낭사리를 올리고 있었다.


차낭 사리(Canang Sari)는 자연과 조상, 신에게 바치는 감사와 균형의 기도다. 매일 새로 만들어 바치며, 향을 피운다. 바나나잎이나 야자잎으로 만든 작은 바구니에 꽃, 밥, 향, 동전, 과자를 담아 신에게 올린다. 집 입구, 사원, 길거리, 상점 바닥, 심지어 ATM 앞에서도 볼 수 있다. 발리에서 가장 많이 보는 풍경 중 하나다.



대로를 파악했다면, 골목골목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로컬들의 삶을 엿볼 수있다.






골목 구경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레이트 체크아웃으로 12시까지 여유가 있어 수영장에서 태닝을 즐겼다. 발리 밸리에 대한 소문은 사실과 달랐다. 샤워헤드에 필터도 없고, 카페 얼음물도 평범했다. 다만 여행자를 위한 음식점과 카페를 주로 이용했기에 확신있게 발리밸리에대해 언급하긴 어렵다.





수영장에서 태닝을 마치고 체크아웃을 하니, 직원이 손목에 팔찌를 걸어주었다.

이 팔찌는 빨강, 흰색, 검정 실을 꼬아 만든, 발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팔찌다. 이름은 트리다투(Tridatu) 팔찌. 이 팔찌에는 발리 힌두교의 철학이 담겨 있다. 빨강은 창조의 신 브라마, 흰색은 보존의 신 비슈누, 검정은 파괴의 신 시바를 뜻한다. 세 가지 색이 꼬여 있다는 것은 삶의 탄생과 유지, 끝남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믿음을 의미한다. 사원 의식 후 손목에 묶어주는 팔찌는 신의 가호와 보호를 바라는 뜻이다.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작은 부적과 같다. 꾸따 거리에서도 팔찌를 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축복의 흔적이다. 여행의 시작에서 트리다투를 손목에 걸어서 그런지 모든게 즐겁다. 특정 신을 믿진않지만, 그들의 따뜻함에 맘 한편이 따뜻해진다.



택시를 기다리며, 호텔 로비 직원에게 발리 인사법을 물었다. 발리는 인도네시아에 속하지만, 발리어가 따로 있다. “안녕하세요”는 Om Swastyastu(옴 스와스티아스뚜), “감사합니다”는 Suksma(숙스마)라고 한다.

여행 내내 이 말을 가장 많이 하지않을까.



드디어 카메라를 들고 꾸따 비치로 향했다. 오전 내내 뜨거운 햇빛 아래 걷고, 태닝까지 하고 나니, 고젝 바이크에서 느껴지는 바람이 더욱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