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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Jan 10. 2024

글쓰기의 시작

  꾹꾹 열심히 눌러썼지만 엄마 눈에는 틀린 맞춤법만 보이는 아이의 글쓰기. 억지로 학교에서 시키는 독서마라톤에는 매일 같은 문구로 꽉 채어져 있다. 나도 어렸을 때 그랬을까… 아이들은 모두 다 그런 걸까…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SNS에 보이는 멋진 독후감을 보며 아이의 논술을 학원을 알아보다 알게 된 글쓰기 홈페이지. 1주일에 한번 온라인 수업이면 왠지 아이도 부담 없이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열심히 홈페이지를 둘러보는 중, 한 달 동안 글을 쓰고 단체방에 매일 인증하는 성인 글쓰기 카테고리를 발견했다. 그 순간, 엄마인 내가 먼저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이도 분명 글쓰기가 어려울 텐데 무작정 동기부여 없이 아이를 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을까. 글을 쓰는 행위가 단순히 공부라는 목적을 넘어 글을 쓰는 재미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아님 단순히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일까. 이유가 어찌 됐든 나는 무엇에 홀린 듯 11월 어느 날 결제버튼을 눌러버렸다.


  2023년 12월 1일. 캘린더에 스케줄 체크까지 하면서 자정이 되자마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잠든 이 고요한 밤을 즐기며 열심히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처음에 쓰게 된 주제는 내 취미생활인 달리기였다. 달리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이기도 하고 그 매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신나게 글을 써내려 갔다.


  하지만 둘째 날부터 바로 상황이 달라졌다. 하루 종일 머릿속엔 어떤 주제로 써볼지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하나의 주제를 정해도 자꾸만 의식의 흐름이 처음 생각했던 주제와 너무 동떨어져 “도대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서 힘들었다. 글을 쓰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말을 바로 실감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지만 그게 싫진 않았던 것 같다.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내 모습 그리고 어렵지만 해 보려는 내 마음이 스스로 대견했던 것일까.


  이렇게 하루하루 쓰다 보니 글이 쌓이기 시작한다. 사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한번 논리적으로 잘 정리해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 시작을 지금 하고 있는 셈이다.


  내 생각을 남들과 글로 공유한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생각을 정리하는 것 이상으로 그 끝에는 내가 평소 생각하지 못한 내 생각을 끄집어내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결국 글쓰기라는 행위는 나를 좀 더 되돌아보고 나의 가치관과 생각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또 다른 시간인 것 같다.  (다만 떠오르는 많은 생각을 좀 더 논리 정연하게 쓸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모두들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2023년이 가기 전에 잘한 일중 하나는 내가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그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리고 그 의미가 나의 일상에 큰 도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이 나의 삶에 큰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것을 찾는 것이 결국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매일 똑같은 하루하루에서 그 의미를 찾고 찾아가는 중에 글쓰기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난 것 같아 오늘도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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