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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Dec 30. 2023

불혹

40이 된다는 것

 곧 있으면, 40이 되는 나이다. 내 인생에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불혹”의 나이이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가 되는 것이다. 40이 되면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내가 훅 늙어버리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나이가 신경 쓰인다.


 올해 나이가 서른이 된 후배를 만났다. 회사에서 만난 그 친구는 20대 중반부터 회사를 다니며, 글도 쓰고, 운동도 하고 다양한 모임을 다니며 커리어도 쌓고 인맥도 갖춰나가고 열심히 살고 있었다. 힘들었던 전 회사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며, 앞으로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고 있다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나는 그 친구를 보며,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그 나이가 부럽다며 맞장구 쳐주었다.


 후배를 만나고 집에 오는 동안, 마음 한쪽이 공허했다. 나도 분명 20대가 있었는데,,,, 이미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가버린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막 서른이 된 그 친구가 부럽기도 하고, 혼자서 이것저것 부딪히며 열심히 살았던 나의 20대가 생각이 났다. 생각의 생각의 꼬리를 물고 돌아오는 버스 안, 문득 지금 이 순간, 다시 나도 그렇게 살아보겠노라고 다짐했다.


 결혼을 하고 나서 누군가의 아내, 엄마, 딸, 며느리의 역할로 나는 30대를 다 보냈다. 정말 정신없이 보냈던 30대. 사회가 정한 슈퍼맘에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일도 육아도 열심히 하느라 커피를 달고 살았던 30대가 이제 한 달 남았다.


 다행히도 40을 맞이하는 나는 이제 어느 정도 그 역할에서 자리를 잡았다. 치열하게 보냈던 30대가 이제 끝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더 치열할지도 모르는 40대이지만, 적어도 처음이라서 어려웠던 시간은 지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40은 정말 다시 한번 시작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닐까…


 지난 10년 동안 보냈던 그 시간들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나와 다른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하고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은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으면 절대 알지 못했을 테니까. 그 덕분에 서른이 된 예전의 나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불혹이라는 나이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인 것 같아 마음이 들뜬다. 앞으로 10년, 세상일에 중심을 잡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나씩 하나씩 해 보며 살아보고 싶다. 지나간 젊음에 대한 갈망보다는 지금의 나에게 의미를 찾고 진정한 나를 알아보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기대가 된다. 나의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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