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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Jan 02. 2024

아침 수다

 매일 아침 8시 40분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만의 소중한 오전을 시작한다. 오전 시간의 대부분의 일과는 운동이다. 개운하게 운동을 마치면 혼자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주로 동네 엄마들과 수다타임을 갖는 편이다.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엄마들이지만, 하루만 안 봐도 할 이야기가 산더미같이 쌓이는 걸 보면,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또 다른 가족 같기도 하다.


 요즘엔 엄마들 모임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를 위한 정보를 찾거나, 아이의 친구관계와 같은 각자의 목적을 이루려는 수단으로 만나 서로에게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 나도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되, 아이와 관련된 학교생활, 교육이야기에 대해서 알게 되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결국 그런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몇 번 만나보니 나와 맞는 사람들, 대화가 잘 통하는 편안한 사람들이 있었고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나서부터는 서로와 서로의 아이들을 챙기며 관계를 돈독히 하며 만 3년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침에 자주 만나는 엄마들은 신기하게도 각자 가진 성향이 다르다. (어쩌면 비슷한 게 더 신기할 수도 있겠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나이도 제 각각인 우리가 동갑 아이들을 키우며 힘든 부분이나 집안에서 생기는 소소한 트러블 (남편과의 이견차이,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행동등)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다른 엄마들이 오히려 나보다는 남편과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며, 대변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나와 생각이 달랐던 다른 가족들이 이해가 되며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사회를 바라보는 내 시각, 생각이 전부 옳다고 생각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은 다른 게 아니라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고,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네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와 다른 기질과 성격의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내놓은 정답이 모두에게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와 다른 아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며, 나한테 쉬웠던 일들이 아이에게 어려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타인이 나와 다른 삶을 살아왔고,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동네 엄마들과 나누는 아침수다가 좋다. 나와 다른 사람의 하루를 듣는 것도, 나와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연습하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아침 수다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아이들은 크고 있고, 언젠가 각자의 사정으로 각자의 방법으로 오전 시간을 보내는 순간이 올 테니. 그래도 괜찮다.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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