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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Jan 03. 2024

달리기 좋은 날씨

매일 달리고 싶다

 나는 태생적으로 감각에 둔한 편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날씨가 좋든 비가 오든, 흐리든, 단 한번도 날씨를 핑계 대 본 적이 없다. 태풍이 와도 학교나 회사에 가야 하니까 가는 길에 옷이 다 젖어도 불평 없이 했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날씨는 나에게 그리 영향력이 있는 존재가 아니었던 것 같다. 날씨는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그런데 내가 매일 공원에서 달리기를 시작한 후로는 날씨가 나의 하루에 정말 큰 영향을 끼쳤다. 날씨에 따라 하루의 내 루틴이 바꼈기 때문이다.


 처음 공원에서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나가기 싫어 아침마다 날씨 어플을 확인했다.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안 좋은 날이면 속으로 안도하면서 집에서 밍기적 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보내다 보니 오전 시간이 끝날 때 즈음 편안함보다는 찝찝함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비나 눈이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쓰며 공원을 걷던가, 가까운 커피숍에 가서 책을 읽어 집에서 뒹굴 거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밖에서 달리기 좋은 계절은 봄과 가을이다. 간편한 운동복 입기도 편하고 나무와 식물들이 자라며 풍경이 매일같이 변하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공원에 가서 달리는 것이 지겨울 법도 하지만, 사계절덕분에 항상 다른 곳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매일 풍경이 바뀐다. 그런데 봄과 가을은 너무 짧아 너무 아쉽다.


 최근 1년동안 가장 많이 달렸던 달을 찾아보니 아이러니하게도 8월이었다. 너무나 덥고 습한 여름에 공원에서 자주 달린 것이다. 한여름의 오전과 낮은 너무 뜨겁고 더워서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나도 저녁에 뛰러 나갔던 것 같다. 해가 길기 때문에 이른 저녁을 먹고 7시쯤 뛰러 나가면 덥지만 그 사이사이에 바람이 더위를 식혀 주었던 것 같다.


 겨울은 어떠한가. 영하로 내려가기 시작하고 눈이라도 내리면 빙판길이 되는 날씨이다. 하지만 공원에서 조심히 뛰면 사실 넘어질 일은 거의 없다. 적당한 긴팔 두 개에 가벼운 조끼를 껴입고 모자와 손 장갑을 준비하고 밖에 나가서 뛰다 보면 겨울의 시원한 매력에 흠뻑 빠질 지도 모른다. 그 시원함과 차가움은 봄과 가을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내 몸은 노천탕에 있는데 머리는 시원한 느낌이랄까….ㅎ)


 주변에서 추운데 어떻게 겨울에 달리냐며 물어보는 사람들이 요즘 많다. 하지만 그건 생각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다. 매일 변화하는 날씨와 계절을 몸으로 느끼고 알아가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된다면 날씨가 안좋은데도 운동을 하러 나가는 일이 그리 귀찮은 일은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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