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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Jan 07. 2024

가족들과 서점가기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주로 그 시간에는 서점에 가서 책 구경하고 한 권 골라, 커피숍으로 향한다. 커피와 책. 솔직히 이 시간은 내 자신이 조금 괜찮은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드는 시간이다.


 원래 나는 책을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어린 시절 어쩌다 한 번씩 아빠와 서점에 가면 아빠는 내가 고른 책은 아무 말 없이 모두 다 사 주셨다. 어린 나는 서점 분위기에 취해 당장 필요 없는 문제집도 고르고, 보지 않을 책을 신나게 골랐던 것 같다. 사실 그렇게 산 문제집이며 책은 집에서 굴러다녔으며 나중에는 계속 신경이 쓰여 안 보이는 책장 끄트머리에 꽂아 두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어 여가 시간이 생겼을 때, 나는 다시 서점에 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독서에 대한 정서가 참 좋았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내가 내 자신의 소양을 채우는 거 이상으로 왠지 내가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느꼈으니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 습관 덕분에 시간이 나면 책과 시간을 자주 보냈던 것 같다.  


 작년까지는 육아서나 소설을 많이 읽었다. 처음 아이를 키우니 육아서에 나와있는 정보를 노트에 정리도 해보고 외우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필요에 의해 읽었지 요즘은 정말 보기 싫은 장르이기도 하다. (너무 솔직했나..ㅎㅎㅎ) 그에 반해 술술 읽히는 소설이 좋다. 소설을 읽다 보면 머릿속으로 내용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한 편의 영화를 혼자 집중해서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다 읽고 나면, 여운이 가시질 않아서 남편을 앉혀놓고 혼자 줄거리를 신나게 떠들기도 하니까.


 성인이 되고 나서 자기 계발서는 거의 읽지 않았다. 사람들의 성공에 대해 고무시키는 이야기는 책을 읽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와닿지 않는 성공스토리, 인생의 철학을 알기에 내가 너무 어렸던 것 같다. 그런데 불혹을 남겨둔 요즘, 마음을 읽어주는 글귀나,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복 그리고 철학이 담긴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확실히 살면서 다양한 경험이 쌓이고 엄마가 되니 나를 포함한 사회를 볼 수 있는 관점이 더 넓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다행히 큰아이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요즘 아이들이 흔히 보는 학습만화이지만, 혼자 시간이 나거나 밥 먹을 때는 항상 책을 펼치니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요즘은 아이들과 서점에 가는 것보다 도서관에서 내가 직접 마음에 드는 책을 빌려주거나 아이가 보고 싶어 하는 책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어린 시절 느꼈던 서점에 대한 감수성을 심어줄 수 없어 안타까웠다.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가족 넷이서 교보문고에 갔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직접 눈으로 보고 책을 사는 기쁨을 알려주려고 말이다. 나는 요즘 Best seller인 “The mind”를  골랐고, 남편은 대화의 정석, 큰아이는 내일은 실험왕 신간, 작은 아이는 캐치티니핑 침착해 로미를 골랐다. 취향은 가지각색이지만 일단 책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통과된 책들이다. 집에 오자마자 책부터 읽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왠지 나의 의도가 성공한 것 같아 뿌듯하다.


 이제 와서 보니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자발적으로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구매하거나 빌린 책을 모두 읽든 읽지 않든 그것보다 주요한 건 내가 책을 생각하고 가까이 두는 것인 것 같다. 우리 가족이 오늘을 계기로 책과 더 가까워지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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