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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Jan 09. 2024

엄마표공부

 처음 엄마가 되고 나서 가장 싫었던 문구가 “엄마표 ~”이었다. 요즘은 왜 이렇게 엄마가 해줘야 하는 게 많은지... 그 엄마표라는 단어가 참으로 부담스러웠다. 아이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도 어려운데, 독서, 교육, 사회성 등 모든 것을 엄마에게 떠 넘기는 느낌일까?


  그때는 나의 시각이 부정적이어서 그랬나..? 다행히 아이를 낳고 10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아이가 내 기준에 꽤 괜찮은 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이제 엄마라는 삶에 적응을 한 것인지 이제는 엄마표라는 말이 썩 마음에 든다.


  올 초, 아이가 초3이 되고 지인의 추천으로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다. 아직 초등 저학년이니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엄마표 영어는 매일 집에서 영어 영상, 듣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노트에 적어 기록하고 1주일에 한번 엄마들 미팅에 참석한다. 생각보다 아이가 잘 따라가 주어 8개월 만에 1년 차 과정을 끝내고 지금 2년 차 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런 과정이 있어서였을까, 최근에 아이가 1년 다닌 수학공부방도 그만두고 지난주부터 엄마표 수학을 시작하였다. 사실 나도 자신이 없었다. 수학공부방에 보내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집에서 할 때마다 화를 많이 내게 돼서 고심 끝에 결정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도 그동안 많이 컸는지 생각보다 엄마가 가르쳐주는 것에 큰 부담 없이 잘 적응 중이다.


  오늘 아이와 같이 칠판에 도형문제를 쓰고 고민해 보면서 이야기하다가, 아이 입에서 처음으로 “엄마랑 공부하니까 수학이 더 재미있는 거 같아~”라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비록 내가 선생님처럼 상냥하고 잘 가르치진 못해도 아이에게 좀 더 기회를 주려는 마음이 통한 것 같아 뿌듯했다.


  그래서 오늘 엄마표 공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엄마표는 엄마가 다른 아이들의 속도를 인정해 줘야 시작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이 혼자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 보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아이와 매일매일 성실히 숙제를 진행하고 있는 경험을 하는 것이 엄마표 공부가 줄 수 있는 장점이 아닌가 싶다.


  내가 처음 엄마표를 시작할 때 주변에서 반대가 참 많았다. 그만큼 자기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이를 인정해 주고 기다려준다면 엄마표는 엄마와 아이 둘 다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학습법인 것 같다. 사실 엄마표가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진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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