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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수 Nov 12. 2024

고사성어 365

11월 12일: 주위상계(走爲上計)

11월 12일의 고사성어(317) - 계산된 줄행랑이라야 상계(上計)


주위상계(走爲上計)  


* 줄행랑이 으뜸이다.

* 《남사(南史)》 <단도제전(檀道濟傳)>; 《36계》


눈으로 읽으며 낭독하기

상황이 정 불리할 때는 물러나야 한다. 그런 다음 기회를 다시 보아야 한다. 이는 정상적인 용병 원칙이지 결코 비겁하거나 잘못된 계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동진(東晉) 말기의 명장 단도제(?~436)가 북위(北魏)에 대한 정벌에 나섰다. 먼 길을 행군하느라 병사들은 지쳤고, 식량까지 제 때 보급되지 않아 상당한 곤경을 치르고 있었다. 역성(歷城)에 이르자 마침내 식량이 바닥을 드러냈다. 여기서 단도제는 모래를 가마니에 담아 식량인 것처럼 쌓으면서 병사들로 하여금 ‘양식 가마니 수를 큰 소리로 세게’ 하는 ‘창주양사(唱籌量沙)’의 전술로 적을 속이고 무사히 귀환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후퇴하거나 도망가는 것을 모략가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36계 중에서 줄행랑이 으뜸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그만큼 결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1

960년대 경제 불황이 세계를 덮쳤다. 사업 확장을 꾀하던 히타치는 이를 전격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는 향후 시장을 상황을 점검하여 다른 분야로 관심을 돌리는 한편 자금을 축적해 나갔다. 1962년부터는 미츠비시, 도시바 등도 잇따라 침체기를 맞이했다. 1960년 대 후반에 들자 경기는 회복세를 탔고, 히타치는 축적된 자금으로 재투자를 시작하여 전보다 더 크게 발전했다. 히타치는 ‘주위상계’를 정확하게 구사했다.

‘주위상계’는 그냥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또 자존심 때문에 이 전략을 꺼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영인은 위기에 봉착했을 때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진짜 위기라고 판단되면 자존심은 버려야 한다.

‘주위상계’를 구사할 때는 임기응변이 변수다. 달아나면서도 주위 상황에 대한 관심과 파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있어야만 임기응변할 수 있고, 나아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는 기동력, 반응력, 정보 수집의 수준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달아나더라도 제대로 달아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손으로 써보며 생각하기

* 주위상계(走爲上計)

도면. 1960년대 경제불황을 잘 헤쳐 나간 히타치의 주력 생산품은 전동차이다.


* 유튜브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하루 명언공부 11월 12일

- 별이청지즉우(別而聽之則愚)

- 따로따로 단편적으로 들으면 어리석어진다.

https://youtu.be/a5sE-0zfs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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