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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리더십: 3가지 역설과 3가지 역할

[방구석5분혁신.디지털&AI]

by AI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AI는 분업 기반의 '업무 릴레이' 시대를 끝내고 '자기 완결형 인간'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이 폭발적인 생산성은 '검증 부담', '전략적 혼란', '인간 소외'라는 세 가지 치명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AI의 무한한 '답'을 소비하는 기술자가 아닌, AI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인간의 경험을 융합하는 지휘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은 AI 시대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제언이다.


과거, 일의 세계는 거대한 ‘릴레이(Relay)’ 경주와 같았다. 우리는 사일로(Silo)라는 칸막이 안에서 각자의 구간을 달렸다. 한 전문가가 일을 마치면, 다음 전문가에게 바통을 넘겼다. 기획에서 디자인으로, 디자인에서 개발로. 바통을 넘기는 지난한 과정, 즉 승인과 조율, 협업이라는 이름의 병목이야말로 조직을 움직이는 안정적인 엔진이라 믿었다. AI는 그 믿음을 파괴한다. 일의 시스템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거대한 전환. 바로 ‘기업 릴레이’ 시대의 종말이다.


과거에는 시장 분석, 보고서 작성, 제품 디자인, 코드 개발과 같은 일들이 여러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했다. 며칠씩, 아니 몇 주씩 걸리던 일이었다. 이제 그 모든 과정이 단 한 명의 책상에서 몇 시간 만에 완결된다. 이 폭발적인 생산성을 지닌 개인, 이른바 ‘자기 완결형 인간(Self-Contained Individual)’의 등장은 조직의 최소 단위를 팀에서 개인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게 어떤 의미냐고? 부서 간에 일을 넘겨주며 생기던 시간 지연과 정보 왜곡이 사라진다. 흐려지던 책임 경계가 선명해진다. 거부할 수 없는 혁신이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증폭된 개인의 실행력은 새로운 병목을 만든다. 과거에는 없었던 세 가지 치명적인 역설이다. AI를 다루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조직과 개인이 마주한 생존의 문제다.


1. 검증의 역설: AI의 속도가 인간의 판단 부담을 가중시킨다


AI는 며칠 걸릴 작업을 단 몇 초 만에 끝낸다. 우리에게 무한한 시간을 선물한 듯 보인다. 착각이다. AI의 결과물은 그럴듯한 거짓말, 즉 환각(Hallucination)을 품고 있다. 학습 데이터의 편향을 그대로 물려받기도 한다.


AI의 출력 속도는 놀랍도록 빠르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비판적 사고를 요구받는다. 결과물에 대한 사실적, 윤리적, 전략적 책임을 져야 해서다. 과거의 병목이 ‘실행의 느림’이었다면, 새로운 병목은 ‘검증과 판단의 부담’이다.


상상해 보자. AI가 1분 만에 완벽한 시장 보고서를 내놓는다. 하지만 그 보고서가 편향된 데이터에 기반했다는 사실을 놓친다면? 조직은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게 된다. 실패할 시장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최악의 결정이다.


이 속도의 함정 앞에서 새로운 능력이 필요하다. 바로 통합적 판단력과 최종 책임이다. 단순히 AI의 결과물을 의심하는 것을 넘어선다. 여러 AI가 내놓는 상충된 결과들을 교차 검증해야 한다. 각 모델의 편향성을 간파해야 한다.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비즈니스적 책임을 온전히 지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그래서, 실행을 지시하는 행위가 아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책임의 예술’이다.


2. 통제의 역설: 개인의 최적화가 조직의 방향성을 파괴한다


AI로 무장한 ‘자기 완결형 인간’들은 비효율을 참지 못한다. 불필요한 회의, 번거로운 승인 절차, 관료주의적 보고 체계. 그들에게는 모두 장애물일 뿐이다. 그들의 독립적이고 빠른 실행력은 분명 혁신의 엔진이다. 그러나 각자의 엔진이 다른 방향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린다면 조직은 표류한다. 전략적 비동조화(Strategic Misalignment)다. 뛰어난 개인들의 생산성을 모두 더해도, 조직의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체의 합이 각 부분의 합보다 작아지는 치명적인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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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비즈랩] 대표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HSE MBA / *저서 [마케팅 리스타트]+[경영일탈]+[그래서 캐주얼]+[숨은혁신찾기]+[사장을 위한 노자]+[주4일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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