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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코 Jan 26. 2024

엄마는 아직도 꿈을 꾼단다.

나는 나의 꿈을 응원한다.

"너는 뭐가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많아?"

"이거 찔끔, 저거 찔끔. 너는 매번 그런 식이지."


  그래, 나는 그런 사람이다. 어릴 적에 자주 듣던 이 말을 이제는 남편이 종종 하고 있다. 일명 '하고잽이' 였던 나는 엄마가 하시는 그런 말들이 듣기 싫었지만, 속으로는 꽤나 인정하고 있었다. 좋게 말해 호기심이 아주 많은 아이. 하지만 그렇다고 그 범위가 아주 광대한 것은 아니었고, 주로 뭔가를 끄적이거나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생각해 보면 이런 나의 성향의 발단은 바로 '독서'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종종 책을 사주셨는데, 그중에서도 전래동화 전집 한 세트를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즐겨봤던 기억이 난다. 그림책을 너무 좋아했고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그림책을 좋아하고 사다 모으는 취미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을 아주아주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는 중이다. 장르만 조금씩 바뀌었을 뿐.


  초등학생때와 중학생 때에는 장르를 살짝 바꿔서, 글보다는 그림이 훨씬 더 많은 만화책을 주로 봤다. (이 시절에는 누구나 그랬지 않나?) 집 - 학교 - 만화방 코스. 공부는 제쳐두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느라고 사춘기도 없었다. 우리 집도 IMF풍파를 맞았기 때문에 구구절절 어려웠던 집안 형편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책(만화책 포함)은 나만의 도피처였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고부터는 판타지소설에 눈을 뜨고야 말았다. 현실과는 아주 동떨어진 마법의 세계를 동경해 왔다. 그 영향일까. 다 큰 어른이 돼서도 나는 판타지를 사랑한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 등등등 판타지는 여전히 나의 로망이자 나만의 놀이터이다.


지난달에 친정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친정집엘 방문했었다. 그곳은 나의 모든 역사가 있는 곳이다. 중학생일 때 입던 코트, 내가 몇 달 들고 다니다 엄마에게 줘 버린 가방, 내 동생이 사다 모은 귀걸이들... 더 있다. 어릴 적에 쓰던 그릇, 엄마가 보시던 요리책, 추억의 앨범, 책들 그리고 수많은 다이어리와 노트들. 우리 엄마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신다. 덕분에 내가 중학생일 때 썼던 소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꽤나 자세하게 풀어나간 캐릭터 설정. 생각보다 술술 잘 읽혀나가는 나의 문장들. 집으로 돌아와서는 잊고 지낸 내 글들을 모두 꺼내어 읽어보았다. 결혼하기 전에는 나름의 열정이 있었다. 글쓰기 모임에도 나가고 온라인 소설사이트에서 작가로도 활동하기도 했었지.


그래 맞아! 하면서 머릿속에 불이 켜졌다. 잠시 잠자고 있던 '하고잽이'가 깨어난 것이다. 삼 형제를 낳고 키워내느라 늘 살림에 찌들어 살던 나는 작년부터 독서를 하리라 결심을 하고 틈틈이 책을 읽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해 '기록하기'가 올해의 목표이다. 워낙에 요즘 트렌드가 기록,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내는 문화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나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어머나 세상에. '꿈' 이라니....!


  이거 찔끔, 저거 찔끔.. 정확한 종착지도 없이 달리다 마는 레이싱 같은 그런 흐지부지가 아니라. 막연한 욕망덩어리 같은 내 안의 자아에게 나는, '꿈'이라는 이름을 부여해 주기로 했다. 생각만 해도 반짝이고 생기가 넘치는 단어인 꿈. 육신의 성장기는 한참 지났지만 다 자란 아줌마에게도 꿈이 있다는 것이 조금은 멋지지 않나? 글도 쓰고 싶고, 시간을 내어 그림도 배우러 다니고 싶다. 폰을 켜서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수많은 출판사에서 공모전을 한다. 용기를 내어 도전하고 싶은 마음. 나는 내 꿈을 응원한다. 부끄럽지만 남편에게도 말했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


  물론 남편은 들은 채도 안 했지만, 두고 봐라.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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