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 차, 나르시시스트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 괴로움이 극에 달했다.
남편의 폭력성도 보이기 시작했던 시기이다. 그날도 남편과의 싸움이 있었다. 남편이 설거지하고 있던 나에게 다가와 내 턱을 톡톡 두드리며 비아냥댔고 또다시 부부싸움이 시작됐다.
남편은 또 내 다리를 걸어 바닥에 내팽개 치려는 듯 자세를 잡았다. 이전에도 수차례 당했기에 버티고 서며 창가를 향해 소리 질렀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이 싸움은 남편이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가고 나서야 종료됐다. 소파에 기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 모든 관경을 본 5살 아들이 말했다.
“엄마, 아까 싸우지 말라고 소리쳐서 미안해요. “
“엄마, 왜 ‘엄마 살려! 엄마 살려! 했어? “
정상 가정에서 나올 수 없는 아이의 반응에 견딜 수 없어 아이 짐을 싸고, 아이의 큰 애착베개까지 챙겨 내 짐은 하나 없이 집을 도망치듯 나서는 순간, 현관 앞에서 남편을 마주쳤다.
근데 참 다행이었다. 남편 뒤에 택배 아저씨가 뒤따라 와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었다. 남의 시선이 누구보다 중요한 나르시시스트 아닌가?
“(눈으로 쭉 스캔하더니 아이의 손을 잡아끌며) 우진아, 들어 가자.”
그러나 고맙게도 아이는 나를 흘낏 보며 들어가기 싫다고 버텼다. 그리고 내 뒤로 섰다. 남편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택배 아저씨를 의식한 듯
“빨리 들어와.”
하고 집으로 먼저 들어갔고, 나는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차에 태워 출발했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그 지옥에서 도망쳤다. 참 신기하게도 어디서 어떻게 지낼지 아무 계획도 없이 뛰쳐나왔다. 사람이 극에 달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고 목적지 없이 달렸다. 남편이 쫓아올까 두려웠다. 따라오고 있을까 봐 이리저리 골목으로 들어가기도 하며 심장 뛰는 운전을 하다 안전해 보이는 골목에 차를 세웠다.
‘이제 어떻게 하지?’
몇 개월 전, 그날도 저녁에 남편과 부부싸움이 있던 날이었다. 이번에도 남편은 화를 내며 집을 나갔고, 나는 두려웠다. 그날따라 공포감이 몰려왔다.
‘남편이 집에 돌아와서 날 죽이면 어쩌지?’
불안감에 휴대폰을 들어 검색하다 발견한 ‘1366’
여성 긴급 전화 상담이었다.
“그럴만한 행동을 보이셨나요? 불안하신 거죠? 일단 남편이 돌아왔을 때 급하게 집을 나와야 할 수도 있으니 바로 들고 나올 수 있도록 짐을 간단하게 싸 두세요.”
상담원은 내가 안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그때 기억이 떠올라 1366에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