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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시절 공룡은 모기에 물리지 않았다

천조국 일식 과학 유람기 #6 -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4월 6일 워싱턴 D.C에서 드디어 여행의 본격적인 첫날이 시작됐습니다.

 원래는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구경하고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과 우드바-헤이지 항공우주박물관을 보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마라톤 대회 때문에 교통이 통제돼 제퍼슨 기념관을 아주 잠깐 보고 바로 자연사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제퍼슨 기념관 후다닥 찍고 넘어가기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독립선언서를 쓴 3대 대통령 제퍼슨 기념관을 잠깐 봤습니다.

 2차 대전 막바지인 1943년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이곳은 작은 판테온 같습니다. 돔지붕 내부 천장문양은 구멍만 없을 뿐 판테온과 흡사하고 외부 기둥은 이오니아 양식입니다. (판테온은 코린티안 양식)

 신고전주의 건축답게 그리스, 로마시대 건축양식을 가져다 사용했지만 지붕과 기둥양식의 시대가 뒤섞여 있습니다. 내부 벽면 5곳에 자유에 대한 제퍼슨의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기둥 사이가 대부분 뚫려있고 기념관 바로 앞에 포토맥강과 연결된 호수(?)가 있어 바람이 엄청 셌습니다. 이날은 날씨도 쌀쌀해 사진만 빨리 찍고 빠져나왔습니다.


그리스 기둥 양식.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후기 양식


제퍼슨 기념관의 외관과 내부 동상. 작은 판테온 같습니다.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

코끼리가 환영하고 공룡이 포효한다


국회의사당과 워싱턴 모뉴먼트 사이를 National Mall이라 부르며 붉은색 건물들이 모두 스미소니언 박물관입니다.


 드디어 첫 박물관인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을 관람했습니다. 박물관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박물관 건립기금을 기부한 Smith Sonian의 방침이 무료입장이라고 합니다. 이런 게 진짜 부의 사회 환원입니다.  

 입장료나 티켓 없지만 단체입장 줄은 따로 있고 가방이 있다면 랜덤으로 지명해서 가방검사를 합니다. 저는 배낭을 버스에 두고 가볍게 들어갔기에 금방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사박물관이지만 동식물뿐 아니라 광물, 민속학 관련 전시물까지 너무 많지만 제한된 시간으로 중요한 몇 곳 위주로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입장하면 거대한 아프리카 코끼리가 코를 번쩍 들고 방문객을 환영합니다. 코끼리는 드넓은 박물관에서 이정표가 됩니다. 코끼리 코는 정문, 꼬리에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이정모 전 과천국립과학관장님께서 해설을 해주셔서 좀 더 재밌고 유익했습니다. 원래 오픈 카톡방에서 오디오룸을 개설해서 해설을 들으려 했으나 통신망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중간에 포기하고 육성으로 들어야 했다는 게 좀 아쉬웠습니다.

 코끼리 코는 영어로 Nose가 아니고 Trunk라고 한다는데요. 단순히 냄새 맡고 숨 쉬는 것 외에 먹이을 잡는 등 다양한 기능이 있는 긴 코를 말한답니다. 그리고 코끼리 코는 코가 길어진 게 아니고 윗입술이 길어졌다는 걸 이날 처음 알았습니다.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의 상징인 아프리카 코끼리 박제. 사진보다 실물로 보면 정말 거대합니다.


 이정모 관장님의 코끼리에 대한 설명 이후 생명의 탄생과 5번의 대멸종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멸종은 특정 생물종이 모두 사라짐을 뜻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페름기 대멸종 때. 95%의 생물종이 멸종했는데 이는 개체의 95%가 아니라 '종'의 95%가 멸종했다는 뜻으로 개체는 더 많이 사라진 것이죠.

 한편으론 이런 대멸종이 있고 나서 새로운 종이 나타나고 지배종으로 떠오른다고 합니다. 3번째이자 최대 멸종인 페름기 대멸종 후 파충류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지금까지 5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일부 학자들은 현시대를 '인류세'라 부르며 인류에 의해 생물종의 대멸종이 이뤄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직접적으로 사냥 등으로 멸종시킨 종도 있지만 무엇보다 급격한 탄소배출로 기후변화를 가속시켜 수많은 종들이 멸종할 것이라 합니다. 그 시점은 언제일까요? 수억 년이 흘러 어떤 지적 생물종이 이 시대의 멸종 원인을 인류 때문이었다고 결론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이정모 관장님께서 생명의 탄생과 대멸종, 뭍으로 올라온 동물들에 대한 설명을 헤주셨습니다.
페름기 대멸종 후 파충류가 지배종이 되었다는 설명


 역시 자연사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공룡 화석입니다. 지구의 나이를 24시간으로 치환하면 공룡이 나타난 건. 밤 11시 정도라고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 건 밤 11시 57분 정도고요. 따지고 보면 공룡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거죠.

 영화 속 잘못된 설정도 몇 가지 설명 들었습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호박 속에 갇힌 공룡의 피를 빤 모기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해서 계란의 배아에 이식해서 공룡을 되살립니다. 하지만 모기는 중생대 후기인 백악기에 출현하기 때문에 쥬라기 시대 공룡은 모기에 물릴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물론 티라노 사우르스는 쥬라기가 아닌 백악기에 산 공룡이었으니 모기에 물렸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쥬라기 공원이라는 타이틀이 틀린 거겠죠.

 그리고 공룡을 다룬 영화에서 티라노 사우르스에 맞서 스테고 사우르스와 트리케라톱스가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스테고 사우르스와 티라노 사우르스의 진화상 간격보다 인간과 티라노 사우르스의 간격이 훨씬 가깝다고 합니다.


육식 공룡이 초식 공룡을 잡아먹는 모습을 재현한 화석과 바다 파충류 중의 대표인 거북이 화석
백악기 공룡인 티라노 사우르스가 트리케라톱스를 잡아먹고 있는 모습을 재현했습니다.
미 대륙의 마지막 공룡이라는데요. 생각보다 작네요. 아마도 큰 공룡은 먼저 멸종하고 작은 공룡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지 않았을까요?


공룡이 새의 조상이라는 걸 증명하는 특정 뼈 부위를 재미있게 설명하시는 이정모 관장님
중간에 화석 연구실이 있고 맞은 편에 스테고 사우르스 화석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원래 이렇게 납작하게. 발견된 것을 하나 하나 연결해서 입체적으로 복원한다고 합니다.


성선택 : 짝은 암컷이 선택한다


 진화 연구분야 중 참 흥미로운 분야가 성선택입니다. 보통 수컷이 싸우거나 외모를 꾸미거나 둥지를 잘 짓는 등의 경쟁행위 끝에 암컷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결과를 놓고 암컷이 선택을 할 뿐이라고 합니다. 싸움에 이겼다고 암컷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네요.

 수컷들은 대부분 암컷을 유혹하고 잘 보이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씁니다. 대표적인 것이 수컷 공작의 화려한 깃털 과시행동입니다. 이 커다랗고 화려한 깃털은 사실 나는데도 도움이 안 되는데 암컷이 제자리에서 날아오르는 데 비해 수컷은 힘들게 언덕 위에 올라서 뛰어내리듯이 해야 날 수 있습니다. 언덕 위에서 깃털을 펼치는 것 역시 천적의 눈에 띄기 쉬운 위험한 행위입니다. 이런 위험과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있다는 것을 과시하여 암컷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진화압(進化壓)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다수이론이라고 합니다. 마치 잘 생긴 남자가 마구 돈을 쓰며 재력을 과시하는 것 역시 돈을 물 쓰듯 써도 충분히 돈이 있다는 걸 과시하는 행동처럼요.

 하지만 소수이론으로는 동물들도 예쁜 것, 멋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론입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못 생긴 남자에게 여자들이 끌리기는 쉽지 않죠. 이정모 관장님의 소수파라고 하네요^^


성선택은 기본적으로 암컷이 수컷을 선탹하는 것이라는 설명


박물관의 고래 박제는 모두 가짜다


 바다관에는 관람객을 압도하는 거대한 흰긴수염고래의 박제가 허공에 매달려 있습니다. 상어에게 공격당해 긁힌 상처와 따개비까지 정교합니다. 하지만 이정모 관장님 말씀은 박물관의 고래 박제는 모두 가짜라고 합니다. 고래는 차가운 바다에서 살아가기 위해 두꺼운 피하지방층이 있는데 피부를 가르면 기름이 모두 흘러내려서 형태를 유지할 수 없어서 원형 유지가 안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연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윤도현밴드의 노래 중에 '흰수염고래'가 있는데 이정모 관장님께서 방송에서 흰수염고래는 없고 흰긴수염고래가 맞다고 했더니 청취자들이 제목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고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이야기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흰긴수염고래에게 흰 긴 수염은 없습니다. 입 속에 있는 이빨과 비슷한 긴 수염 같은 것이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향고래(흰긴수염고래)의 거대한 (가짜) 박제가 압도적입니다.
개복치 박제. 엄청 크네요.
(왼쪽부터) 고래 화석, 고대 상어인 메가로돈의 턱 부분 화석. 현재 상어와 메가로돈의 이빨 비교
거대한 고대 상어인 메가로돈에 대한 설명과 모형
가수 윤도현이 제목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은 노래 <흰수염고래>


무게로 달아서 파는 식사와 아이스크림 트럭 행렬


 다음 일정을 위한 이동 전에 박물관 내에서 각자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지하에 더 큰 카페테리아가 있다고 했지만 바다관을 나오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마치 예전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의 자율식당처럼 이것저것 골라 담은 뒤 계산을 하는 방식인데 여긴 그릇에 담은 무게를 재서 계산을 하더군요. 어쩌다 보니 비건 식단이 됐습니다. 고기 같아 보이는 것은 두부였는데 구워서 그런지 우리나라 두부보다 수분이 덜했고 딸기는 참 맛이 없었습니다. 사과 등 과일 2개와 음료수 한 캔을 더하니 $24.95로 거의 35,000원이었습니다. 딱히 비싸 보이지 않는 음식인데 말이죠. 세금은 포함이지만 팁이 없다는 걸 고려하면 미국 물가를 슬슬 실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줄 서서 그릇에 담으면 무게를 달아서 계산합니다. 박물관이라 비싸겠지 했는데 미국 물가가 엄청나네요.
자연사박물관 앞뿐 아니라 내셔널몰 일대에 아이스크림 트럭이 엄청나게 서 있습니다. 방학 때는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자연사박물관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인증샷 남기고 이동합니다.

 박물관을 나서보니 길에 아이스크림 트럭이 즐비했습니다. 버스에 타기 전 눈이 마주친 인도 아저씨의 꾐에 빠져 $10짜리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양도 많고 맛은 있었는데 트럭에 애플페이 포함 각종 카드 다 받는다고 써놓고 현찰로 달라더군요.


 볼거리가 넘쳐나지만 다음 일정인 우드바-헤이지(Udavar-Hazy) 항공우주박물관으로 향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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