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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왕복선을 영접하다

천조국 일식 과학 유람기 #7 - 우드바-헤이지 항공우주박물관

 이번 개기일식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당연히 개기일식 관측이지만 두 번째로 기대한 것이 바로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입니다. 특히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실물과 라이트형제의 첫 비행기, 지금은 퇴역했지만 SR-71 블랙버드 정찰기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전투기로 평가받는 탑건의 바로 그 함재기 F14 톰캣을 보는 것이 가장 기대됐습니다.


 오전에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을 본 뒤 향한 곳은 버지니아 덜레스 국제공항 옆에 있는 우드바-헤이지 항공우주박물관(정식 명칭 '스미소니언 연구소 국립 항공우주박물관' Smithsonian Institution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Steven F. Udvar-Hazy Center)입니다. 자연사박물관 인근에도 항공우주박물관(National Air and Space Museum)의 분관 같은 곳으로 규모는 더 큽니다.


우드바-헤이지 항공우주 박물관의 정문과 외관. 사실 로비 사진이고 안으로 들어가면 콘센트형 볼트 구조의 항공기 격납고처럼 생겼습니다.
전시장 내부입니다. 2차대전 시절 비행기부터 콩코드 여객기 등 거대한 비행기들도 넉넉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왼쪽에 꼬리날개가 보이는 비행기가 콩코드 여객기입니다. 정말 커다란 전시장입니다.


 격납고 형태의 커다란 박물관은 크게 2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비행기들을 전시한 보잉 격납고(Boeing Aviation Hangar)와 제임스 S. 맥도넬 우주 격납고(James S. McDonnell Space Hangar)입니다.

 전시장은 정말 거대해서 보잉 격납고는 콩코드 여객기, B-29, SR-71 등이, 우주 격납고는 절반 정도의 면적에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실물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래 내부 지도 참조)


박물관에서 가져온 박물관 지도입니다. 저 거대한 비행기들이 여러대 들어가 있는 거대한 규모입니다


 수많은 비행기들 중 저에게 특별했던 비행기 위주로 소개하겠습니다. 세부적으로 번호 뒤에 알파벳을 붙여서 용도별, 군별, 세대별로 구분하지만 그건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그 구분을 알 정도로 밀덕도 아니고요.


1. SR-71A 블랙버드 (Lockheed SR-71A Blackbird)


 냉전 시대에 개발되어 아직까지도 가장 빠른 정찰기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최고속도가 자그마치 마하 3.3(3,620km/h)으로 소련의 정보를 수집했지만 너무 고공에서 초고속으로 날아서 소련이 격추시킬 수 없었다고 합니다.

 꼬리 날개에는 록히드 마틴의 내부 개발팀인 스컹크 웍스(The Skunk Works)의 로고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 팀은 말도 안 되는 성능의 기술을 개발하는 팀으로 밀덕들 사이에서는 유명합니다.

 영화 탑건: 매버릭 초반에 톰 크루즈가 마하 9에 도전하는 장면에 나오는 비행기도 SR-71 비슷하게 생겼고 꼬리 날개에 스컹크 웍스의 로고가 그려져 있습니다.

 속도도 너무 빠르고 고도가 높아 조종사들은 우주복 같은 내압복과 공기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했다고 하네요. 냉전시대가 끝나면서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SR-71은 퇴역했지만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에 뛰어난 성능으로 아직도 전설적으로 정찰기로 남아있습니다.

어딜 봐서 70~80년대에 날아다니던 비행기인가요
꼬리날개에 스컹크 웍스 로고가 있습니다.


2. F-4S 팬텀 (McDonnell F-4S Phantom II)


  1960년 처음 배치됐고 1970년대 초 베트남 전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했던 전폭기(전투기+폭격기)입니다. 마하 2.2로 속도도 빠르면서 엄청난 무장 탑재량을 자랑해서 베트남에 폭격을 가하는 영상에 참 많이 나온 전폭기입니다. 미국에선 진작에 퇴역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진영 공군에선 아직도 일부 현역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공사출신 조종사였던 제 친구가 2000년대 초반에 몰았던 전투기가 F-4 팬텀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도 "아직도 팬텀이 날아다녀?"라고 제가 물었을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끔 추락사고 뉴스가 나올 정도로 노후화된 기종으로 어서 퇴역시켰으면 하지만 여전히 엄청난 폭탄 탑재능력과 북한 공군의 주력기가 미그-19, 21 이기 때문에 아직은 쓸모가 있나 봅니다.

지금은 전투기 따로 폭격기 따로 운용하지만 두가지를 합친 전폭기라는 개념에 아주 충실했던 기체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현역에 있는 건 좀 너무합니다


3. X-35B 스트라이크 파이터 (Lockheed Martin X-35B Joint Strike Fighter)


 우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의 미 해군 항공모함 함재기로 개발된 기체입니다. 짧은 이륙거리와 수직착륙을 위해 후방 엔진이 비행중일 때는 뒤쪽으로, 착륙할 때는 90도 아래로 꺾입니다. 현재는 미 해군은 사용하지 않고 해병대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해군이 향후 경항모용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F-35B는 조금 달라서 후방 엔진이 아닌 기체 중앙에 수직 이착륙을 위한 회전식 엔진이 배치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엔진이 돌아가다 보니 미사일 등 탑재량이 줄어들고 항속거리도 짧아지는 단점이 있기도 하지만 디자인은 참 멋집니다.

스텔스기의 특징 중 하나인 각진 모서리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4. F/A-18C 호넷 (McDonnell Douglas F/A-18C Hornet)


  F-14 톰캣 퇴역 후 현재 운용 중인 미 해군 함재기의 표준입니다. 위에 언급한 X-35B가 성능이 뛰어나지만 너무 비싸기도 하고 공군이 사용하는 기종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해군이 F/A-18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개량형인  F/A-18 슈퍼호넷이 배치되고 있는데 영화 탑건:매버릭에 나온 기종입니다.

앞 날개 중간이 살짝 꺾여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5. F-14 톰캣 (Grumman F-14D (R) Tomcat)


 예 맞습니다. 오래전 톰 크루즈 형님이 탑건에서 몰았던 바로 그 F-14 톰캣입니다. 성능도 좋았고 이란을 제외하고는 동맹국에게 절대 수출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아꼈던 기종입니다.

 이착륙 때나 평시 비행 때는 주날개를 펼치고 고속비행 때는 뒤로 물러서 전체적으로 델타익(삼각형 날개) 비슷하게 변하는 가변익이 특징입니다.

 지금 봐도 디자인이 정말 멋지고 어릴 적 프라모델을 만들어본 데다 영화 탑건의 영향으로 지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전투기입니다. 이걸 실물로 보다니 정말 가슴이 뛰었습니다.

위에서 찍어야 멋지게 나오는데 저 위 전망대에 올라가서 찍을 걸 그랬습니다.


6. B-29 (Boeing B-29 Superfortress Enola Gay)


  2차 세계대전을 끝낸 원자폭탄을 실어 날랐던 유명한 폭격기 B-29입니다. 영문명 뒤에 붙은 별명 에놀라 게이(Enola Gay)는 조종사의 어머니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봐도 거대한 몸집인데 프로펠러 비행기로 당시에 미국 본토에서 원자폭탄을 싣고 태평양을 횡단한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죠.

일본으로 원자폭탄을 실어날라서 2차대전을 마무리한 역사적 폭격기 B-29입니다.
수직 꼬리날개에 R이라고 새겨진 뜻은 잘 모르겠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조종석 사진입니다.


7. 콩코드 여객기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으로 만들었던 전설적인 초음속 여객기입니다. 최대 속도 마하 2.04로 런던과 뉴욕, 파리와 뉴욕 사이를 불과 4시간 만에 비행했습니다. 최대 120명 밖에 탈 수 없지만 항공요금이 일반 비행기의 10배 수준으로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것이 나은 사업가, 연예인 등이 주 이용고객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제성이 너무 떨어지고 항공편도 얼마 없으며, 초음속 돌파 때 소닉붐 피해 등 여러 문제점이 있었고 2000년에 추락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결국 2003년 완전히 퇴역했고 그중 한대가 여기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여기 전시된 비행기는 에어 프랑스가 운행했던 기체네요.

초음속 여객기 답게 참 날렵하게 생겼습니다.
너무 길어서 2층에서 봐도 화각이 안잡혀 대각선으로 찍었습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삼각형 모양 날개를 델타익이라고 부릅니다.


8. 미국 국뽕의 정수. 우주왕복선


 우주 격납고(Space Hangar)로 향하니 입구부터 미국 국뽕이 뿜뿜하고 있습니다. 뒤쪽에 커다란 성조기를 배경으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정면이 보이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유명한 허블 우주망원경을 실어 날랐던 우주왕복선입니다. 비극적인 챌린저호와 콜럼비아호 폭발 사고와 경제성 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우주왕복선 자체가 퇴역했지만 저에게는 어릴 적 TV 뉴스를 통해 솟아오르던 우주왕복선의 이미지가 선명합니다. 우주인이 우주유영을 하면서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던 장면도 기억에 남고요.

 이제는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을 통해 훨씬 경제성이 좋아졌지만 저에게 우주왕복선은 매끈한 디자인과 함께 우주 탐험을 위해 전력을 다하던 마지막 낭만의 시대로 기억에 새겨져 있습니다.

 동체 표면은 발사 때와 특히 대기권 재진입시 마찰열을 버티기 위한 열 차폐 타일이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여행 후 단톡방에서 이 타일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소연 박사께서 답을 해주셨는데요. 타일마다 있는 조그만 구멍은 방수제를 주입하고 막은 구멍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타일 전면에 방수제를 도포했었는데 셔틀 몸체에 타일을 붙이는 접착제와 호환이 되지 않아서 타일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서 바늘로 방수제를 주입하도록 바뀌었다고 합니다. 비행을 이미 한 타일은 구멍 주위에 하얀 원을 표시해서 재사용인지 새 타일인지 구분되도록 했답니다.

 그리고 앞부분은 검고 뒷부분은 흰색인데 견딜 수 있는 최대 온도에 따라 색깔을 구분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코(?) 부분이 더 높은 마찰열이 발생할 테고 검은색 타일이 더 높은 온도를 견디도록 설계된 것 같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나라들이 감히 따라잡기 힘들지? 하고 자신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열차폐 타일과 우주 공간에서 방향전환을 위한 노즐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글씨가 선명합니다. 후미 엔진은 로켓엔진으로 각도가 조절됩니다.
2층에서 내려다본 디스커버리호의 위용. 국호와 성조기가 선명합니다.


9. 기타 등등


 그 외에도 화성탐사용 로버 패스 파인더(Path Finder)의 실험용 모형과 아폴로 11호 조종사들이 복귀 후 혹시 모를 생물학적 오염을 방지하고자 격리되어 있던 캡슐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패스 파인더는 영화 ‘마션(Martian)’에서 주인공 맷 딜런이 찾아내서 지구와의 통신에 사용하지요.

 아폴로 11호 격리용 캡슐 역시 영화 ‘퍼스트 맨(First Man)’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달에 공기가 없으니 당연히 생물이 살 수 없지만 처음 다녀온 달이니 혹시 모를 미생물이 있을까 봐 격리했고 며칠간 머물다 가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 동반해서 재미있는 설명과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셨던 세 박사님들과도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강환 박사님은 마산 출신으로 제가 마산, NC 다이노스에서 일했다 하니 무척 반가워해 주셨습니다.

화성 탐사선에 실려 현재 화성에 남아있는 탐사 로버 패스파인더의 모형과 아폴로 11호 우주인들이 지구 귀환 뒤 격리되어 있던 캡슐의 실물입니다.
이정모 전 과천 국립과학관 관장님과 함께
K박사로 더 알려진 천문학자 이강환 박사님, 우리나라 최초이자 아직까지 마지막 우주인 이소연 박사님과 함께


 저녁 식사로 호텔이 있는 Rockville의 한국식 고기 뷔페인 꿀돼지(Honey Pig)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미국 전역에 꽤 많은 체인점이 있는데  여기가 본점이라고 합니다. 정말 푸짐하더군요. 원래는 뷔페인데 단체 손님을 위해 이렇게 크게 불판에 종류별로 다 넣은 메뉴가 있네요.

 외부에 있는 저 아주머니 캐릭터가 재밌다 했는데 진짜로 똑같이 생기신 사장님이 서빙을 해주셔서 놀랬습니다.


 실질적인 여행 첫날인 4월 6일을 마무리하고 다음날은 다시 이날 못 본 백악관, 국회의사당을 잠깐 보고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을 관람한 뒤 코닝(Corning)으로 이동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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