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폴리 아 되> 감상기
영화 <조커: 폴리 아 되>를 보고 왔습니다.
전편인 <조커(2019년 개봉)>가 워낙 강렬한 영화였기에 개봉일정이 잡히자 벼르고 있다 오늘에야 봤습니다.
전편인 <조커>는 다른 DC코믹스를 각색한 영화와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명작이었습니다. 히어로가 아닌 빌런이 주인공이며 그가 왜 빌런이 될 수밖에 없었나를 다뤘기에 기존의 배트맨 시리즈와는 독립적인 이야기로 보였습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휩쓸었을 때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강력한 경쟁작이기도 했고 호아킨 피닉스는 남우주연상을 탔었지요.
특히 호아킨 피닉스가 어릴 적부터 차별과 냉대, 폭력에 시달리다 살인을 저지르고 조커로 분장한 채 계단을 내려오며 춤을 추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남을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커: 폴리 아 되>는 같은 감독(토드 필립스)이 만든 속편이지만 전편과는 전혀 다른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전편과 이야기만 연결될 뿐 영화 문법이 완전히 달랐고, 특히 결말이 너무 충격적이라 미루지 않고 바로 감상기를 쓰겠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일부러 평론이나 유튜브 영화 프리뷰도 보지 않았고, 영화를 본 뒤에도 아무것도 참고하지 않은 채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기임을 밝힙니다.
부제인 Folie à deux는 프랑스어로 직역하면 '둘의(à deux) 광기(folie)'라는 뜻으로, '공유정신병적 장애'(shared psychosis 혹은 shared delusional disorder)를 의미한다고 한다. 정신의학 용어로 등재되어 있기 때문에 영어 사전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by 나무위키)
전편이 조커 한 명의 이야기라면 이번 영화는 조커와 할리퀸(리 퀸젤 - 레이디 가가)의 이야기입니다.
전편에서 무명의 코미디언이자 사회적 약자이던 아서 플렉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내면의 광기가 결합되면서 조커로 태어나고 아캄 정신병원(이지만 사실상 감옥)에 수감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2편은 아캄 정신병원에 수감된 아서플렉과 조커가 같은 사람인지, 아니면 어릴 적 학대를 받아 방어기제로 조커라는 자아를 만들어낸 것인지를 놓고 변호사와 검사(하비 덴트)가 법정 대결을 벌입니다.
아캄에 갇혀 나름 모범수(?)로 지내던 아서 플렉이 역시 환자로 입원해 있는 조커의 추종자 리를 만나 잠들어 있던 내면의 조커를 다시 깨웁니다.
법정에 출석하면서부터 조커와 할리 퀸은 사실상 하나의 자아를 둘이 공유하는 커플이 됩니다. 폴리 아 되(folie à deux)란 이런 정신상태인가 봅니다.
평소 소극적이고 자세마저 구부정해서 왜소해 보이는 아서 플렉은 뮤즈인 리를 만나 점점 조커의 모습을 찾아갑니다. 나중에는 조커의 광대 분장과 붉은 양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할 때에는 오롯이 조커가 되어 자세도 아주 꼿꼿하고 당당해서 체격도 커 보입니다.
역시나 호아킨 피닉스는 견갑골이 뿔처럼 솟아 보일 정도로 체중을 빼고 밑도 끝도 없이 웃고, 조커 분장을 하면 누구보다 당당하게 변신하는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합니다. 또한 노래와 춤(탭 댄스)도 생각보다 너무 잘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챕터에 하지요.
레이디 가가 역시 조커에 매료된 정신병 환자에서 아서 플렉의 내면에서 조커를 끌어내는 섹시한 뮤즈가 되는 연기를 인상 깊게 합니다. 거기에 노래와 춤까지 보여주며 정말 미친 여자 연기로 또 다른 할리 퀸 역을 했던 마고 로비와는 결이 다른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가장 당혹스러우면서도 매혹적인 부분은 전편과 달리 뮤지컬 영화라는 겁니다.
물론 전편에도 음악이 굉장히 중요하게 사용됐습니다. 특히 Jimmy Durante의 'Smile'은 부드럽고 따뜻한 음악을 배경으로 광대 분장을 하고 살인을 벌이며 고담시에 혼란을 조장하는 조커의 양면성을 보여줄 때 나오는 OST였습니다.
이번 편은 아예 뮤지컬 영화가 됐습니다. 정신병원 안에서 죄수와 교도관도 노래하고 조커와 할리 퀸 둘이 만날 때도 노래를 합니다. 때론 감옥과 법정에서 갑자기 화면이 바뀌며 무대 위에서 분장한 조커와 할리 퀸이 공연을 펼칩니다. 법정 자체가 뮤지컬 무대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무대로 바뀌는 장면은 모두 조커의 상상이나 망상입니다.
실제든 망상이든 소극적이고 초라한 아서 플렉이 노래를 부를 때는 당당하고 종잡을 수 없는 조커가 됩니다. 할리 퀸은 내내 조커를 고양시키고 노래를 합니다. 역시나 레이디 가가는 가수이기에 정말 노래를 잘해서 그걸 보는 맛도 좋긴 합니다. 여기에 호아킨 피닉스 역시 꿀리지 않고 중간에 멋진 탭댄스도 보여줍니다. 역시 명배우입니다.
그런데 사실 노래하고 무대로 전환되는 망상을 보다 보면 좀 뜬금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왜 토드 필립스 감독이 이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뮤지컬로 만들었는지 이동진 평론가의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계속 뜨지만 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조커의 살인을 비롯한 모든 행동이 사실상 조커의 망상이 만들어낸 쇼이고 조커의 쇼에 반한 할리 퀸도 조커가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에 노래를 하지 말라고 하는 조커의 만류를 거부하고 계속 노래를 하는 할리 퀸의 행동이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자세히는 밝히지 않겠지만 후반부 결말로 가는 클라이맥스는 놀람의 연속이었습니다.
마지막 판결이 나면서 어떻게 될까 할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은 누가 일으켰는지 끝까지 명확지 않습니다. 마지막 결말도 이건 뭐지? 이렇게 끝낸다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편처럼 쿠키영상도 없어서 3편을 예고하지는 않았지만 3편이 만들어진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거나 우리가 알던 전형적인 조커가 등장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직접 보시고 판단하시기를.
극장 자체가 불황이라고는 해도 화제에 비해 개봉 2주차 토요일 오후에 사람이 너무 없었습니다. 롯데시네마 박스오피스에서도 9위더군요.
갑자기 뮤지컬로 바뀐 영화 스타일과 코믹스처럼 할리 퀸으로 인해 아캄을 탈출해서 혼란을 일으키는 스토리가 아닌 법정드라마로 간 것이 대중의 기대와 너무 달랐을까요?
1편만큼은 아닐지라도 이 정도 싸늘한 반응을 받을 영화라고는 생각 안 하는데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3편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