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팀장님께 전화가 왔다. 한창 일 이야기를 했다. 얼마 전 참석한 회의에서 내가 받은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한창 이야기 다 하고 나니 팀장님 하신 말씀.
"이야기 다 끝났지? 그럼 내 말할게. 지난번 면담 때 아는 언니 선임이 업무 이동할 시기가 되었다고 한 거 있잖아. 아는 언니가 러시아 담당자로 이동하면 될 것 같아. 그동안 러시아를 담당하던 B가 유럽으로 이동하고, 유럽 담당하던 C가 러시아로 와서 함께 일하면 될 거야. C가 꽤 오래 유럽을 했으니, 함께 도와가면서 하면 돼. 그리고 우리 팀에 새 로오는 D가 아는 언니 선임이 하던 업무를 하게 될 거고." 마치 테트리스 조각 퍼즐 맞추듯, 기존의 업무 하던 사람이 다른 일을 하고, 또 빈자리를 채운다.
그렇게 통화로 업무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2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 주요 시뮬레이션을 하고, 매주 보고자료를 만들고, 피드백을 받아 상세 사유를 파악하고... 같은 일의 반복이라 했지만 주요 의사결정자들의 관점을 제일 가까운 곳에서 보고 어깨 너머로 배울 수 있었다. 그것이 있었기 때문에 매주 이어지는 긴장 속에서도 내 일의 자부심을 느끼고 배워간다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다.
삶을 바라보는 인간의 방식은 그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렇지만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발전이 없다. 이제 일은 손에서 익숙해지고, 숫자를 보는 감각은 늘었지만, 지역의 상세한 이슈를 팔로 업하고 해결해주기 위한 실무 감은 현저히 떨어진 것을 느낀다. 그래서 이동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팀장께 했고 그것이 성사된 순간이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터라 이 모든 이야기를 전화로 해서일까? 전화를 끊고 마음이 한동안 싱숭생숭했다. 한편에 지금 이곳에 남아서 익숙한 일을 익숙한 사람들과 하고 싶다는 바람, 다른 한편에 새로운 업무에 대해 적응해야 할 부담이 교차했다.
특별한 기회를 기다리지 마세요.
평범한 일들을 멋진 기회로 만드세요
-오리슨 스웨트 마든-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나는 늘 내가 있는 이곳에서 최대한 여러 곳으로 뻗어나가고 글로벌 경험을 하길 원했었다. 이제 드디어 러시아까지 경험하는구나 생각하면 내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좋은 기회가 된다. 중남미 - 아시아 - 아프리카 -러시아 참 다양하게도 경험한다.
생각하니 시원섭섭한 마음에서 다시 가슴이 뛴다. 핸드폰의 세계 시계에 러시아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추가했다. 같은 나라인데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의 시간차가 5시간이나 난다. 와.... 대륙이다.
이제 오늘 출근해서는 마지막으로 이번 주 업무를 정리하고 새로 받는 업무를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지 최대한 스펀지처럼 흡수할 때다. 새로운 지역을 담당할 때는 선임처럼 이 아니라 책임처럼 일해야겠다. 누가 시킨 일 팔로업 하던 선임이 아니라, 큰 방향성을 더 멀리 내다볼 줄 알고 영업 팀장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방향성과 정보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변화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나를 더욱 성장하게 할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나를 믿고 마무리 잘하는 한주 보내고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