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결국엔, 자기 발견> 최호진 지음
<결국엔, 자기 발견>은 우선 읽기도 쉽고 들고 다니기도 쉽다. 그래서 책이 도착하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목차는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회사 가기가 죽기보다 힘든 직장인이었습니다'에서는 하루에 제일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직장인이 왜 힘들어하는지를 명쾌한 단어로 짚어주어 공감을 이끌어 낸다. 그 답은 바로 '성장'.
회사에서 인정받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잘 다니고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성장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면 힘들다는 말이 내 가슴에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왜 내가 힘든지에 대해 정확히 파고든 문장이었다.
2부에서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기 위한 과정으로 버킷리스트를 써보는 방법을 소개한다. 작가의 경험담과 지인들과 써 내려간 버킷리스트 그리고 버킷리스트 모임을 운영하며 느낀 이야기를 통해 작가뿐만 아니라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버킷리스트를 쓰며 자신의 인생을 내비게이션처럼 활용할 수 있었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버킷리스트를 쓰는 방법으로는 꼭 당장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는 거창한 꿈에서부터 시작해 세세하게 숫자까지 정해서 쓰는 방법 등을 소개하는데 그 방식을 읽으면서 나는 괜스레 설레는 것을 느꼈다.
사실 매해 연말이나 연초에 나를 들들 볶아서 힘들게 했던 지난 몇 년이 떠올랐다. 나이는 먹는데 이 루어 논 것이 없이 이렇게 시간이 갈까 봐 두려워서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마음속으로 번뇌와 고민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이렇게 하나씩 실천하고 실행했던 과정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나도 당장 시작할 수 있고, 그리고 그 리스트를 얼마나 이루었는지 생각할 연말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성장욕구가 크고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컨트롤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고민하고 괴로워했을 시간들이 공감이 되고 또 버킷리스트를 쓰고 그것을 실천하면서 얼마나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지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휴직과 퇴사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체크하고 끊임없이 과감한 시도를 실행하는 작가님의 모습을 보며 나도 이렇게 후회와 불평불만만 하며 시간을 보내지 말고 소소하게 하나씩 실행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님은 은행원이란 직장생활 이외에 N 잡러로서 작가, 퍼실리 에이터, 동기부여가를 꿈꾼다고 한다.
그저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던 싱싱한 직장 초년생에서 10년을 넘긴 나는 이제 내가 어린 시절 팀장이 되지 못한 부장님 차장님들을 보던 시선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그 시절 열정을 가져가고 싶지만 회사에서는 그 열정이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어가는 기분이 들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하나의 해결책을 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모든 열정의 크기를 조금씩 나눠서 여러 씨앗을 심어두자는 것이다. 물론 이 결심은 어제오늘은 아니다. 여러 개의 씨앗을 심어두면 하나가 자라다 시들어도 다른 씨앗에 신경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잊고 다시 돌봐야 할 것들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다. 삶의 지혜란 그런 것 같다. 이전에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했다면, 지금은 여러 씨앗을 분산시켜 돌볼 줄 알아야 한다. 그 지혜를 이 책을 통해 더 세기게 된다.
연말을 맞아 출간된 것 또한 아주 똑똑한 시기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온 서점의 베스트셀러란에 작가님의 책이 널리 올라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