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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파 Feb 11. 2024

외국어로서 중국어 vs 스페인어 vs 영어

셋 중 너 스타일이 하나는 있겠지...!

나는 영어를 전공하고 한 학기 스페인으로 어학연수를 갔다 왔으며, 1년 간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살았다. 그러니 이 세 가지 언어 중 모국어로 배운 것은 없고, 모두 성인이 된 이후에 습득한 셈이다. (아, 영어는 초등학생 때부터) 세 가지 언어를 공부하면서 각각 언어의 특성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한국인이 배우기에 어떤 언어가 가장 적합한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그 생각을 오늘 글로 풀어보고자 한다.


*다만 모든 주장에 충분한 단서와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언어 습득 환경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수준임을 밝힌다.


첫째. 영어를 잘하면 스페인어를 하는데 유리한가? -그렇다.

너무 당연한 질의인가? 사실 맞다. 두 언어 모두 라틴어가 어원이기 때문에 비슷한 부분이 많다. 영어를 모국어로 한 사람은 스페인어를 배우기 쉽고, 그 반대의 경우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for example(영어) -> por ejemplo (스페인어)

government -> gobierno

단어가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기억하기 용이하다.

물론, apple -> manzana처럼 아예 형태가 다른 경우도 왕왕 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문화권 언어 사용자인 내가 봤을 때 가장 유리한 부분은 문법적인 부분이다.

영어에서 ‘of’는 스페인어에서 ‘de'와 유사하며 명사형과 함께 쓰이는 문법적인 성질도 동일하다.

of you -> de ti

그러니까, 본인 모국어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서 쓰면 대충 맞는다는 것이다.


나는 포르투갈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비교하기 어렵지만 스페인에서 강의를 들을 때, 브라질 사람들이 회화에 정말 강했다. 영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가 비슷해서 그렇다고 했다.


둘째. 중국어와 한국어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 중국어가 영어와 어순이 같아서 중국인들이 영어를 잘한다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어 사용자로서 중국어를 배울 때는 확실히 메리트가 있다.

처음에 성조(음의 높낮이), 병음(읽는 방법), 한자를 익히고 이것을 입 밖으로 내뱉기까지가 좀 어려운데, 이 과정만 지나면 한결 수월하다.


 예를 들어, 가버리다 -> 去掉了

去: 가다
掉: 버리다
了: 동작의 완료

이렇게 구성되어 ‘가+버리다’인 우리말과 순서가 같다.


물론, 단어도 비슷하다.

발음과 한자에서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다.

学校 (학교): 우리말 ‘학교’와 한자가 같다(번체, 간체 차이일 뿐)
政府 (정부): 우리말 ‘정부’와 한자도 같고 발음도 zhengfu(쩡푸)로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문화가 비슷해서인지 말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자리가 비었는지 물을 때,
(한국어) 여기 사람 있나요?
(중국어) 有人吗?

有: 있다
人: 사람
吗: 의문어기조사

정말 한국어랑 똑같이 ‘사람 있나요?’라고 물어본다.

영어는 보통 Is this seat taken? (이 자리가 찼나요?) 스페인어는 esta ocupado este asiento? (영어와 동일) 정도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가 언어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신기하다고 느꼈던 것이 우리도 친구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거나 하면 ‘너 약 먹을 시간이다.‘라고 하듯이 중국어로도 똑같다.

你吃药了吗?(너 약 먹었어??)
该吃药了(너 약 먹어야 돼.)
이런 이모지도 있다.

진짜 약 먹어야 될 때도 똑같은 표현을 쓰고, 장난으로 ’ 너 정신 상태가 안 좋아서 약 먹어야겠다.‘할 때도 이 표현을 쓴다.


말하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것은 결국 (언어를 구성하는) 사고방식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언어를 배우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잘하려면 소위 ‘영어식 사고’를 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원어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표현방식, 유머 등을 우리 입장에서는 새롭게 습득해야 하는데, 그것이 정말 쉽지 않다. 나는 영어를 사용할 때, 직선이 아닌 에둘러 가는 방식으로 말을 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 물론 당연히 나의 영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지만, 우리가 느끼는 바를 그대로 표현하는 적합한 대체 표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셋째. 한국인은 스페인어 발음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데 굉장히 유리하다.

스페인어의 모든 발음을 (rr발음만 빼고) 한글로 표현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스페인어 단어를 읽는다고 치면 그 소리 그대로 한글을 사용해 문자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mazana -> 만사나

hola -> 올라

todo-> 또도

스페인어는 정확한 된소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직하게 그대로 읽으면 원어민처럼 읽을 수 있다.


넷째.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는 성인이라면, 그리고 외국어를 배우기 원한다면, 1년 정도 국내에서 문법 기초를 닦고 현지에서 6개월 공부하는 방식을 가장 추천한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종합했을 때, 이렇게 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으로 단시간에 언어 레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나의 경우 지금은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언어실력이 많이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갔다 온 직후에는 최소한 현지인과 가벼운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고 혼자서 해외에서 생활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다.(은행이나 비자 업무 등 제외 <- 솔직히 이건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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