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아 Jul 06. 2024

오랜만이다 밝은 세상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여 버렸다.

 암울한 글들을 쓰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이었다.


 그때는 그냥 세상이 어두웠다. 무언가를 직접 원해서 한다거나, 이전처럼 넘치는 욕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내가 잘 해내고 있었던 모든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세상 사람들 나만 조용히 살면 다 행복한데 왜 나만 이렇게 해결도 안 되는 우울을 맞받아치고 있을까 싶었다. 사실 나도 알았다. 이별을 했고, 마음속에서는 그가 그리운데 머리로는 돌아가면 안 됐던 걸 알았다.


 이 가벼운 중학교 2학년이라는 나이에 뭘 그리 오버를 하면서 이별을 하나 싶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나에 대해서 항상 강조하는 건 내가 남들보다 약 5년은 앞서간다는 것이었다. 나는 남들보다 항상 빨랐고, 사춘기라는 감정도 남들보다 몇 년은 빨랐고, 공부에 흥미를 느끼거나 재능을 보이는 나이도 빨랐고, 욕구를 느끼는 것도 빨랐고, 통찰력과 예지력도 빠르게 성장했고, 그 덕에 사회생활도 빠르게 했고, 항상 남들보다 성숙하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그는 너무 느렸고, 나는 너무 빨랐다. 상대적인 게 아니라 서로 절대적으로 반대였다. 머리로는 이 상황을 이해해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가슴이 시키는 마음이라 내적 충돌에 더 큰 상처를 입었다. 내 세 번째 우울증이었다.


 암울한 시기가 이어지고 있을 때쯤 나는 나를 너무도 못 챙겨 망가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모두가 내가 잘 살고 평소처럼 멋지게 사는 줄 알았을 것이다. 내가 그 당시 써둔 글들을 보기 전까진. 나는 지금도 사람들에게 종종 내가 1년 전쯤 쓴 글을 보여주고 다닌다. 누가 봐도 내가 그 사람과 만났었다고 격하게 티 내고 누가 봐도 미련 듬뿍 남았는데 아니라고 하면서 나는 지금 힘들다.라고 호소하는 글이었다. 내 지인들은 내가 그렇게 한순간에 미치는 사람은 아닌 걸 알기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갑자기 알아주게 되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며, 남들이 슬퍼하는 순간에 나는 "이제 행복해서 괜찮아! 재밌지?"라고 하고 다닌다. 그렇다. 나는 힘들 때마다 내 미쳐가는 두뇌를 기록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내가 글을 쓴 것은 아니다. 그냥 필이 왔다. 암튼 그런 거다. 그냥 나 보고 다들 잘 쓴다기에 힘들 때도 쓰고 싶었을 뿐이다.


 근데 놀라웠던 건, 글을 쓰는 것이 효과가 있었다는 거다. 내가 쓴 글을 하나둘씩 읽으면서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인식하니까 갑자기 현실 자각이 확 된다. 그리고 나는 행복이라는 오래된 감정을 찾으려 기억을 더듬대고 몸부림쳤지만 실패했다. 그 사람 자체가 행복이었거나, 매일 매시간 행복을 느끼고 살아와서 그런지 어떻게 해야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지 몰랐다. 행복을 느낄 줄 아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그 우울에서 어떻게 또 벗어났을까? 사실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 완전히 그 과정이 기억이 난다기보단 그 과정이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가 기억난다.



 하지만 결국 결론을 뽑아내면 나는 지금 행복하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자기 관리로 행복해질 수 있던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