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기적, 어쩌면 아기가 아닌 엄마의 몫
아기는 100일을 목전에 두고 있다. 1시간 반마다 먹던 신생아 시절에는 50일이 까마득했는데 어느새 무려 '기적'의 시기라 불리는 100일이 코앞이다. 아기도 나를 알아보길 바라던 시기를 지나, 아기도 나를 안아주길 소원하던 시기를 지나, 이젠 정말 아기가 나를 엄마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확신한다. 짧은 이별의 밤을 보낸 뒤 아침 인사를 나눌 때면 아기는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밝은 표정을 있는 힘껏 짜낸다. 그 얼굴이 전쟁 같던 어제의 피로를 잊게 하고, 오늘의 승리를 기대하게 한다.
육아는 여전히 어렵다. 많은 육아 아이템이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며 외관상으론 진화가 일어나는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느 날은 아기와 손발이 척척 맞지만 때론 아기가 작정한 듯 나를 구석구석 괴롭히기도 한다. 스스로 육아 천재라 자찬하다가도 아기 등을 두드리는 손에 약간이라도 원망의 힘이 실릴 때면 자책하고 좌절한다. 고작 이 작은 아기를 감정의 파도에 휘말리게 하다니. 곤히 자는 얼굴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때때로 이 모든 게 환상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세상에 모든 엄마들이 이 고난을 겪었고, 세상에 모든 아이와 어른들이 이 고난을 먹고 자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나를 다그치려고 세상이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을 만든 건 아닐까. 이토록 많은 날밤과 눈물과 기저귀와 손수건을, 정말 모든 사람들이 견뎌냈다는 게 경이롭고 의아하다. 부모라서 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해냈기에 부모가 된 걸까. 나는 아직은 후자에 가까운 듯하다. 흔쾌히 한다기보단 기꺼이 해내는 쪽이다. 아직도 여러 번 무너지고 일어서길 반복한다. 물론 무너뜨리는 것도, 일으켜 세우는 것도 내 아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