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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이 Jan 11. 2024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3

고양이와의 인연과 현재진행형 일상.

3.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 1



 이번 이야기는 지난 이야기로부터 약 8년의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는 나와 고양이의 인연은 없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나는 그 뒤로도 길을 가다가 노란 고양이가 보이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어디로 가는 길일까 하고 그 뒷모습을 눈으로 계속 좇았다. 그리고 어쩌다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고양이들은 나의 미소를 보고 한껏 확신에 차서 자신의 고 귀여운 얼굴을 내 손등에 한 번 툭 쳐주고 간다든지, 꼬리를 꼿꼿이 세우고 부르르 떨며 몽글몽글한 그 몸을 아주 자신감 있게 나의 다리에 실컷 비벼주고 가곤 했었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고양이들, 특히 노란 고양이들은 언제나 사랑스럽고 가끔은 아련하기도 한 민들레 씨같이 가벼이 날리는 털들을 묻히고 갔다.   




내가 원래 하던 직업과 관련된 약간 다른 진로를 가려고 결심하고 오로지 공부에 몰두를 해야만 했을 때였다. 그 전해에 시험 삼아 쳐 보던 시험의 티오가 너무도 없어서 진작부터 좌절을 하고 그래서 또 결과도 좋지 않았다. 새로운 마음을 먹고 스터디카페도 새로이 끊으며 내 마음은 두려움 반, 용기 반이었다. 굳이 비율을 더 두자면 두려움 쪽이 더 컸지만. 벚꽃이 떨어지는 계절이 다가올수록 ‘나만 빼고 다 봄이다’라는 생각에 서글퍼졌기에. 게으름피우기에는 한 살을 더 먹었음이 실감 나기에. 그리고 피할 수도 없는 시험날짜가 어떻게든 성큼 다가오고 있었기에.      




공부한다고 앉아있느라 내 몸은 하루가 다르게 부어가는 것 같았고 스터디카페든 독서실이든 그냥 일반 카페든 어느 곳 할 거 없이 공부에만 몰두하기에 갑갑한 장소인 건 매 한 가지였다. 봄바람이 간질이는 이 역설적이게 아름다운 계절은, 단조로운 조명이 비추고 볼펜 소리 외에는 적막만이 가득한 곳에 갇혀 있는 내 신세를 더욱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그런 현실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려움만 앞선 내 마음에 갇힌 나를 구해줄 무엇인가가 없었다. 때로는 머리를 식혀줄 시간과 공간 혹은 다른 것이 필요했던 것 같다.

    



돈 들일 필요도 없고 오직 내 두 다리만 있으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가까운 곳을 산책하는 것이었다. 내 산책에는 혼자만의 몇 가지 철칙이 있었다. 일단 조용하고 사람들이 많지 않아야 한다. 이 예시의 반대 예시를 말하자면, 번화가처럼 사람들이 모이고 음악 소리가 시끄러운 곳이다. 나는 그런 곳에 가면 기가 빨린다는 느낌을 너무도 많이 받았기에 기분 전환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조용한 곳이어야 했다. 두 번째는 그래도 기왕 산책하는 거 도시의 기운보다는 자연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어야 했다. 나무가 있든 바다가 있든. 하지만 어쩌나. 내가 사는 곳은 바다를 보려면, 가장 가까운 곳도 차로 1시간 반을 가야만 했다. 그래서 결국 답은 하나였다. 뒤에는 자그마한 산이 있는, 어느 초등학교 후문 뒤편 산 밑에 있는 넓지만 한적한 오르막 골목길.     

 



그곳을 내 산책 장소로 정하고 시간은 점심 먹고 가장 나른한 시간인 2시에서 3시 사이로 정했다. 머리가 지쳐서 집중력이 흐려질 때마다,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그곳을 방문하면 되기도 하였지만 그날의 공부를 끝내지 않으면 계획이 자꾸 밀리고 수정되는 것에 따르는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간과 장소를 마음속으로 다 정하고 나서, 어느 날부터인가 그곳으로 발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여기서 네 마리의 고양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서론이 너무 긴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괴로움 속에서 산책 말고도 내 삶에 소소한 낙을 주는 아이들을 만났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사흘 째 되었을까. 그날도 점심 식사 후 나른하고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르막 골목길로 향했다. 그런데 산과 골목길 사이 울타리 같은 것을 쳐 놓은 곳에서 웬 젖소 무늬 고양이가 보였다. 그 고양이는 인간으로 치면 마치 하얀 배 바지에 검은 코트를 걸쳐 입은 것 같았다. 나와 고양이의 두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고양이는 ‘냐옹’하고 울면서 나에게로 다가왔다. 고양이가 배고파 보였지만 나한테는 먹을 것이 없었기에 1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 서둘러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에서 고양이용 먹이를 하나 집어 들고 서둘러 계산한 후 부리나케 달려왔다. 혹시나 고양이가 그 자리를 떠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해 보니 다행히도 고양이는 나를 다시 알아보고는 ‘냐오옹’하며 꼬리를 꼿꼿이 세운 채 부르르 떨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산 간식은 습식 간식이었는데 고양이는 아주 귀엽게, -너무도 가엽지만 귀엽게- 쩝쩝 소리를 내면서 먹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느 순간 이 고양이와 아주 닮은 또 다른 젖소 무늬 고양이가 쪼그려 앉은 내 뒤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먹고 싶다는 듯이 ‘냐옹!’하며 짧게 울었다. 덩치로 따지면 뒤에 따라온 이 고양이가 더 컸는데 어딘가 두 고양이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형제인가?’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또 다른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시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슬며시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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