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올챙이 운전시절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은 정말 능숙하다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혼자서 다 깨친 것만 같다고. 아무런 어려움도, 시행착오도 전혀 없었을 것만 같다고.
그러나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도 우리가 몰랐던 개울가의 올챙이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운전 연수를 받고 자차를 운전한 지 어느덧 5년 차가 되었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은 생생하다.
면허를 따고도 5년이 지나서 장롱 면허였던 나는, 어느 날 차가 생겼다. 그래서 어느 운전학원에 연락해 곧바로 운전 연수를 등록했다.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던 내 첫 연수는, 이내 아주 두렵고 짜증 나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되었다. 원체 성격이 급했던 나는, 또 남한테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나는, 아주 자존감이 박살이 나버렸다. 더군다나 그때 일하던 곳에서도 신규나 다름이 없어서 일할 때도 나는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사실 그 직장 스트레스 하나만으로도 너무 벅찼다. 그런데 운전까지 내 맘대로 되지가 않다니.
사소한 실수가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운전이기에 더욱더 조심하고 혼이 나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래저래 혼나고 치이는 당시의 내 삶이 조금은, 아니 꽤 많이 서럽고 속상했던 것이다. 그래도 어느덧 운전에 익숙해질 때쯤에는 옆에 아빠를 태우고는 조금씩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다니던 회사에서 이직을 하게 되고, 이제는 자차를 혼자서 몰고 다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아무도 태우지 않고 운전대를 잡으면서, ‘이거 정말 맞나? 내 주변 사람들 다 비키세요!’ 하고 마음으로 소리쳤다. 그리고 혼잣말도 늘어났다.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나의 불안함은 혼잣말을 불렀다.
“어떻게 하지? 이거 맞나? 나 이렇게 운전대 잡는 게 맞는 거야? 세상 사람들 다 비키세요! “
하루는 내가 사는 곳에서 차로 30분은 더 가야 하는 곳에서 친구를 만나서 영화를 보기로 했었다. 내가 운전을 한 지 3개월쯤 되었을 어느 하루였다.
그래도 그때 즈음에 나는 조금은 도전정신이 생겨있었다. 비록 초행길이고 영화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늦으면 양해를 구하기도 힘들 것을 알면서도 꼭 내 차를 운전해서 그곳에 가고 싶었다. 친구한테도 ‘나 이제 운전 좀 할 수 있어'라고 내심 우쭐대고 싶었고 또한 ‘너도 이제 정말 어른이구나’하고 그녀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 자만심 같은 내 마음과는 반대로, 정해진 시간 안에 영화관 앞에 도착해서 주차까지 완벽하게 하고 적어도 상영시간 5분 전까지는 들어가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시간은 대략 45분 정도 남아있었고, 네비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속 70km를 달려야 하는 구간 진입 전, 바닥에 쓰인 이륜차 진입 금지라는 표시를 보고 ‘멈칫’하고 말았다. ‘진입금지’라는 말에 1차 당황하고 그다음으로 이륜차가 뭐였지라고 생각해 버렸던 것이다. 급브레이크를 밟아버렸고 곧바로 비상깜빡이 버튼을 눌렀지만 뒤에 차는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이내 빵~하고 경적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다시 차분히 생각해보려고 했다. ’아, 이륜차는 오토바이를 말하는 거잖아. 진입금지라는 말에도 놀라서 멈추는 꼴이라니.‘
그렇게 겨우 진입하여 좌측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조심스레 변경했다. 내 차 뒤에는 다이소에서 산 초보운전 스티커가 큼지막하게 붙어있었고 뒤에서 보면 누구나 ‘이 차는 조심해야 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해해 주고 거리를 둬 주며 양보해 주는 운전자들도 있었지만, 초보든 말든 오히려 빵~ 하고 세게 클락션을 울려대는 운전자들도 있긴 했다. 물론 그들이 ‘초보가 까불고 있네’라며 위협이라는 목적으로 그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운전이 하도 불안해 보여서 ‘어, 그렇게 하면 안 되지!‘하며,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것이었겠지.
그렇게 계속 직진만 하면 되는 구간을 무사히 지나고 난 뒤, 차선을 변경하지 않으면 아예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구간에 오게 되었다. 이를 조금 늦게 깨닫게 된 나는, 계속 깜빡이를 켰으나 끼어들 틈을 잡지 못하고 서행하면서 머뭇거리게 되었다. 영화 시간에 늦을까 봐 마음은 초조했고, 이렇게 미숙하기 짝이 없으면서 자신감 있게 차를 몰고 오려고 했던 내가 너무나 한심스러웠다. 빵빵하는 클락션 소리가 '운전을 왜 저렇게 해?'라고 소리치는 것 같아서 두려워지고, 긴장감으로 겨드랑이가 축축해졌다. 다행히 내 차 뒤에서 대형 트럭 하나가 비상깜빡이를 켜주고 기다려주었다. 그 운전자 분 덕분에 겨우 그곳을 탈출하여 원래 가려했던 길로 진입할 수 있었다. 정말 누군가가 블랙박스로 보는 세상 - 황당한 사건 같은 류의 프로그램에 올려도 될 정도로 아주 왕초보의 끝판왕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상영시간 5분을 남기고 겨우 영화관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평일이어서 주차공간은 여유롭였다. 후진으로 어찌어찌 겨우 주차를 해내고 난 뒤, 친구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친구의 전화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느라 친구도 얼마나 초조했을지. 어쩌면 나보다 더 초조하고 불안했을 것이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영화는 시작했고, 영화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마터면 영화 시간에 늦을 뻔하고, 친구의 기분도 상하게 하고, 도로에서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건지, 계속 마음이 두근두근되고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 하루 내가 미안해야 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의 예상치 못한 급정거로 많이 놀랐을 차 운전자분, 미숙한 초보차 때문에 불안에 떨었을 그 시각 도로 위의 많은 운전자분들, 또 나를 구해주신 트럭 운전자분, 그리고 나를 기다려준 친구까지. 나는 정말 오늘 하루 내 곁의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좀 더 운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차를 몰아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륜차 진입금지라는 말에 당황하고, 미리 차선 변경도 하지 않아서 모두에게 민폐를 끼치고, 내 운전 실력을 예상하지 못하고 약속 시간에 느긋하게 출발해 버리고……
그날 이후로 유튜브에서 운전과 관련된 채널을 구독하고, 블랙박스 리뷰 같은 채널도 구독하며, 자만하지 않고, 또 너무 겁먹지 않으려고 나름의 노력을 했다. 운전이라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임을 인지하면서도, 또 너무 두려워하고 판단이 느려지면 도로의 흐름에 문제를 준다는 것을 인지하려고 했다. 혼자서 많이 몰아보되, 항상 방어운전을 하면서도, 너무 거칠지는 않은 과감함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도 익히려고 했다. 그리고 그런 반복됨이 익숙함이 되고, 불안한 마음보다는 여유가 있는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제 ‘잘’하는 운전자라는 말은 아니다. 나는 운전에 ‘베테랑’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오래 무언가를 했다고 해도,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랬다. 그리고 나만 조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도로에서는 ‘잘’한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하다. 하지만 모두들 이런 비슷한 일들을 겪으면서, 조심스럽고 과감한 운전자들이 되었을 것이다.
너무 겁을 내어도 안된다. 너무 두려워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신감도 위험하다.
나의 올챙이 운전 시절을 생각하면 참 바보 같지만, 그 시절이 없었으면 지금의 내가 없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렇게 되기까지 어떠한 시련이 있었다는 것, 그게 약한 것이든 큰 것이든 그런 시련을 겪고 나면 깨닫게 되고,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