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칸이칸 Dec 07. 2023

몽상이라고 할 수 없는, 베르톨리치 <몽상가들>

프랑스 68 혁명 그리고 구조주의


우연히 아버지가 제게 파리 68 혁명과 관련된 책을 추천해 주셨던 시기에, 아버지와 영화 <몽상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선정적인 내용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제목 몽상가들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The Dreamers (2005)
베르나르도 베루톨루치


낭만과 자유의 열기로 가득한 1968년 파리 영화광인 매튜는 시네마테크에서 쌍둥이 남매 이사벨과 테오를 만난다. 세 사람은 영화와 음악,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여름의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매튜는 이사벨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는 테오와 떨어지려 하지 않고 세 사람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묘한 기류가 흐르게 되는데…



우리 <몽상가들>에 대해 얘기 좀 해보자
 

영화 속 몽상가들이 파리 68 혁명을 배경으로 있어왔던 것 같아. 젊은 아이들이 시위에 참여했던 대목들이 기억이 나네.



왜 제목을 몽상가들이라고 지었을까?


영화 제목을 몽상가들이라고 이름을 했던 건 어떤 면에서는 이상주의자들을 의미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그들은 몽상가라기보다는 이 세계의 근본적 변화를 꿈꿨던, 혁명적인 의식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지. 그러나 역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 어떤 면에서는 그들이 근본적인 목표로 했던 것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큰 변화를 일구어냈다는 점에서 몽상이라 할 수 없지.

 

근데 그러면 모든 주인공이 몽상가는 아닌 것 같은데? 한 명은 시위에 참가 안 하잖아.


 그 손님이었나?


맞아 그 미국에서 온 애


미국에서 온 애지? 그리고 그 프랑스 아이들 둘이는 뛰어들었지. 그지?

 


맞아. 그게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그런 관찰자는 있을 수 있지. 모든 사람들이 다 거기에 동의하거나 모든 사람들이 거기에 다 참여할 수는 없으니까. 또 동조하더라도 거리로 나서지 않을 수도 있지. 68 혁명 당시에 소르본 대학은 '구조는 거리에 나서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하잖아. 여기에서 구조는 그 당시에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비판했던 60년대와 70년대를 풍미했던 구조주의를 이야기하는 거야. 그 당시 주목을 받았던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자크 라캉, 루이 알튀세르, 미셸 푸코로 대표되는 구조주의 사상가들은 '구조는 거리에 나서지 않았다'라고 딱 칠판에 써놓은 거야.

 

이게 무엇을 의미하느냐면 구조주의자들은 주체와 구조와의 관계에 있어서 구조가 더 근원적이라고 봤거든. 인간은 구조로부터 자유로운 존재 및 독립된 주체라고 이때까지 주장해 왔어. 즉 주체가 구조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가치와 목표에 따라서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자신을 던지는 선택의 자유로 역사를 만들어 간다고 이야기를 해왔지만 구조주의자들이 엄밀하게 보기에 이 주체가 실제로는 자율적인 독립된 주체로 있는 게 아니라 그 구조에 지배당하는 예속된 주체였다는 거야. 엄밀하게 봤을 때 이게 구조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핵심적인 내용이야. 그러니까 ‘주체의 죽음’, ‘인간의 죽음’을 이야기한 거야.

 

이때 인간의 죽음은 인간 자체가 죽었다는 게 아니라 데카르트 이래로 서구의 형이상학 또는 서양 철학이 신줏단지처럼 모셔왔던 생각하는 주체 그리고 주체의 우위, 절대성, 영원성 이것을 비판했던 거야. 라캉도 알튀세르도 푸코도 사르트르를 공격했던 거야. 완전히 사르트르가 침몰한 거지. 그런데 그렇게 60년대 사르트르가 무너질 때 68년에 혁명이 일어난 거야. 푸코와 이 구조주의자들이 가졌던 한계가 있었거든.


그 당시에 구조주의자들이 어떤 한계를 가졌었는데?


실존주의자들이 주장했던 주체에 대해 해명할 수 없었던 대목이 있었어. 만약에 주체라는 것이 구조와 체제로부터 자유로워서 스스로 자신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독립된, 어떤 면에서는 초월적인 주체라고 한다면 그들이 어떻게 이데올로기에 세뇌되었는가에 대한 답을 내지 못했던 거야. 왜 그들이 지배 이데올로기에 그렇게 쉽게 세뇌되고 감염되는가 여기에 대해서 답을 할 수 없었던 거야.



근데 거기에 답을 한 사람들이 누구냐? 구조주의자들이었던 거야. 거기에 알튀세르가 답을 했던 거지. 뭐라고 답을 했냐면 주체는 자기를 스스로 구성하는 주체가 아니고 이데올로기와 그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라고 하는 가정, 학교, 교회, 공장, 군대라고 하는 이 조직! 장치라는 거야. 알튀세르는 이걸 이데올로기적 기구라고 표현했고,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주체가 만들어진다고 했어. 주체가 자기 스스로를 독립적으로, 완결적으로 만드는 주체가 아니라 다른 힘에 의해서 만들어진 주체라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주체가 세뇌된다는 거지. 그런데 인간이 오로지 세뇌된다면 어떻게 그걸 비판하고 뛰어넘고 극복하는가에 대한 해명을 알튀세르는 하지 못했어. 만약에 인간이 오로지 이데올로기에서 감염되고 세뇌되는 존재라면 그 세뇌를 어떻게 벗어나고 뛰어넘는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못했어.


얘기가 너무 깊게 갔어. 깊게 갔어 너무


깊게 간 거 아니야 이건 지금의 치열한 논쟁 중에 하나야. 알겠어?


어쨌든 이 구조주의자들은 타율성을 얘기해. 구성하는 주체가 아니라 구성되는 구조에 의해서 주체가 만들어진다는 거지. 여기서 구조란 건축을 이야기하거나 어떤 체계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어떤 영역 분야에 무의식적 심층에 존재하는 틀에 어떤 합리적인 형식이 있는지를 밝혀내는 게 구조주의인데, 이 구조는 구조가 우선된다라는 거야. 주체에 앞서서 주체가 구조에 의해서 만들어지더라는 거야. 그런 점에서 엄밀하게 주체라고 할 수 없다는 거지. 그래서 예속 주체라고 이름을 붙였어. 만들어지는 주체라는 뜻이고, 주체이긴 주체인데 이것이 독립된 해방적 주체가 아니라는 거지. 자율적이 아니고 타율적이라는 거야. 그래서 주체가 끌려간다고 본 거야. 구조가 더 우선시되고 더 근원적이라고 봤던 거지. 그런데 그때 68 혁명이 터진 거야.


그 당시 68 혁명은 뭘 의미하는데?


그 구조를 뒤엎으려고 주체가 나선 거잖아. 구조주의를 완전히 붕괴시켜 버린 거야. 그 한 번으로 역사가 증명해 버린 거지. 주체가! 만들어진 주체가 아니라 타율적인 주체라 하더라도 이 주체가 뒤집어엎어버린 거야. 그런 점에서 이 주체를 우리가 어떤 주체로 볼 건지, 이 주체의 형성의 문제를 여전히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어. 이건 여전히 예민한 숙제이고 그러면서 이 주체가 이야기 한 ‘구조로부터 자유로운 주체는 허구다’라고 하는 것은 명백해. 데카르트가 이야기하는 완전히 이성적 주체, ‘바로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하는 주체를 절대화시키거나 우위에 놓는 것, 이런 사유 또는 사유의 방식에 대해서 다들 이것이 얼마만큼 문제를 일으키고 폭력적이었는지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거야.  



이 주체의 우선성, 절대성 이것을 강조했던 철학이나 사상이 어떤 폐해를 낳았는가? 주체의 그 반대편에 있는 타자, 타인에 대해서 억압하고, 예를 들면 남자의 반대편에 있는 여자에 대해서 차별하고, 서구의 반대편에 있는 비서구에 대해서 침략하고 약탈하고 학살하고, 클래식에 대해서 대중음악을, 정신에 대해서 육체를, 의식에 반해서 몸을 억압하고 부정한다는 것을 깨달은 거야.


이걸 데카르트의 자아, 주체, 의식 중심의 주체 철학이라고 이야기해. 의식을 근원에 놓고 의식을 중심에 놓은 주체, 이 의식을 비판한 거야. 그것이 중요하지만 결국 근본이고 근원이 아니더라는 거야. 거기에 반기를 든 게 구조주의자들이었던 거야. 그러면서 사르트르가 전면적으로 비판을 받았던 거야. 붕괴됐던 거지. 그 이후로 구조주의를 넘어선 철학자들이 나온 게 후기 구조주의자들인 거야. 푸코, 들뢰즈 같은 사람들은 포스트 구조주의자라고 이야기되고 있어.


그런데 영화는 왜 이렇게 선정적일까? 아까 성과 몸을 억압하고 부정한다고 얘기했었지.

 

그때의 주류적 분위기 중에 하나가 그거야. 성을 해방시키는 것도 중요한 거였던 거야. 상상력의 권력을, 금지를 금지하는 그리고 육체에 대한 억압을 해방시키는 것이 메인이었던 거야. 그리고 그것이 뭐야? 남녀의 차별, 연령 차별, 그리고 대학 내에서의 교수와 학생의 차별을, 모든 차별을 부정하고 전복시키고 기성의 질서 자체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거야. 그러면서 서구가 저렇게 민주주의 사회로 갔던 거야.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이 아시아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거지.





사진 출처: 네이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