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3년, 길게는 27년의 인생의 레퍼토리를 바꾸고자 한다.
안녕하신가.
이 글을 누가 읽을지 모르겠으나, 일단은 내가 나를 앉혀두고 이야기를 한다 생각하고 글을 작성하겠다.
일종의 일기장이라 봐도 좋고, 반성문이라 봐도 좋고, 선언문이라 봐도 좋다.
나는 카이스트 대학원에 약 3년 반 정도 다니고 있다.
학부 시절까지 하면 이제 거의 8년 정도 다녔다.
학부... 시절에도 힘든 고비 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전략을 세워서 극복해 왔었다.
그게 가능했었다. 학부 시절에는 말이다.
낮은 학점은, 수업 적게 듣기와 미칠듯한 공부 시간이라는 높은 과목 당 공부 시간으로 극복해 나갔고,
전무한 프로젝트 경험은 연구실 인턴 경험으로 매울 수 있었다.
최초의 꿈이라고 하기는 뭐 하지만, 내 인생의 궤적은 자대 대학원으로 향했다.
대학원 초기에 이른바, Course work이라는, 그냥 전공 수업일뿐인데 간지 나게 부르는 것들을 듣는데도 크게 무리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목표를 세웠고, 전략을 세웠고, 4.0에 육박하는 안정적인 학점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이 Course work 학점은 연구에 그렇게 쓸모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말이다...
문제는 연구였다. 이 연구라는 녀석은, 물론 나의 숙련도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일단 내가 3년 반 넘게 느끼기에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목표를 세울 수는 있으나, 전략은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처음 1년... 에서 1년 반 정도는 괜찮았던 것 같다. 내 전략이 틀린 것인지 검토했고, 주변인들에게 상담을 요청했으며, 더 노력하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아주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년이 지났을 때 난 첫 해외 학회 발표를 했고, 비록 1 저자는 아니지만 논문도 작성했고, 이후에 해외 학회를 또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내가 연구를 해 나감에 있어 발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나는 조금씩 무너져 내려갔다.
물론 그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의 이별, 업무 분배에 있어서 주변 인들과의 지나친 마찰, 그리고 이로 인해 연구실 내의 다툼, 건강 문제와 집안 문제가 겹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기 객관화가 된 지금 나의 절망적인 근현대사를 바라보았을 때, 항상 중심에는 연구가 노력해도 안 된다는 좌절감이 있었다.
어디 좌절감뿐이겠는가. 여기에는 열등감도 있고, 자괴감도 있고, 우울함도 있고, 세상 안 좋은 감정들은 모두 섞여 있었다. 쌓여가는 나쁜 감정들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양방향의 공격성으로 전환이 되었고, 나는 결국 괴물이 되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른 뒤, 남은 것은 망가진 평판, 망가진 인간관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망가진 나 자신이었다. 물론 극솟값을 지난 시점이기에 지금은 예전보다는 많이 안정되었다. 안정되게 된 계기는 하나의 깨달음 덕분이다.
연구가 좀 안 되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다. 사실 다 행복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 내가 훌륭한 연구자가 되면... 물론 좋은 일이겠지만, 그것은 그저 밥벌이 수단에 불과하다. 더 이상 연구가 나의 사명감 넘치는 행위도 아닌 것은 물론이거니와, 연구 실적이 좋은 연봉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연봉이 또 행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이것은 정신 승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행위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든다면, 기꺼이 내 남은 인생을 정신 승리하는 데 사용할 것이다.
그래서 이 브런치에 내 글을 싸지르는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정신 승리"를 하기 위함이다. 다른 좋은 표현이 생각나면, 아니면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면 단어를 바꿀 수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하루하루 내 인생이 행복해졌으면 좋겠고, 나아졌으면 좋겠다. 사실 이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지 않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쓰는 글들이라 이 글의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유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상관없다. 일단은 말이다.
여기까지가 내 첫 번째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