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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ming Odyssey Jan 24. 2024

게임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후기

더욱 새롭고 놀라워진 하이랄, 야숨과 무엇이 다를까

본 글은 스토리 스포일러가 없지만, 게임의 시스템과 진행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은 왕국의 눈물 혹은 왕눈으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야생의 숨결 혹은 야숨으로 줄여서 표기했니다.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Nintendo]

2023년 5월 12일,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 출시됐다. 전작인 '야생의 숨결'출시에서 6년이 넘게 흐른 시점이다.


개인적으로 야숨을 인상 깊게 즐겼기에 차기작에 대한 기대만큼 걱정도 컸다. 솔직히 말하면 '이미 모델링 된 야숨 필드를 재탕한다고? 후속작이 아니라 DLC 아니야?'라는 생각도 했다. 그때의 감동을 비슷하게나마 재현할 수 있을지란 우려가 뒤따랐다.

그러나 몇 개월간 플레이하고 엔딩을 본 지금은 그것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왕국의 눈물 출시는 야생의 숨결을 본작의 체험판 정도로 여기도록 했다. 더욱 확장된 세계에서 즐길 수 있는 풍부한 콘텐츠는 야숨을 왕눈을 위한 빌드업으로 간주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에 왕눈을 직접 플레이하며 느낀 점들을 전작과의 비교를 섞어 적어본다.



1. 전반적인 개선점


야숨에서의 불친절하거나 불편한 점을 조금씩 개선했다. 단순 조작법과 전투 등의 정보를 알려주는 친절한 NCP, 무기 내구도, 우천 시 벽 타기, 붉은 달 컷신 단축, 요리 레시피 저장, 보물 상자 열고 주머니 정리, Z축을 인지하는 탐지 센서 등 개선점이 꽤 많다. 야숨 게이머들이 토로한 불편 사항을 개발자들도 인지하고 반영한 듯하다. 설령 의도한 불편함이라 해도 불편은 불편이니까.



하늘에 떠있는 하늘섬

2. 확장된 세계와 이를 넘나드는 액션


하늘과 지상, 그리고 지저의 관계는 유기적이며 상호 보완적이다. 지상은 대부분의 콘텐츠와 탐험 요소로 이루어졌다. 지저에는 전투 및 탐험에 도움이 되는 소재와 방어구, 좋은 성능의 무기, 조나우 배터리 확장 재료와 제련소가 있다. 대신 전투의 난도가 높다. 하늘은 지저의 어려운 전투 및 생존에 도움 되는 소재와 조나우 기어 제조기가 있으며, 고지대이기에 지상을 내려다보고 낙하하여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세 필드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소외된 구역 없이 계속해서 사이클이 굴러간다.



하늘에서 다이빙하여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작인 야숨은 벽을 타고 오르는 '등반' 행위와 높은 곳에서 낙하하는 '패러세일' 아이템으로 수평적인 필드를 수직적으로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왕눈은 거기서 더 나아가 본작의 핵심 액션인 '다이빙'을 통해 하늘과 지상, 지상과 지저, 하늘과 지저를 이었다. 이 세 필드를 연결하는 수직의 허공을 심리스 오픈월드로 구현했기에 다이빙으로 체공하는 시간이 즐겁고 시원시원한 기분이 든다.



지저의 필드

3. 아쉬움이 남는 하늘과 지저


위아래로 확장된 하이랄 필드는 분명 게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지만, 하늘섬은 밀도가 낮고 지저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개발 당시엔 하늘에서 구현하고 싶은 게 많은 탓에 섬을 막 늘리다 보니 너저분해 보여서 그 수를 조정했다고 한다. 이엔 납득하지만, 튜토리얼 하늘섬의 면적이 가장 넓은 점은 아쉽다. 비슷한 크기의 섬 한두 개쯤은 더 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지저는 기존 필드에 필적하는 방대한 크기와 컨셉이 좋았지만, 그 크기에 비해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넓은 대지에서 호버바이크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지저 관련 퀘스트나 다양한 구조물을 추가했으면 좋았겠다. 비슷한 구조물과 풍경이 맵 전체에 반복되니까 지역별 고유한 분위기가 잘 느껴지지 않아 단조로웠다.

생각해 보면 지저에도 지상 필드만큼의 풍부하고 치밀한 콘텐츠를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겠다. 발매일이 1년 이상 늦춰졌을지도 모를 테니.



조나우 기어와 울트라핸드 능력으로 만든 허름한 배. 뒤에 세워진 노는 장식이다.

4. 링크의 새로운 능력과 조나우 기어


야생의 숨결에서 시커 스톤으로 사용했던 마그넷 캐치, 타임 록, 아이스 메이커 등의 기술들은 왕국의 눈물에서 다른 기술로 변경되었다. 일부는 삭제되기도, 다른 일부는 비슷하면서도 큰 변환을 맞았다. 사물을 합칠 수 있는 울트라핸드와 스크래빌드 능력의 경우, 구현 가능한 모든 조합과 경우의 수를 고려했다는 정교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플레이어는 각자의 호기심과 창의력으로 다양한 조합을 만들며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며 나아간다.


총 27가지의 조나우 기어 아이템은 전투, 생존, 탐험, 비행, 운반 등 플레이 전반적으로 큰 도움을 준다. 울트라핸드로 조나우 기어를 조합하여 만들 수 있는 호버바이크는 비행용으로 자주 사용했고, 은근히 귀여운 이동식 전투로봇은 일대다 전투에서 유용한 전우가 되었다. 불을 뿜는 조나우 기어를 스크래빌드로 부착한 칼을 휘두르면 불이 발사되어 전투와 생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링크의 능력과 조나우 기어가 만나 생기는 시너지는 야숨을 이미 해본 유저들에겐 자칫 뻔할 수 있는 필드와 플레이 방식을 더욱 신선하고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사당의 내부

5. 사당


사당 퍼즐의 난도가 낮아졌다. 필드에 존재하는 총 152개의 사당 중에서 풀이법을 시간 들여 고민한 경우가 한두 곳밖에 없었다. 많은 유저들에겐 퍼즐이 익숙하지 않아 야숨의 사당도 어렵다는 평이 있었기에 대중성을 위한 난도 하락을 결정한 듯하다. 개인적으로 난이도가 야숨만큼만 됐어도 나쁘지 않았을 터라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그럼에도 링크의 새로운 능력과 조나우 기어를 이용한 다양한 퍼즐 기믹은 분명히 참신하고 재밌다.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 대지의 신전

6. 신전


야숨의 신수 퍼즐에 대응하는 왕눈의 신전 퍼즐은 기존 3D 젤다식 퍼즐과 신수 퍼즐의 중간 격이라 느꼈다. 야숨식 퍼즐이 전통적인 젤다식 퍼즐과 다소 다르다는 이유로 젤다 시리즈의 팬들이 신수 퍼즐에 불만인 글을 종종 본 적 있다. 작품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기존 3D 젤다 퍼즐은  지역 전체가 필드이자 퍼즐이라 간주해도 무방했다. 지역마다 특색 있고 광대한 볼륨의 퍼즐을 풀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나아가며 전투도 해야 기에 클리어했을 때의 쾌감 또한 컸다. 그에 비해 야숨 신수 퍼즐은 규모가 작고 전투 요소도 적은 데다 디자인 양식이 동일해서 지역별 특색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화염의 신전

왕눈의 신전은 그 둘의 특징을 합쳤다. 우선 지역의 컨셉과 특징에 기반해서 신전의 외형을 디자인했다. 특히 뜨거운 용암이 흐르는 화염의 신전과 피라미드 컨셉의 번개의 신전 디자인은 기존 젤다 던전의 분위기를 강하게 상기시켰다. 신수의 최종 보스마저 디자인 우려먹기였던 야숨과 달리, 왕눈 신전엔 젤다 시리즈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잘 살린 최종 보스가 존재한다. 다만 야숨의 신수처럼 여전히 볼륨이 작아서 단편적인 퍼즐이 병렬로 나열된 수준에 불과신전도 있었다.


조나우 기어 편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야숨의 신수 퍼즐보다 난도가 낮다. 어려운 퍼즐을 원하는 사람에겐 왕눈의 사당과 신전의 난이도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



7. 스토리


스토리 비중이 커졌고 컷신의 연출 또한 훌륭하다. 스토리가 단순하고 결말까지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해진 순서가 없던 야숨과는 달리, 본작은 최적의 흐름이 있어서 일부 과정은 순서대로 클리어해야 제대로 몰입할 수 있다. 그러나 오픈 월드인지라 자유롭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뒤의 스토리를 먼저 클리어하기도 한다. 나처럼 순서를 정직하게 따르지 않은 플레이어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뭐? 그걸 이미 했다고? 무 빠르잖아!"라는 NPC의 멘트가 몰입을 조금 떨어트릴 뿐, 순서에 집착할 필요는 없.

8. 오프닝


마지막으로, 오프닝이 정말 근사하다. 이 부분은 인게임 스크린샷을 첨부하지 않았. 호평받았던 야숨의 오프닝보다 더 인상 깊으니 독자분들이 직접 플레이하여 감상하시길 바란다.




아직 야숨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왕눈 하기 전에 야숨을 먼저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할 수 있다. 게임 자체의 작품성을 음미하는 성향이거나 왕눈의 스토리 감정선을 온전히 느끼고 싶으면 야숨을 먼저 플레이해 보길 추천한다. 앞서 야숨을 왕눈의 체험판 격이라 했지만, 그 체험판 마저도 각종 게임 어워에서 최고상을 휩쓸었던 작품이다. 반면 스토리와 재미의 정수만 쏙 뽑아 짧게 즐기길 원한다면 왕눈만 플레이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전작인 야숨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왕눈의 스토리를 이해 못 하진 않을 것이다.


야숨을 재밌게 플레이한 유저들 사이에선 '야숨 안 한 뇌 삽니다.'라는 밈이 있다. 개발자들도 이 밈을 알고 있어서 같은 필드를 공유하는 후속작을 만드는 데에 부담이 컸다고 한다. 유저들이 야숨을 처음 할 때 느꼈던 복잡한 감정을 이번 작품에도 느끼게 해서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었을 테다. 이는 분명히 성공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야숨과 왕눈을 안 한 뇌를 사고 싶다.


평점: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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