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무게

누군가의 배려 위에 세워진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by blossom


모임이 끝난 후, 단체 채팅창이 유난히 조용했다.
누군가는 늘 먼저 말을 꺼냈고, 누군가는 늘 끝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늘 그 중간쯤에서 ‘잘 흘러가고 있네’ 하고 안심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늘 먼저 말하던 사람이 불쑥 이렇게 썼다.


“이제 조금 쉬고 싶어요. 잠깐 빠질게요.”




긍정적인 기운이 오래 지속되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두 사람의 배려로 유지되는 평화는 결국 오래가지 않는다.

가끔 우리는 착각한다.
“나는 그냥 내 방식대로 하는데, 우리 분위기는 늘 좋잖아.”

그렇다면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신의 방식이 부딪히지 않도록 맞춰주고 있다는 뜻이다.

그 평화가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면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누군가의 양보 위에 세워진 관계는 언젠가 조용히 금이 간다.
그 금은 처음엔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균열이 넓어지고 결국엔 터져버린다.


아이들도 그렇다.
놀이를 하다 보면 꼭 한 명은 자기 마음대로 하려 한다. 그때 다른 아이들이 잠시 참아주면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마음 안에서는 작은 서운함이 쌓인다.
“이번엔 그냥 넘어가자.”
그 한 번의 양보가 두 번, 세 번 쌓이면 결국엔 울음으로 터진다.


어른이 되어서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그저 감정 표현이 익숙하지 않을 뿐,
습관처럼 타인의 기분을 맞추며 살고 있다.
“이 정도쯤은 괜찮아.”
“굳이 말을 꺼내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 평화는 어느 순간, 누군가의 한숨으로 끝난다.

따뜻한 관계는, 조용한 희생 위에 세워지는 게 아니다.
모두가 조금씩 신경 쓰고, 조금씩 애쓰는 데에서 만들어진다.

한 사람의 헌신으로는 결코 오래 가지 않는다.

평화는 누군가의 침묵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에서 자란다.
누군가의 마음이 너무 조용하다면, 그건 이미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나도 가끔 돌아본다. 혹시 나의 편안함이 누군가의 배려 위에 세워져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아무렇지 않게 누리고 있는 이 온기가 어디선가 누군가의 조용한 양보 덕분은 아닐까.

진짜 따뜻함은 나만 편한 상태가 아니라, 모두가 편안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가 훨씬 오래, 훨씬 따뜻하게 서로를 지켜낼 수 있으려면 마음먹기가 필요하다.


“나는 이 관계의 주인 중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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