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여백을 배우다

돌이킬 수

by blossom

사랑의 처음은 빛이다.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반짝이고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공기가 달라진다.

수줍은 시선이 인사를 대신하고 작은 웃음 하나에도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진다.

동시에 사랑의 시작은 조심스럽다.

눈빛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말 한 마디에도 온 세상이 물결처럼 번진다.

사랑을 시작하는 우리는 진지하다. 상대의 행동을 해석하고 사소한 표현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사랑은 우리를 긴장시키고 설레게하고 어쩐지 조금은 불안하게 만든다.

그 모든 것이 시작이다.


어느새 사랑은 모양을 바꾼다.

장난을 치고, 서로의 버릇을 놀리고, 같이 웃는다.

빛은 익숙함이 되고 우리는 가벼워진다. 익숙함 속에 안도하던 어느새 습관이되고 때로 무심함으로 변한다.

다정했던 말투가 무뎌지고 작은 서운함이 쌓여간다. 변화는 소리 없이 스며든다.

사랑의 온도는 높을 때보다 식어갈 때 더 많은 말을 남긴다.


그리고 끝.

그때의 공기는 늘 건조하다. 감정이 빠져나간 자리엔 모래바람 같은 침묵이 남는다.

아무리 붙잡으려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처음의 수줍음도, 과정의 유치함도 사라지고 남은 것은 차가움.

사랑이 그렇게 끝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 돌이킬 수 없기 전에 한 발짝 물러서는 일.

붙잡으려는 손을 거두고, 잠시 멈춰 그 사람을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끝없이 밀고 나가는 힘이 아니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잘 보이려 애쓰기보다_ 잘 보기.

예쁨 받으려 하기 보다_ 무엇이 예쁜지 바라보기.

맞추려 조급해하지 않고_ 서로 맞춰가는 과정을 즐기기.

다그치기보다_ 물러서서 지켜보기.


한 걸음의 여백이 사랑을 숨쉬게 한다. 그 여백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안다.

사랑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태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온도를 낮추는 일이라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마음의 온도를 기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