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는 그때그때 풀어줘야 선순환이 되어 쌓여서 독이 되지 않는다.
지난 금요일 CT를 찍으러 병원에 갔다 오고 주말 내내 육아를 하였더니 양쪽 어깨로 피로가 소복하게 쌓였다. 조영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이것저것 맞은 알레르기 주사가 하루 종일 몽롱하게 만들었다.
집에 와서 좀 자고 일어나도 몸이 영 가볍지가 않았다. 아이 유치원 하원 후 다시 태권도장으로 보내고 그 사이에 1시간가량 잤는데도 저녁에 아이를 재우다가 잠들어버렸다.
다음날 아침에 아이 어린이집 친구들과 엄마들을 오랜만에 키즈카페에서 만나기로 했기에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러야 했다. 아침을 차리고 키즈카페에서 먹을 수 있는 간식들과 아이들 점심밥을 챙겼다.
외부음식이 가능한 곳이라서 이곳에서 아이들 밥을 먹이고 실컷 놀리기에 참 좋았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은 4시간이 짧다 하고 신나게 뛰어놀았다.
신나게 놀아서 피곤했는지 우리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잠이 들었고 잠든 아이를 눕히고 나도 아이 옆에 누워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4시간 동안 아이를 돌보는 일이 4시간 산타는 일보다 더 고되다. 어찌 보면 산타는 일이 육아보다 더 근력이 많이 쓰일 텐데 왜 육아가 더 고된 걸까? 아이 텐션에 맞춰서 4시간을 놀고 나면 내겐 재충전이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 2시간은 자고 일어난 것 같다. 집에서 아이와 노는데 영 어미가 매가리가 없다.
찜질방이나 가서 지지고 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피로가 쌓일 때마다 그때그때 풀어줘야 선순환이 잘 되는데 말이다. 더 쌓이기 전에 근처 찜질방에 가서 풀고 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일요일은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도 데리고 갔다가 밖에서 4시간가량 놀다가 왔다.
집에 들어온 남편도 침대에 그대로 엎어지더니 곯아떨어졌다.
'힘들었나 보군.'
치병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남편과 교대로 해나간다면 휴식을 틈틈이 취하면서 이어나갈 수 있다. 남편도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낮잠도 자고 영화도 보며 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치병을 하고 있는 처지고 아이가 있는 주말에 불평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고 쉬고 싶어도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편이 단 1시간이라도 푹 자도록 거실에서 내가 아이를 봤다. 장난기가 발동한 아이가 잠든 아빠 곁으로 가서 호루라기를 불어대길래 그만하라고 야단을 쳤다.
주중보다 주말이 더 고되다. 주중에 잘 치병하고 잘 쉬어야 주말로 넘어가는 흐름이 부드럽다.
우리 아이가 활동량이 많아서 그런지 아이와 놀아줄 때는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때도 많지만 우리 아이는 신나게 놀고 8시 전후로 금방 잠든다.
아이의 바른 수면 교육만큼은 정말 성공적이다. 아이의 이런 수면 교육도 모두 암 덕분이다. 내가 암 수술을 하게 되면서 회복기간이 꽤 걸렸기에 불행 중 다행으로 아이를 안아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아이가 손에 타지 않았다. 그 시기에 얼마나 작고 예쁜가. 얼마나 안아주고 싶고 품어주고 싶은가.
주변에 아이의 민감한 등센서로 고생하는 엄마들을 여럿 봤다. 우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통잠을 잤고 잠으로 날 괴롭히지는 않았다. 그런 아이에게 더없이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 아침에도 부랴부랴 아이 등원 준비를 시켜서 유치원 셔틀버스를 태워서 등원을 시켰다.
풍무동 은행에 들를 일이 있어서 은행에 갔다가 오늘은 가볍게 장릉 숲 산책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장릉으로 갔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오늘은 장릉 휴무날이라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근처 김포승가대학으로 넘어가서 금정산을 타보기로 계획을 변경하여 금정사 쪽으로 향했다.
김포승가대학 앞에 주차를 하고 금정사를 지나서 금정산을 올라갔다.
정말 작은 동네 산이었다. 금정사 정자를 사이에 두고 김포 풍무동과 인천 원당동으로 나뉘었다.
원당동 방향으로 내려갔다 올라왔는데 운동량이 부족해서 금정산을 내려와서 반대편 장릉산으로 올라갔다. 장릉산을 타고 장릉 둘레길을 돌고 오기로 하고 등산객들에게 둘레길 가는 방향을 물어보았다.
공동묘지길로 쭉 가다 보면 나온다고 하여 공동묘지를 지나서 쭉 걸어갔다. 바닥에 돌이 없고 부드러운 흙길이라서 맨발로 걷기에 부담 없이 편안했다. 장릉 숲길은 들어가 봤어도 둘레길은 처음 와봤다.
편안하게 산책 느낌으로 맨발 걷기 하기에 부담 없는 장소였다.
둘레길을 걷고 다시 금정산 쪽으로 하산을 하였다. 보통 경사가 있는 산을 타면 3시간 산을 타더라도 만 2 천보 전후로 나오는데 작은 산이라서 그런지 똑같이 3시간가량 산행을 했는데도 2만 보가 나왔다.
너무 배가 고파서 근처에 있는 봉평메밀국숫집에 가서 들깨 옹심이와 메밀 부추전을 시켰다.
고소한 들깨와 쫄깃한 옹심이가 별미 었다. 부추전도 어찌나 맛있던지 김치를 올려서 반쪽을 다 먹었다.
산행을 마치고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 하원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발을 닦고 잠시 쉬다가 아이를 하원하고 간식을 먹이고 태권도장으로 보냈다.
스르르르 잠이 쏟아졌다. 찜질방 가서 지지고 오면 딱인데 1시간 뒤면 아이가 도장에서 온다.
소파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50분 정도 잤나 보다. 자고 일어나니 몸이 개운하고 가벼웠다.
도장에서 돌아온 아이는 배고팠는지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김치를 얹어서 주었더니 날름 날름 잘도 받아먹더니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아이도 피곤했는지 8시가 되어 잠이 들었다.
남편도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모두 잠든 밤에 글을 쓰며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내일은 비가 온다는데......
계양산을 갔다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