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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론스톤 Mar 19. 2024

오늘은 북한산 오봉에 다녀왔다.

독수리 오형제 오봉의 멋진 기상에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아침 일찍 아이 등원을 마치고 총알같이 송추로 달려왔다. 고촌에서 송추까지 자차로 30분 걸리다 보니 어찌 보면 문수산 가는 거리 보다도 가까웠다. 송추계곡에서 입산하여 오봉을 찍고 오려는데 하늘이 꾸물꾸물하고 흐렸다. 작은 우산도 배낭에 챙겼고 고구마와 사과, 물 한병 챙겼으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올랐다.

북한산국립공원을 지나며 시계를 보았더니 오전 9시 50분이었다. 오후 4시에 아이 하원을 해야 하니 3시 전으로는 원점으로 하산하여야 했다. 부지런히 올랐다. 드문 드문 등산객들이 보이긴 했지만 주중이라서 그런지 영 썰렁했다. 시원한 계곡물 흐르는 소리만이 산을 가득 채웠다. 송추계곡이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자연환경이라서 여름에는 아이를 데리고 물놀이도 여러 번 왔었는데 아이가 어렸기에 육아를 하느라 등산은 생각할 수 없었다. 

'올해는 홀가분하게 이렇게 오봉을 오를 수 있다니!' 걸음 걸음마다 감회가 새로웠다.

산을 오르다 시원한 폭포가 나오면 한참 동안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며 폭포 소리를 감상했다.

시원하고 투명한 폭포수를 보니 내 마음에도 넙적바위 미끄럼틀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수가 흐르는 듯했다.

길이 너무 정비가 잘 되어있고 부드러운 넙적 바위들이 많아서 맨발로 걸어가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문수산에서 지난 1년 동안 단련을 잘했던 탓인지 수월하게 능선을 타고 올라왔다. 다만 첫 산행길에다가 바람이 세게 불어대는 날씨가 겹쳐서 살짝 긴장이 되었다. 한참을 올라가는데 커다란 기암괴벽이 길을 가로막고고 서 있었다.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길이 끊어져 있고 기암 괴벽 사이로 바위를 타고 넘어가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주춤거렸다. 차분하게 다시 주변을 돌면서 길을 탐색하였다. 그러자 좌측 끝으로 바위 옆길로 가는 길이 있었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난코스가 있었다면 사전에 예고가 있었겠지!' 

나는 잠시 놀란 마음을 잘 가다듬고 다시 길 따라서 걸어갔다.


올라오면서 마주쳤던 등산객을 이쯤에서 또 마주쳤다. 산 너머로 봉오리 하나가 보이길래 나는 저게 혹시 오봉이냐며 등산객 아저씨에게 여쭤보았다.

"저건 오봉 입구고요. 오봉은 못 가요. 밧줄 타고 암벽 타는 사람들이나 오르락내리락 하지."

나는 오봉의 의미를 몰라서 그냥 봉오리 이름인 줄 알았다. 5개의 봉오리라고 해서 오봉이라고 등산객 아저씨께서 설명을 해주셨다. 아저씨와 이런 저런 산행 이야기를 나누며 오봉 입구 쪽 바로 아래 헬기장까지 왔다. 아저씨께서 오봉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오봉이 다 보이는 명소가 있다고 했다. 


나는 주로 혼자서 산을 다니기에 산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놓지 않는다. 마주치더라도 잘 말도 섞지 않고 거리를 두는 편이지만 나도 산을 좋아하다 보니 산을 좋아할 것 같은 사람의 느낌을 알게 되었다. 그 아저씨도 이렇게 궂은날 사패산에서부터 넘어와서 북한산을 타는 걸 보니 산을 무척 좋아하는 분 같았다. 아저씨의 태도를 믿어보기로 하고 나는 아저씨의 안내를 받아서 산을 조금 내려갔다.

조금 내려가다 보니 넙적바 위가 나왔는데 거기에 서서 바라보니 다섯 개의 봉오리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저게 오봉이구나! 너무 멋있다! 독수리 오 형제구나! 저 기상 좀 봐봐!"

나는 너무나 멋지게 솟아 오른 오봉의 모습을 보며 그만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비가 쏟아지고 강풍이 불어서 우산이 뒤집어졌는데도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약간 먹구름이 끼어서 그런지 풍광이 더욱 운치가 있었다. 

그 지점에서 아저씨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아저씨는 하산을 하셨고 나는 다시 헬기장 쪽으로 올라와서 오봉입구에 가서 오봉의 뒤통수를 감상했다. 

앉아서 천천히 간식을 먹고 물도 마시고 가고 싶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강풍이 부는 바람에 10분 만에 하산을 했다. 


하산은 여성봉 쪽으로 하였다. 여성봉으로 내려오는 길은 경사 높은 암릉 구간이 종종 나왔는데

등산의 재미가 있었다. 여성봉에서도 오봉과 북한산의 경치를 감상하고 강풍이 너무 불어서 재빠르게 내려왔다. 후다닥 내려오니 금방 내려왔다. 올라갈 때는 땀이 꽤 많이 났는데 내려갈 때는 훨씬 순조롭고 시간도 단축되었다. 다음에는 쨍한 날씨에 사패산 쪽으로도 가보고 여기저기 북한산을 탐색해 봐야겠다.

올해의 치병 베이스로 타게 될 산은 북한산도 포함될 예정이다.

무사히 잘 하산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를 잘 하원시켰다.

오늘도 이만 보 산행을 했다. 

북한산 정기가 온몸에 흐르는 듯하다.

이렇게 물 좋고 산 좋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대한민국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건 행운 중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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