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실체의 어디쯤
- 이상과 실체의 어디쯤
내 몸의 어딘가에 작은 이상이 일어난다 해도, 나는 내가 하고 있는 기계적인 움직임들을 그치지 않고 계속할 것이다.
부단한 박동을 위한 심장의 수축 이완 작용, 공급된 영양분을 태워 내 몸에 온기와 활기를 불어넣는 세포들의 활동, 그 세포들에 필요한 공기와 이를 공급하기 위한 폐의 공기주입 운동, 영양 공급을 위한 활동, 그 배출 활동 등.
내 몸의 움직임들은 나의 자부심이나 긍지를 위한 것은 아니고, 존재의식에 의해 행해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한 이상과 실체가 부합되어 존재되기 위한 극소한 물질들의 결합과, 조직 속에 흐르는 약간의 액체성분, 그리고 그들의 물리적 화학적 작용에 따른 운동에 의해 조금의 부피를 만들고, 그 부피에 해당하는 물질의 움직임이 중단될 때까지 유지될 것이다.
그 모두는 결국 이 우주의 순환적 흐름의 일부분일 뿐이고...
이 우주의 의지가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하고 그럴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내 삶 속에 담긴 일상생활은 내게 그것들을 생각하고 되새길 여유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재촉하고 채찍질하며 다그쳐, 무언가 이루기만을 촉구하고 있을 뿐이다. 막연한 무언가를...
나는 나를 이루고 있는 물질들, 자신을 이끌어가는 방향과 이상 속에 갖추어져 있고, 있었다는 상태가 소실될 때까지 존재하고 존재할 수 있는 것뿐이다.
나의 형성되고 이어지고 사라짐이 무의미해질지 아닐지는, 내 생활의 결과물들이 반영하겠지만, 지금의 내게는 그 결과물의 방향조차 결정할 여유도 자유도 주어지지 않았다.
나는 의미 없이 연장될 수도 사라질 수도 있지만, 나의 이상은 시간을 따라 흐르며 내 주위에 반사되거나 스며들고 있음을 느낀다.
무엇인지 모를 그 무언가를 위해, 모두가 막연히 갈망함에 이어지고, 그들은 모두 말없는 희생이다.
촉박한 영혼과 영원의 순환 속에 그들은 서로를 맺으며 얽히며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