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지나치던 풍경

일년 뒤 완성 된 작품

by 제제

작년 가을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빨간불에 잠시 멈춰 창 밖을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멍 때리며 가을 날씨를 느끼는데 한 은행나무를 보이더군요. 가까이서 볼 땐 몰랐는데, 차 안에서 멀리 떨어진 은행나무는 미술관 속 작품처럼 빛났습니다.

햇빛에 반짝여 빛나는 은행잎이,
살랑이는 바람에 춤추듯 움직이는 모습이 ,
참 아름답다 생각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사진부터 찍었을 텐데 신호가 바뀔 때까지 나무에 시선을 뗄 수 없었습니다. 초록불로 바뀌자 차가 출발했고,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서둘러 메모장을 꺼내 방금 본 풍경을 써 내려갔습니다. 빛의 조각이 일렁이는 모습, 흩날리는 모습, 반짝이는 은행잎들..


그렇게 두서없이 써 내려갔던 몇 글자가 일 년이 지나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사진처럼 강렬하게 각인된 은행잎과 빛의 조각들을 화선지에 옮기고자 애썼습니다. 부족한 실력에 아쉬움은 남지만, 그때 느꼈던 감동이 화선지에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 다행입니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을 풍경이 어느 순간 특별하게 다가와 마음을 사로잡을 때가 있습니다. 캘리그라피를 하기 전엔 핸드폰에 담아두기만 해 시간 지나면 잊혀졌는데, 지금은 캘리로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어 좋습니다. 앞으로도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이 있다면 저만의 스타일로 풀어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은행잎 50*70 화선지, 물감
작가의 이전글은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