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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omad Jul 11. 2024

유럽에 자동차는 타이어를 자주교체




[QR] 영화 <The Bourne Identity> OST  'Extreme Ways' _John Powll





유럽의 여러 도시와 작은 마을들을 걷다 보면 도로 포장된 모습이 멋스럽다. 


몇백 년 전 혹은 몇천 년 전쯤에 포장해 놓은 대리석 마차 길을 그대로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밀라노 로마 피렌체 아시시 베네치아 베로나 나폴리 소렌토 폼페이 오르비에토 오또 볼로냐 기타 등등 도로의 50%가 넘게 30cm 이상 세로로 대리석을 포장해 놓은 길이다. 


예전 마차가 다니던 길 위에 아스팔트 포장을 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현대화된 자동차 바퀴도 덜덜거리며 노면의 불규칙한 진동을 차축에 그대로 전달한다. 조금 빠른 속도를 내려고 하면 그 충격으로 인한 소음도 만만치 않다. 고속도로와 산간도로에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사람과 자동차에 안전하게 탄탄하고 미끈하게 포장을 해놓고 왜 유독 도심이나 중심 성당과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 도로에는 걷기에도 불편한 예전 대리석 길을 포장 없이 그냥 사용하고 있을까? 


답은 건물에 있다. 몇백 년 전 혹은 몇천 년 전 건축물에는 진동으로 영향을 미칠만한 것이 없었다. 건물 옆을 지나다니는 마차라고 해도 이륜마차 혹은 당나귀에 짐수레가 고작이었다. 그것도 느린 속도의 진동으로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수십 명이 탑승한 다양한 자동차들의 무게며 짐이 가득한 화물차들이 밤낮으로 수천 년의 오래된 건물들 옆을 달리고 있다. 자동차의 하중과 진동에 의한 충격파가 도로를 따라 이어진 인도와 벽을 타고 올라가며 건물에 미세한 균열을 만든다. 그런데 도로에 세로로 길게 놓여 있는 대리석은 그 전달을 상당 부분 단절 상쇄시킨다. 끊어지고 이어지고 끊어지고 이어지기에 파동이 건물에 직접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자동차의 타이어와 완충 부분의 스프링에는 치명적일지라도 수백 년 혹은 수천년된 건축물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결코 조상을 잘 만났기에 관광 수입을 올리는 것만은 아니다. 후손들의 배려와 불편을 감내하는 인내심도 높이사야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그들의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도울만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지중해성 기후의 특징 그대로 한여름 이탈리아 온도는 40도를 넘기는 날도 제법 많다. 그런데 에어컨 보급률이 높지 않다.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에 가면 지낼만하고 살만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집 내부에 천장도 대한민국 평균치보다 50cm 이상 높다. 모든 건물의 창은 방향과 관계없이 '세란다'라고 불리는 햇빛 가리개가 반드시 설치되어 있다. 대한민국 주택에는 없는 것이기에 예를 들자면 상가에 셔터처럼 꼭 맞게 내부를 보호해 주는 창밖의 덧문을 말한다. 주로 목재를 사용하는 것 같지만 철재 혹은 알루미늄도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모두 나무 색깔을 칠해서 외장으로는 목재 질감을 낸다. 장마철이나 겨울에는 비와 찬바람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내부 건축 재료가 돌이라 큰 효과는 없다. 하지만 한낮의 시에스타(낮잠과 식사시간) 타임에는 세란다를 내려 어둡게 해 놓고 맛난 낮잠을 즐기는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 한낮의 태양이 온통 돌 건물인 그들의 집을 확실히 데워놓기 때문에 출근하면서 깜박 잊고 내려놓고 가지 않으면 퇴근해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내부 온도가 올라가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에어컨 보급율이 늘어날 만도 한데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난 100년을 못살고 이 건물은 수백 년이 되었는데 이곳에 구멍을 뚫어 에어컨을 설치하고 실외기를 달아 멋스러운 이 건축물에 흠을 내고 싶지 않다."


이쯤 되면 그들을 불쌍하게 생각해야 할지 아님 전통에 대한 사랑에 두 손 두 발을 들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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