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nomad Jul 11. 2024

신성로마제국




[QR] 영화 <300> OST 'Rise of an empire'_Resist and Bite





어째서 유럽은 그토록 독수리 문장과 깃발을 사용하고 싶어 했을까?


개인이 무엇인가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혹은 한 집단이 한 시기를 통해 염원하고 갈망하는 대상이 있기도 한다. 그런데 집단으로 그 오랜 세월을 두고 로마 로마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어떤 문명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법은 없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지구는 둥글기에 결국 통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법에 존엄성 때문일까 잘 만들어진 법체계 때문일까?)


'로맨스' (사랑이 아니라 로마 시민이 되고 싶은 염원)


'로맨틱 가도' (사랑스러운 길이 아니라 로마 병사들이 건설한 도로를 지칭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전 세계 카지노에서 매일 던진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문구들이다. 인구에 회자될 만큼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전파했고 승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역사를 주장했기에 영속의 생명체처럼 지금까지 기억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저잣거리 잡배 몇 명이 작당하는 것을 우리는 협작이라고 한다. 그것의 짜맞춤이 아둔하고 발상이 어눌하면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고 만다. 그런데 그 이야기와 실행이 앞뒤가 잘 맞고 성공할 때는 당한쪽에서는 음모와 모략이라고 하지만 성공하는 쪽에서는 승리를 쟁취하고 협약 동맹 조약 따위로 칭한다. 그때 종교계 인물이 함께 자리했다면 신성이 되는 것이다. 더없이 기막힌 연출에 신성한 협약 동맹 조약이 되는 것이다. 

이름하여 '신성동맹'


'신은 그것을 원하신다'(우루바노스 2세 교황 1088년 선출)로 시작된 200여 년간 8차례의 십자군도 그 맥을 함께 하고 있다. 훈족의 대이동 훈족이 고트족을 밀고 고트족은 게르만을 밀어 게르만의 대남하로 로마제국 붕괴, 학창 시절 열심히 외웠던 민족 대이동이다. 베르디 오페라 <훈족의 왕 아틸다>가 생각난다. 오페라에 주연으로 등장할 만큼 카리스마 넘쳤던 인물로 역사 속에서 두려움의 대명사였건만 그로부터 영향받은 게르만의 오토대제에 의해 로마제국은 붕괴된다. 그런데 칼로 흥한 자치곤 현명하게 통치체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그들은 가톨릭을 이용하게 되고 그 후에 '카노사의 굴욕' '아비뇽 유수'로 대립되는 교황권과 황제권의 다툼 속에서 로마제국이란 이름에 신성을 붙이면 천하무적이 됨을 인지하게 된다. 명분이 신에 닿아 계시로 둔갑하니 그 이상 좋은 통치 이념이 또 어디 있겠는가! 


1789년 프랑스 파리 대혁명으로 대중의 의식이 진일보하기 전까지 교황권은 왕과 황제들에게 파문이란 무기와 일반인들에게는 마녀사냥이라는 핑계로 신성을 더욱 공고히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속에 자잘한 그 어떤 권력이 신성에 닿을 수 있겠는가? 간혹 신성로마제국을 땅을 보유한 세속적인 황제의 관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것은 토지도 백성도 시기도 불분명한 명분의 관이었다. 신성로마제국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질문의 방향성에 시대라는 시점을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몇 세기 신성로마제국을 알고 싶어 하는가? 시점이 빠진 신성로마제국이란 광의의 질문으로는 그 어떤 답도 끌어낼 수 없다. 신성로마제국은 영토도 제왕도 항상 시점에 따라 변화되었다. 황제권을 교황의 임명에서 선출로 바꾸면서도 자신의 권위를 공고히 함으로써 중세시대 유럽의 결속력을 표면적으로나마 유지시켰다. 이와 같은 신기루이기에 더욱더 신성로마제국의 관을 쓰고 싶어 했는지 모르겠다. 

'절대권력의 반지처럼 독수리 문장과 깃발을'  


신성로마제국 깃발을 보불전쟁(1870. 7 ~ 1871. 1) 당시 나폴레옹에게 주기 싫었던 합스부르크는 신성로마제국을 스스로 해체를 명하고 유럽대륙에 신성로마제국의 독수리 문장으로 시청과 성, 성당에 내외벽을 장식하고 많은 디자이너의 상상을 자극하는 상징으로 남겨뒀다. 통치 이념으로 신성처럼 향기 나는 것이 또 있겠냐만은 그것이 지금은 무엇으로 우리의 앞에 남아 있는지 생각해 볼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럽에 자동차는 타이어를 자주교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