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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omad Jul 11. 2024

푸른 목초지 붉은 피




[QR]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OST. The Beauty Of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몰블랑 융프라우 필라투스 티틀리스...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천혜의 관광자원인 맑은 물 맑은 공기 웅장한 알프스 낙농국가 정확한 시계처럼 움직이는 친절한 국민 정밀기계 등의 이미지와 국토의 80%가 알프스 산악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알프스 그 자체인 스위스. 


인간이 만든 아무리 훌륭한 건축물과 시스템도 신의 창조물 앞에서는 작아도 너무 작아 감히 비교하기에 송구스럽다. 1000여 개가 넘는 호수를 보유하고 4000미터 이상의 산맥 봉우리가 있기에 호수의 해발고도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림처럼 아름다운'이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나라이다. 호수 높이의 차이가 자연 낙차를 발생시켜 곳곳에 크고 작은 수력발전소가 있다. 근면하게 일하고 성실하게 미래를 대비하는 민족이다 보니 GNP GDP 복지 수준 실업률 등 기타 경제지표에서도 단연코 최고 수준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복 받은 나라다. 그림같이 아름답고 세계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스위스가 오늘이 있기까지를 살펴보자. 21세기 버전으로 그들을 보지 말고 200여 년 전의 나폴레옹 시절로만이라도 뒤돌려보자. 이탈리아를 침공하려고 포병부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으며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고 외친다.

지금처럼 포장도로도 산맥을 뚫고 있는 17.8km(샤모니에서 밀라노 방향) 터널도 없었다. 연중 3개월은 폭설이고 3개월은 그 폭설이 오기전과 후의 기후로 나뉜다. 토끼 한 마리 잡기에도 벅찬 날씨가 연중 절반이다. 


그들은 눈 덮인 산속에서 바바리안(야만인)이라 불리며 지금껏 그 땅을 지키며 호전적인 민족성으로 거친 자연환경 앞에서 묵묵히 그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바바리안들의 주 수입원은 용병이었다. 백년전쟁 장미전쟁 등 많은 내전과 위그노당 숙청과 종교개혁 그 여파로 30년 전쟁과 기타 혁명 등의 중세 수많은 전쟁에는 용병 바바리안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1789년 파리 대혁명 당시 베르사유에서 죽어간 170여 명의 용병 또한 스위스인들이다. 십자가로 상징되는 스위스 깃발과 방패를 앞에 두고 튤립 왕가(부르봉 가문)의 방패를 죽어가면서까지 지켜내고 있는 용병 그 용병의 사자 조각상(빈사의 사자상 - 루체른)이 관광지 한복판에 새겨져 있다. 바스티유 감옥을 점령한 피를 보고서야 수만 명의 파리 시민혁명군 그들 앞에 루이 16세와 합스부르크 가문의 딸 마리앙투아네트 왕비를 지키려는 용별들의 의지는 결국 몰살이라는 결과로 역사 속에 기록된다. 아무리 용맹스럽고 잘 훈련받았다 하더라도 프랑스 시민군 숫자와 혁명이라 광기 앞에 내 나라 왕조도 아닌 남의 나라 왕조를 위해 그토록 철저히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고국 알프스 산속으로 돌아가도 척박한 환경에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죽어갈 수밖에 없는 혹독한 자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유럽사 여러 곳에 나타난다. 그래서 지금도 로마 교황청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은 스위스인들로 신의와 용맹성을 역사 속에서 인정하며 상징적인 방위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바바리안들의 땅 알프스 그곳에 볕이 들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과 시기를 같이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기존 가치관의 붕괴 사회적 혼란 정신적 일탈 막대한 자본과 발전 속에서 인류사에 처음으로 '환경'이란 단어가 등장하게 된다. 거대 자본가의 탄생과 그들 주변에서 단물을 빨아먹는 이들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좋은 공기 맑을 물을 찾게 된다. 런던 스모그는 템즈강의 안개가 아니다. 산업혁명 시기에 공장 굴뚝의 매연이 낮은 기압의 아래쪽으로 몰려 생기게 된 현상이다. 그들의 눈에 지금껏 홀로 버려져 있던 알프스가 보이게 된다. 남의 나라 용병 생활만이 주 수입원이었던 바바리안들에게 알프스 개발이란 큰 꿈을 갖게 된다. 목숨을 걸고 큰 꿈을 그리는 그들 앞에 알프스는 도전 가능한 정복 가능한 대상으로 다가선다. 아니 그들은 만들었다. 해발 3600m까지 철길을 뚫었다. 백 년 전에 나무를 베고 바위를 깨고 암벽을 뚫어 철길을 만들었다. 큰 꿈을 꾸었고 그들은 해냈다. 살기 위해 해낸 것이다. 그들이 이루어낸 것은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의 전망대가 아니라 바바리안들이 이번 세기에 살아갈 수 있는 터를 만든 것이다. 스위스의 푸른 목초지 그 어느 곳에도 그들의 피와 땀이 스며들어 있다. 스위스의 그림 같은 모습에서 반드시 큰 꿈과 붉은 피를 보기 바란다.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선 그들을 마음으로 존경하게 된다.   


샤모니 쪽에 브래망이란 곳을 올라가다가 그곳 역무원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신들은 신이 내린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도 살아간다는 대단한 자부심이 있다고... 어떤 상황에서는 그런 그들의 자부심과 전후좌우를 살피지 않는 융통성 없는 답답함 때문에 정말 머리가 아플 때도 있다. 어느 날(MONDAINE)이라는 유명한 일명 Rail Way 시계로 통하기도 하는 역마다 걸려있는 광고에 이런 문구가 있는 걸 봤다. 


'스위스에 얼마나 많은 기차역과 긴 레일이 깔려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터널과 긴 터널이 있는지

하지만 이 모든 곳에 자랑스럽게 자신들의 시계가 있고 그 시계의 대표적인 빨간색 긴 초침이 역무원들과 철도청 사람들의 오차 없는 정확함으로 당신의 안전을 오늘도 책임지게 하고 있다.'


부러움을 넘어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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