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연구년, 여수 미래교육박람회장에서
여수에 다녀왔다. 여수 밤바다로의 낭만 여행은 물론 아니다. 교사연구년의 모둠 선생님들과 함께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를 위해 시간을 냈다.
교사라면 교육박람회라니 가보고 싶은 것이 당연할 것이나 학교 근무 중이었다면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 마음 있으면 주말에라도 다녀오시죠 싶겠지만, 출근하는 교사에게 주말을 이용한 여수까지의 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주말에 쉬어야, 아주 푹 쉬어야 그 다음 주 일주일 분량의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므로.
다행히 출근하지 않는 연구년교사 신분이므로 여수까지 그것도 목요일 금요일이라는 평일에 다녀올 수 있었다.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는 전남교육청과 교육부·전남도·경북교육청이 공동 주최한 대규모의 국제적 행사했다.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 (kglocaledu.com) 5월 29일에 개막하여 6월 2일까지 5일간 열렸다. 우리 모둠 공동연구보고서의 키워드가 '글로컬'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꼭 박람회에 가보자 약속을 했었다.
여수엑스포역에서 내린 우리는 깜짝 놀랐다. 일단 역에서부터 사람들이 너무 많다. 큰 길만 건너면 엑스포 행사장이었는데 처음 와본 엑스포 행사장의 규모는 상상 외로 컸다. 그리고 그 넓은 공간을 오가는 대부분은 학생들이었다. 인근 학교들이 체험학습 겸 방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들까지 정말 많은 학생들이 무더위 속에서도 행사 부스의 여기저기에서 한창 체험 중이었다.
인파 속에 허우적대면서 우리가 향한 곳은 글로컬 미래교실이었다. 사전 신청을 해야 했으나 너무 빨리 신청이 마감되어 우리는 모두 사전신청을 못했다. 다행히 현장에서도 입장권을 받을 수 있었다.
박람회 홈페이지에서 이런 교실 사진을 보면서 저 공간에서 어떤 수업이 펼쳐질지 아주아주 궁금했다.
수업이 시작되면 환경 통합센서가 작동하면서 교실은 집중력을 강화시키는 쿨톤으로 변한다고 한다. 실내 공기질을 센서가 파악하여 공기청정기와 에어컨도 가동된다 하고.
나는 중등교실로 향했다. 일본어 수업과 수학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학 교실에서는 전자칠판을 활용해 교사가 수업을 하고 교사의 칠판은 학생들 앞에 놓인 개인별 태블릿에도 비춰지고 있었다. 일본어 수업은 일본의 학교와 줌으로 연결된 채 국경을 넘은 수업이 진행 중이다. 평일에 이곳의 교실로 초청되어 온 학생들은 모두 모범생인 것인지, 유리벽 너머 수많은 청중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초집중하며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교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어폰을 끼면 교실 안 교사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었다. 수학을 전혀 모르는 나는 귀로 들리는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생각은 다른 곳으로 흐른다.
교실에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지닌 아이들이 14명 내외 앉아 있다. 교실 안에 교사는 두 명이다. 엄청 멋있어 보이는 대형 전자 칠판이 없다 해도 이런 교실 상황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 싶다. 설령 학생 중에 공부 안 하는 말썽꾸러기가 몇 명 있대도 물 흐르듯 수업이 진행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학생 중에 기초 학력이 매우 떨어지는 학생이 있다 해도 개별 지도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교실 안 학생 수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 요즘 나의 머릿속에는 연구 주제인 기초학력미달 학생에 대한 지원 방법에 대한 고민이 그득그득하다. 글로컬 미래교실이라는 저 부스 안 교실처럼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는 기초학력 보장도 완전 다 해결될 것만 같다. 삼각함수가 무엇인지 몰라 교사의 열띤 수업 내용에 집중할 수 없던 나는 수업을 보는 내내 학급당 학생 수 생각만 했다.
수업을 다 보고 나온 후 연구년 모둠 선생님들도 비슷한 이야기들을 하셨다. 좋은 수업, 의미 있는 수업을 하는 것과 기기들은 별개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살필 수 있는 여유만 교사들에게 주어진다면 아이들을 잘 키워낼 수 있다. 아이들 목소리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다.
좁은 교실에 삼십여 명의 덩치가 산만한 아이들이 모여있는 우리 학교를 생각했다. 그 교실에 저런 다양한 기기들이 들어온다면(이미 인간으로 꽉 찬 교실은 오늘 박람회에서 보았던 편안한 교실 의자 하나 놓을 공간조차 없지만) 금세 전자칠판을 비롯한 기기들에 문제가 생기겠지. 수많은 아이들이 "샘, 이거 안 돼요. 이거 어떻게 해요? 샘 얘 이거로 장난쳐요. 샘 제 거 망가졌어요! 안 된다고요! 아 쌤~~왜 내 말만 씹어요!!" 소리를 치겠지. 교사는 애들의 부름에 따라다니다 수업은 엉망진창이 될 것이고. 교사들조차도 기기가 말을 안 들으면 그거 손보다가 시간이 다 갈 것이다. 학교의 정보부장 선생님은 교실마다 뛰어다니느라 본인 수업은 하지도 못할 테지. 그림이 그려진다.
열서너 명의 학생들이 쾌적하게 교실에 앉아 있고 그 교실에 교사가 두 명 들어간다. 협력 수업이 이루어진다. (아니 교사 한 명이어도 만족하겠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고, 수업은 눈부시게 아름다울 것이다. 아이들은 배움이 이런 거구나 싶을 테고 교사는 교사 된 것이 행복하겠지.
그런 달콤한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