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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라 Dec 15. 2023

5월의 신부가 되었다

독립을 했다는 즐거움과 불안함

이천십칠 년 오월 이십칠 일 내 인생의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천십칠 년 전의 모습은 결혼을 못하고 있는 이상한 노처녀였다. 항상 생각했다. 나는 왜 결혼을 못하고 있나. 나는 왜 이상한 사람일까.


그 질문에 답할 수가 없었다. 답 할 만큼의 지식도 없었고 해결할 만한 능력 또한 없었다.


온전한 사랑을 듬뿍 받고 싶은 상대인 고은은 나에게 사랑보다는 질책을 하는 모양새였다. 고은은 나의 엄마이다. 그때의 고은은 결혼을 안 하고 있는 아니 못하고 있는 딸을 바라보며


“내가 모임에 갔는데 창피해서 이젠 모임을 못 가겠어. 다들 네 딸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해. 난 내 딸이 문제가 없다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너 문제 있는 것 같아.”


그런 말들이 나에게 고민을 가져다주었다. 이상한 나, 문제 있는 나.

어리석고 무지한 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주와 타로점에 의지하며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기도 했다.


위로를 받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며 방황하는 시간은 길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알고 지내던 남자사람 친구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내가 너의 사주를 봤어. 부모복이 없대.  그리고 남자가 없대. 그런데 자식은 있대."

아니 무슨 이런 황당한 소리가 있나 싶었다. 화도 났다. 왜 나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말들을 쏟는 걸까.


친구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 그 사람이 누구야? 나랑 만나게 해 줘. 그리고 남자가 없는데 어떻게 자식이 있어.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렇게 말한 사람과 만나야겠어. 만나는 것이 어렵다면 통화라도 할 수 있게 해 줘."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말들을 나에게 늘어놓는 것인지 불안하고 무서웠다.


그 뒤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내 사주를 봐줬다는 그분과 통화 연결이 되었다.


" 사람은 변하기 힘들어요. 지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상황에서 친구분의 생활은 달라지지 않겠죠. 엄마를 버릴 수 있겠어요. 변하지 않는 다면 그냥 그렇게 지금 모습 그대로 살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던 거예요."


우와 한방 아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그 시절 고은에 칼 같은 말들에 여기저기 찢기고 상처받아 힘든 심정을 남자사람 친구에게 늘어놓듯 하소연을 했었다.

그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그런 그가 친하게 지내던 사주 보는 사장님에게 내 이야기들을 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들었던 사주의 이야기를 앞 뒤 잘라먹고 팩트만 나에게 전달한 것이다.


사주사장님의 말을 듣고 난 후 고민의 각도가 달라졌다.


질문을 던져 본다.


"너는 혼자 평생 살 수 있어?"


늙고 힘없는 내가 혼자 살고 있는 것을 상상해 보니 끔찍했다. 싫었다.

나는 외로움도 많고 무서움도 많다. 세상을 혼자 살고 싶지 않았다. 진심으로 결혼하고 싶었다.


변하지 않으면 평생 혼자 살아야 한다를 되뇌어 보며 의욕 없는 나를 직시했다.


퇴근 후 지쳐 쓰러져 있는 나에게 의욕을 불어넣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고 근본적인 생각과 목표 방향을 변화시켰다.  똑바로 바라보려 했다.


  원하는 남편상은 착하고 직업 좋고 키도 크고 돈 많고 학벌 좋고 나를 사랑해 주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준들로 가득했었다. 그렇게 해서는 평생 혼자 살아야 한다.


  나의 신념은 곧 고은의 신념이었다. 그것은 가짜 신념이었고 나에겐 진짜가 필요했다.


내가 원하는 미래의 삶은 무엇일까 상상해 본다.


안정감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편안함이 중심이 되어야 했고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동호회를 찾아 들어갔다.


그곳은 등산 동호회였다.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좋을 것 같았다.


  만남을 떠나 첫 산을 올라갔을 때의 기분은 참 상쾌했었다. 비박이라는 것도 처음, 어두 컴컴한 새벽 앞이 보이지 않는 산에 플래시를 들고 올라가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집을 떠나 산속에서 텐트를 치고 잔다는 것과 새벽 버스를 타고 산행을 떠나는 새로운 경험들이 불편하면서도 계속하게 되는 희한한 느낌을 받았다.


  경험에 대한 만족도는 상이었지만 짝을 만나기 위한 만족도는 하였다. 이미 형성되어 있는 그룹들이 많았고 친분이 두터워 보였다. 그 사이에서 낯가림이 시작되었다.


어색한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니 해결이 되었다. 한 번 두 번 같은 사람들을 여러 번 보다 보니 팀이 생겼고 그 팀에 묻어가며 조화로워지고 있었다. 그러며 참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마음씨 곱고 천사 같은 남자. 크큭...


그렇게 내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 갔고 정리한 덕에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마음이 넓고 안정되어 있다. 보채는 것도 없고 묵묵하다. 감정의 요동이 없는 그런 사람이 있어 좋기도 싫기도 슬프기도 한 나날들을 보내며 즐거워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이천십칠 년 오월의 신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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