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 그것도 영어로.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온통 자기 계발 전문가들의 영상이 가득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계발에서 중요한 것들을 알려주는데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 중의 하나가 글쓰기이다.
단순히 계획을 간단하게 적는 것부터, 긍정 확언처럼 자신의 꿈을 이미지 트레이닝 시키는 것, 하루 중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서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쭉쭉 써나가는 모닝페이지, 일기로 하루를 돌아보는 것,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발행하는 글까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왜일까.
나는 지난해 4월부터 매일 꾸준히 영어로 일기를 썼다. 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숙제로 시작된 것이었는데, 마침 딱 내가 원하던 바여서 열정적인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한글이던 영어던 간데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들여다봐야 하고 자신과의 대화를 멈출 수가 없다. 솔직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부끄러운 민낯까지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이 삶에 충실한 자세를 가지게 되고 나아가 자신을 더 성장시키게 된다고 생각한다.
일기를 매일 쓰면서 가장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글쓰기의 실력 향상이 아니다. 꾸준함과 습관이 나에게도 생겼다는 것이다. 나의 하루를 더 돌아보고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중 소중하게 여겨지는 순간을 얼마큼 가지고 있을까?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사소하게 흘러가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을까? 가족과 즐거웠던 시간, 친구와 맛있는 한 끼를 먹으며 행복했던 순간을 일기로 쓰면서 흘러가는 순간을 잠시나마 꼭 붙잡고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는 행위가 글을 쓰는 것 아닐까. 화가 나고 슬프고 괴로운 마음이 생기면 글을 쓰면서 나의 감정을 분출시키고 그다음 단계에 내가 무얼 하는 것이 현명할지 생각하는 것도 글쓰기를 통해 할 수 있다.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누구의 조언도 내 결정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삶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마다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나를 성장시키는 능력을 글쓰기를 통해 얻는 것 같다.
그리고 매일 썼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날로부터 1년 동안 주 5회 이상 일기를 썼다. 이 사실 자체가 나에게 큰 자신감을 주고, 꾸준히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영어공부를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1년 동안 주도적으로 한 적이 있던가. 고3 때도 이렇게는 안 했다. 일기를 더 잘 쓰고 싶어서 원서를 읽고, 더 다양한 소재로 일기를 쓰고 싶어서 책을 읽고 강의를 들었다.
일기를 매일 쓴다는 것은 결국 매일 나의 삶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것도 내가 잘하고 싶은 영어로 실력도 키우게 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매일 1년 동안 해왔다는 나의 꾸준함을 칭찬해주고 싶다. 생각나는 말들을 영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이 나를 괴롭게 만들기도 했지만, 나의 일기를 누군가가 평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계속할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일기를 써서 학원 공유 사이트에 업로드를 하면, 같은 반 수강생들이 나의 일기를 읽고 응원과 공감의 메시지를 남겨준다. 부정적인 코멘트는 절대 없다. 그런 긍정적인 피드백이 반복되면서 일기를 더 열심히 쓰고 싶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일기가 점점 길어지기도 했지만, 그러한 과정은 확실히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누군가의 응원과 격려는 생각보다 에너지가 강력하다. 나를 움직이게 만들기도 하고, 나를 춤추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이 들도록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람이 되고 싶게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기를 쓰면서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선한 영향력이 미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