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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Feb 20. 2024

드디어 덕질을 시작했다.

인생 2막 버킷리스트- 영어 원서 읽기 프로젝트

드디어 나도 덕질을 시작했다. 덕질을 시작하기 위해 1년을 달려왔다. 영어  원서로 고전 읽기가 목표다. 최종 목표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영어 원서로 읽기다. 이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 중이다. 그 과정에 덕질이 꼭 필요하다. 덕질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데 1년이 걸린 셈이다.


우리 아이들을 엄마표 영어로 키웠다. 그 과정에서 덕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나의 엄마표 영어가 성공한 이유는 내가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다. 아이들의 니즈와 영어를 연결한 것이 나만의 방법이었다. 마음껏 덕질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었다.


아기 때부터 영어 동화책으로 컸다. 자막을 뺀 영화를 보고 자랐다. 하지만 둘 다 영어는 한마디도 못했다. 주변 엄마들에게  뒷소리도 많이 들었다. 엄마가 극성떨어봤자 전혀 효과도 없었으니 당연했다. 그래도 꿋꿋이 아이들에게 영어를 들이붓기만 했다. 결과는 두 아이 다 우리말과 간극이 없는 영어를 한다. 대학 들어가면서 번역을 했다. 큰 아이는 졸업 전에 번역서를 출간했다. 둘째는 우리말을 영어로 번역하는 전문번역가다. 영어회화 학원 문턱에도 가 본 적 없다. 우리말 하듯 영어를 한다.


나는 하이에나였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만한 것들을 찾아 콘텐츠의 세계를 헤매고 다녔다.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뭐가 됐든 마음껏 해 보게 했다. 그때는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줄 수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영어 원서도 요즘처럼 원하는 대로 구하기도 어려웠다. 최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들을 찾아다녔다. 일단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면 성공이었다.


 그 긴 시간 b와 d도 구별 못하던 아이들이었다. 영어라고는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당연히 한마디도 못했다. 영어로 덕질을 시작하며 영어가 터지기 시작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영어라는 수단을 쓸 뿐이었다. 덕질 덕분에 중고등학교 때 영어 공부는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큰아이는 영국 BBC드라마 '닥터 후' 덕후였다. 중 고등학교 시절을 '닥터 후'로 살았다. 대학 들어가서도 2학년 때까지 '닥터 후'였다. 3학년이 되면서 전공을 3개를 하다 보니 시간 부족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닥터 후'에 연결된 콘텐츠는 다 찾아다녔다. 유럽 배낭여행을 가서 '닥터 후' 촬영장까지 다녀왔다. 고등학교 때까지 원서는 고전을 많이 읽었다. 책이든 '닥터 후'에 관계된 것이든 최선을 다해 채워 주었다.


둘째는 책으로 덕질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퍼시 잭슨'으로 유명한 '릭 리오르단' 덕후다. '릭 리오르단'의 책들은 다 읽었다. 성인인 지금도 '릭 리오르단'에 대한 덕질은 진행 중이다. 미드인 WAREHOUSE와 BIG BANG THEORY의 덕후이기도 하다. 요즘은 프랑스어를 공부한다. 당연히 덕질을 한다. 기욤 뮈소의 덕후다.


영어 원서 읽기를 시작하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했던 방법을 따라가고 있다. 영어동화책에서 시작했다.  덕질을 할 정도의 reading 실력을 만들어 왔다. 이제 드디어 덕질을 할 수 있다.  덕질을 통해 영어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덕질을 할 것은 이미 정해 놓았었다. 딸아이처럼 '릭 리오르단'의 덕후가 되기로 했다.


OZ collection을 5개 읽었다. 재미는 있지만 더 이상 크게 흥미가 끌리지 않았다. 계속 덕질을 할 만큼 책이 많지도 않다. 딸아이가 릭 리오르단의 책들을 추천했다. 먼저 읽어보라고 한 RED PYRAMID를 읽고 있다. 너무 재밌다.

좋아하는 신화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내 취향이다. 아이들 책이다.  두께도 문장도 만만치 않다. 스토리가 재밌다 보니 영어 문장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다. 모든 문장을 정확하게 이해는 못한다. 그래도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문제는 없다.


딸아이 말로는 릭 리오르단의 책을 덕질을 하며 영어의 세계가 열렸다고 한다. 자라는 과정을 수년간 지켜본 엄마에게도 그렇게 보인다. 이제 나에게도 영어의 세계가 열리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한다. 설렌다. 아이들이 말하는 원서의 맛을 볼 날이 다가온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알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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