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망 Oct 28. 2024

엄마의 시 쓰기

사진을 보고 시를 쓰다

엄마의 글을 다듬어서

시라는 모양을 갖추고

인스타에 올리는 작업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오는 대로

마구 써놓은 글을 사진

기반인 인스타에 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인의 조언대로 사진을

먼저 엄마에게 보여 주고

이야기를 나눈 뒤

글을 써 보게 하는

방법을 해 보기로 했다.


매주 엄마에게 갈 때마다

4장의 사진을 엄마에게

보여 주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엄마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전혀

감을 못 잡으셨다.


보여드린 사진 중에

예쁜 카페의 테이블을

찍은 사진이 있었다.

나라면 이 테이블에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시작하겠다.

보고 싶었다든지,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면

용서하고 싶었다든지.

아니면 함께 옛 추억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쓰겠다고.


사진 4장을 모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고, 엄마가 그

사진을 보며 드는 생각들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첫날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꽤 걸렸었는데

두 번째 주부터는 따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엄마는

빠른 속도로 적응을

하셨다.


나는 나대로 엄마가

글을 쓰기에 좋은 사진을

만들어야 했었다.

무언가 글감이 될 만한

것들이 있으면 무조건

찍어 놓고 내가 먼저

대충 글을 구상해 보고

엄마에게 사진을 드렸다.


엄마와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글을 사진과

함께 인스타에 올렸다.

인스타에 올리고 캡처를

해서 엄마에게 보내 드리면

여전히 엄마의 반응은

'뭐 같다야!'였다.


엄마가 사진을 보고

글을 쓰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엄마의

글도 시의 모양을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내가 따로 다듬지 않고

그냥 인스타에 올리는

글들이 점점 많아졌다.


엄마의 얼굴이 밝아져 갔다.

엄마 스스로 더 이상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