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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Y May 14. 2024

클림트, 실레, 훈데르트바서를 찾아가다-7~8

-홀로 여행

7.14(일) 쨍하다 구름 조금. 여행자에게는 비 오는 날이 번거롭다. 좋은 날씨가 고맙다.

청명한 아침.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오후에는 비가 왔다;;
훈데르트바서 뮤지엄인 쿤스트하우스 빈 가는 길.
훈데르트바서
뮤지엄 앞. 벌써부터 구불구불한 느낌?
뮤지엄 입구. 색깔이 색깔이 ㅋㅋㅋㅋ
티켓이 예뻐 한 장. 오디오가이드도 있다.
곡선 계단. 근데 계단 옆 바는 직선인데? ㅋ. 딴죽 치지 말자.
예쁜 타일.
훈데르트바서에 대한 이야기. 왼쪽의 거의 누운 분이 바로 그분이다.
그림도 그렸다. 근데 건축에 비해 그림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뮤지엄 카페. 시간이 있었으면 놀다 가는 건데.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았어;;

쿤스트하우스 빈이라는 훈데르바서뮤지엄과 훈데르트바서하우스. 

훈데르트바서는 유대인. 본명은 프리드리히 스토바서(Friedrich Stowawwer)다. 빈에서 태어났다. 1928년생으로, 유대인 동년배들이 그랬듯이 전쟁으로 많은 죽음을 경험했다. 이에 따라 평화에 대한 의지와 신념이 확고해졌다. 예술가이자 건축가였으며, 색다른 디자인과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또 열렬한 환경운동가였으며 인간과 자연은 조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신념을 작품들에서 가시화했다.

나선형, 불규칙한 선, 자연의 모티프, 대담한 색깔, 유기적인 형태 등이 그의 특징이라고 할까? 이 같은 요소들이 그림이나 디자인에 넘치게 구현돼 있다. 

그가 만든 빈 훈데르바서하우스, 독일 다름슈타트의 발트스피랄(Waldspirale) 등에서는 물결치는 선, 불규칙한 모양, 풍부한 녹지를 볼 수 있다. 특이하게도 그는 '나무임차인' 제도를 만들어 입주민이 발코니에 나무를 심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식물을 포함해 풍성한 자연을 소유(?)할 수 있게 했다. 

환경주의자이기도 했던 그는 환경 보존과 지속 가능성을 옹호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원했던 그는 말년에 거의 벗고 살았던 듯하다. 훈데르바서하우스의 비디오에서 본 바에 따르면. 그는 인간을 보호하는 5개의 층이 있는데 진짜 피부, 의복, 집, 사회, 지구(환경)이라고 주장한다. 아직은 생경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어슴푸레 알 것 같기도 하다. 

여러 번 이름을 바꾸기도 한 그는 20세에 본명인 스토바서를 훈데르트바서로 개명한다. 러시아어와 슬로바키아어로 스토(Sto)가 숫자 '100(Hundert)'를 뜻한다는 것을 알고 본인의 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이다. 이후 작품에 Huwa, 100, 물결선 세 개로 만들어진 서명을 남긴다. 훗날 장인들의 목판화, 목각과 우표, 그림 등에 꽂혀 일본에서 지낼 때 표기 가능한 일어식 이름을 찾은 끝에 프리데라이히(Friedereich)를 추가한다. 평화를 뜻하는 프리데(Friede)와 풍요를 뜻하는 라이히(reich)가 합쳐진 것이라고. 이후 다시 프리데라이히를 프리덴스라이히(Friedensreich)로 바꾼다. 

훈데르트바서뮤지엄은 그의 열망을 가시화한 곳. 구불구불한 계단과 강렬한 색채, 군데군데 걸려 있는 그의 그림과 생전의 비디오 등을 보며 그의 생각에 잠시 스며들어본다.

이곳 카페로 나가면 바로 시티버스 블루라인 타는 곳. 당시에는 몰랐고 나중에 시티버스 탄 뒤에 알았다. 

뮤지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훈데르트바서하우스. 일맥상통 콘셉트?
하우스 입구. 동그랗다.
그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창문. 
햇빛, 나무와 어우러진 하우스. 이것들이 함께여야 훈데르트하우스인걸.
당 떨어져 사먹은 망고,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버스 타고 오는 길에 훈데르트바서의 두 번째 개조 건물인 슈피텔라우 쓰레기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소를 스쳤다. 그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지시는지?

훈데르트바서뮤지엄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 훈데르트바서하우스. 이 동네 사람들은 좀 피곤하겠다. 뮤지엄과 비슷한 느낌의 주거지다. 사람이 많아지자 기가 빨린 여행자는 망고와 피스타치오 젤라토를 먹다. 망고는 맛났고, 피스타치오는 그냥저냥. 2.5유로. 여기에서도 훈데르트바서가 뭘 얘기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필름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는 라트하우스. 이곳 시청사 앞 광장에서는 1년 내내 여러 행사가 열린다.
건물 자체로도 아름다운 곳.
스시와 교자, 사케를 파는 부스도 있다.
깔라마리가 먹고 싶었지만...홀로여행은 먹사치가 좀 어렵다;;

이제 호프부르크궁으로 가자. 우연히 만난 라트하우스 필름페스티벌이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잘 모르기도 하고 거친 사람들 눈에 띄어 좀 위험한 듯해서 pass. 중식, 일식, 멕시칸 등등 먹을 것도 천지다. 깔라마리 먹고싶다;; 

1번 트램 타고 또 헷갈려 mq까지 와버렸다. 구글링 후 u반 타고 한 정거장(테레지아광장 앞쪽이 호프부르크궁, 즉 mq-테레지아-호프부르크궁 뭐 이렇다). 길 건넜으면 될 일이었다. 여행자는 가끔 여러 이유로 이성을 잃는다. 그리고 그때마다 구글이 여행자를 구해준다. 

mq에서 칫솔꽂이와 엽서 사다. 11.6유로(9.9+1.70).

호프부르크궁 광장. 큰 감흥은 없었다.
궁 안의 그릇들. 어마무시;;
정갈하지만 규모는 어마무시 2;;

호프부르크궁은 씨씨를 내세워 엄청 어필 중. 도자기, 커트러리, 은식기 등등. 이 화려함의 반동이 마르크스 사상이었을까? 극한의 사치를 부렸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씨씨는 우리에게 뮤지컬 '엘리자벳', 영화 '코르사주', 넷플릭스 드라마 '엘리자베트'로 알려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제 요제프 1세의 황후다. 당시 엄청난 미인으로 소문난 여인이다. 엄격했던 요제프 1세, 넘사벽 시어머니 조피 대공비와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다 남편의 외도 이후 여러 나라를 떠돌며 자유롭게 산다. 황제가 될 것으로 믿었던 아들 루돌프 황태자가 자살한 뒤 씨씨는 딸 발레리와 함께 많은 곳을 돌아다녔으며, 스위스 제네바에서 아나키스트 루이지 루케니에게 칼에 찔려 살해당한다. 참 파란만장, 자유분방한 여인이었다. 촬영 금지라 그의 사진을 찍지 못해 좀 아쉽다.

궁 안은 촬영 금지라 씨씨 관련 사진은 없다. 뒤져보니 나온 2010년 퓌센 방문 중 찍은 로트비히 2세 사진. 연관은 그리 크지 않지만, 뭐라도 하려고;;

뮌헨 근처 퓌센의 일명 '백조의 성'인 노이슈반슈타인성에도 씨씨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이곳에서 사촌인 '미치광이 왕'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와 즐거운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그 중 씨씨의 운동기구가 흥미로웠다. 목숨 걸고 미모 가꾸고, 특히 머리 손질에 엄청 신경쓴 듯하다. 그림이나 사진에서 풍성한 머리가 돋보인다. 다이어트도 당연히 열심히 해 허리가 21인치였단다.

그린칭은 고즈넉하고 푸근하다.
이곳이그린칭임을 말해주는 와인병들.
프라터 놀이공원.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나와 유명하다. 입장료는 없는데 놀이기구는 돈 내고 타야 한다. 현금만 받는다고 돼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프라터 근처에 오니 하늘이 갑자기 흐려진다. 이후 비가 왔다는...

이제 끝! mq에서 레드라인-그린라인 갈아타고 그린칭으로 간다. 예쁜 동네. 동행이 있다면 이곳에서 묵으며 와인 마시고 놀아도 좋았을 듯하다. 홀로 여행의 치명적인 단점은 먹사치(?)를 못한다는 것. 조금은 아쉬웠지만 어쩌랴? 38번(?) 버스 타고 산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다. 차만 타면 비가 오네;; 이번에는 제법 격렬하다. 그린-레드-블루라인 중 블루라인 코스가 마음에 든다. 다뉴브투어도 할 수 있다. 일단 작지만 물이 있으니 좋고, 프라터를 지나면 현대의 빈을 볼 수도 있다. 복합센터도 있고, 타워도 있고, 크고 아름다운 교회도 지난다. 프라터 us에서 하차. billa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사람도 너무 많고 역 앞이라 분위기도 험악하다. 동네의 푸근한 billa 분위기가 아니군. 내 뒤에 있던 할아버지 뭔가를 주머니에 넣고 가려다 걸린 듯하다. 경찰 출동! 약간 쫄았다. 꽁초 줍고 쓰레기통 뒤지는 잘생긴 청년. 프랑크푸르트역의 모델처럼 잘생긴 부랑자가 생각난다. 왜 그렇게 안타까웠는지 그때. 저 허우대에, 저 얼굴에 왜 벌써 마약에 취해 좀도둑질을 하고 사람을 때릴까? 참 세상은 알 수가 없다.

하리보 없어 초콜릿만 11개 사다. 33.69유로.

바로 앞 5b 타고 augustagasse u반 다음 정거장 하차. u반에서 내리는 게 나았을 수도 있겠다;; 

주차 때문에 작은 다툼이 벌어졌다. 앞 주거지 창문에는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ㅋ. 이제 쉬기로^^ 내일은 노이바우어 갔다가 귀국. 14:30 전에 숙소 출발해 공항서 택스리펀 받아야 한다. 짐 부치고 들어가 도장 받고 달러 수령한단다. 근데 왜 유로는 안 되는 거?     


7.15(월) 쨍한 날. 집으로 돌아가자. 여행이 아쉽기도 하고, 편안한 집이 그립기도 하다.

그동안의 먹거리를 책임져준 BILLA. 
숙소도 정리하고...
노이바우어가세에서 마지막 쇼핑을^^

일단 billa. 마너와 하리보를 사다. 선물이 필요하기에.

돌아와 1층 사무실 앞에 짐 맡기고 9:30쯤 출발. 1일권 8유로. 노이바우어로 간다. 일단 pylon에서 요즘 가르치는 다문화 아이들에게 줄 이어폰 갈비 2개 사려고 했으나 3개면 더 싸다는 말에 하나 더 사다. 칫솔장화 하늘색도 하나 하다.

자라도, 에스프리도 들렀으나 그닥. cos에 가보자. 와우^^ 반값세일. 코트와 블라우스, 윗도리 합쳐 123.50유로에 득템하다.

u3 타고 슈테판플라츠. 알베르티나 옆 핫도그 먹고 숙소로!

공항 가는 티켓.
텍스리펀도 했겠다. 이제 집에 가자.

프라터역에서 일일권 제시하고 1.80유로. 공항으로 가다. 택스리펀 받다. 택스리펀은 출국심사 후 d21게이트 직진-좌측 세관 스탬프-30미터 되돌아가면 왼쪽 주황색 exchange 창구에서 파운드 or 달러 수령 가능하다. 카드로 받아도 된다. 이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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