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과 전체 #1
1927년,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제시한 uncertainty principle은 양자역학에서의 기본적인 원리 중 하나로, 간단히 정리하면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모두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원리이다.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많은 과학자들이 uncertainty principle을 거부했다. 아인슈타인은 양자론에서 현상을 완벽하게 규정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결정 요소들을 아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의 말도 불확정성 원리의 진위 여부를 이야기하는 토론에서 나온 것이다. 완벽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입자를 관찰한다면 입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거라는 여러 과학자들의 주장이 있었지만, 결국 그들은 uncertainty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첫 번째, 모든 변수가 통제된 상황에서 아무리 정확하고 세심하게 입자를 관찰해도 우리는 입자의 상태에 대해서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다. 미시세계에서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원리는 거시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듯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uncertainty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uncertainty에서 시작된다. 미래에 대한 불안,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의 초조 등 부정적인 감정들은 uncertainty에서 생긴다. 우리를 괴롭게 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uncertainty에서 시작되지만, 우리는 그것을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목표는 uncertainty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uncertainty를 줄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힘든 일들을 미리 걱정하지 말자. 미래는 기본적으로 uncertain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때면, 나는 의식적으로 현재에 집중하려고 한다. 미래가 두렵다면 그걸 대비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내가 준비할 수 없다거나, 현재 상황에서 해결할 수 없다거나, 걱정해도 별다른 수가 없어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재빨리 흘려보내자. uncertainty는 필연적이다.
두 번째,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고의 토대를 포기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세기의 천재라고 불리는 아인슈타인 마저도 상대성이론을 제시하며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었지만, 고전역학을 포기하지 못하고 양자역학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심지어 훗날 양자역학이 물리학의 한 분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을 때도,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양자론이 한시적으로만 인정되는 가설일 뿐이지, 원자의 현상을 기술하는 최종적인 해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힘들다. 그리고 자신의 변화를 깨닫는 것도 힘들다. 모두가 삶의 과정에서 조금씩 변화하게 되고, 그 변화가 쌓여서 이전과는 다른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원래 모습과, 변화한 나의 모습과의 괴리는 자신을 힘들게 한다. 문제는 영원한 것은 절대 없다는 것이다. 변화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변화를 마주했을 때,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변화라면 받아들일 필요가 있고, 부정적인 변화라면 흘려보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에게 양자역학은 어떤 변화였을까?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고전역학에서 양자역학으로 학문의 새 영역을 열었다는 점에서 양자역학의 등장은 나름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커다란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우리와 무관하게 확고한 법칙으로 돌아가는 객관적인 물리학을 연구하는 데 삶을 바쳐왔다. 그는 자신이 발로 디디고 있는 단단한 바닥을 떠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는 이 변화가 긍정적이었을까, 부정적이었을까?
누군가를 평가하는 것은 꽤 재밌는 일이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은 그 평가가 완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본 타인은 그 사람의 수많은 모습 중 하나일 뿐이고, 내가 본 하나의 모습마저도 언젠가는 변화할 것이다. 한 시점에서의 평가는 그 시점에서의 평가로 남겨두어야 한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절대적이고 불변하다는 믿음으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변화는 필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