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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내 머리를 내가 쓰다듬어야 할 때.

by Kaelyn H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습니다.

쉽게 화를 잘 내는 성격이라거나, 해야 할 거절을 잘 하지 못한다든가 하는 것들이요. 제 경우엔 열등감인 것 같습니다. 남들 눈엔 잘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제 안에 도사리는 오래된 약점이지요. 열등감은 주로 타인과의 비교에서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예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누군가 새롭게 회사를 설립하고 본인이 주력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비록 매우 소기업이고 아직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단계도 아니라고 했지만, 그 분이 회사 소개서를 보여주었을 때 축하하면서도 동시에 위축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다른 이들은 자신의 길을 잘 개척하고 멋진 삶을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이뤄낸 게 뭐지? 따위의 자책과 부끄러움 같은 감정들이 뒤섞여있었겠지요.


이런 감정은 일상에서 심심치 않게 맞닥뜨리는 못난 것임을 모르지 않지만 방어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열등감 뿐만 아니라 거기서 재빠르게 벗어나지 못하는 낮은 자기 치유력도 문제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유사한 일이 죽을 때까지 저를 지배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다소 공포스럽습니다. 끝없이 못난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지요. 내려놓자고 해도, 결국 열등감은 스스로 느끼는 어떤 ‘결핍’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니, 그걸 채우거나 극복하기까지는 다소의 시간과 에너지가 듭니다. 단지 감정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회복할 수도 있습니다. 체념을 하거나, 망각을 하거나. 그러나,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면 또다시 열등감은 고개를 불쑥 내밀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여러 책이나 글들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방법론은 대개 비슷하였고, 간추려 저 나름대로의 프로세스를 세워보았습니다.

1.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기: 열등감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내가 그걸 느끼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2. 현재의 나를 직시하기: 진짜 부족한 점이 있는가. 아니면 단지 상대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된 것인가.

3. 미래 방향성 잡기: 부족하다면 어떻게 채울까. 아니면 현재에 만족하고 나만의 새로운 길을 찾을까.

4. 결정하면 즉시 실행하기: 될지 안될지는 나중에 따지고, 일단 부딪혀서 해보기


이쯤에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막상 큰 맘먹고 실행단계까지 밟았다 해도 결과가 별로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도 포기를 할 수도 있고, 부지불식 못난 감정들이 또 나를 공격할테지요. 그러나 그때마다 낙담하지 않을 멘탈을 부여잡고, 달라지려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고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자기평가 또한 중요하고요.

타인과의 비교 본능, 그로부터 발현되는 질투와 열등감은 그리 만만히 볼 감정이 아닙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쉽게 없어지지 않은, 인간 심리의 기저에 뿌리 박힌 원초적 감정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프로세를 세우고 몇 번의 실천으로 완전히 극복되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노력도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어차피 일상은 말 그대로 ‘루틴’일 뿐이고, 그걸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본인 외엔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 가끔 저는 스스로를 쓰다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조그만 성취에도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어’ ‘멋있었어’ 라고 해주는 거죠. 오글거리는 것 같아도 '자기 칭찬'은 생각보다 괜찮은 느낌입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분들이 있으시다면, 불필요한 비교나 혹독한 자기 평가에서 벗어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아직 완치는 안되었을 겁니다.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르니까요. 그러나, 조금씩 대항력을 길러 나가다 보면, 어느새 완전히 달라질 거라 믿습니다. 그런 믿음과 실천만이 우리의 삶을 어제보다 나은 내일로 이끌어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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