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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in Sep 22. 2021

홀로 얕은 곳이 아닌, 같이 깊은 곳으로

<스타이즈본> 우리가 노래하듯 살길

> 오디오로 듣기 

https://soundcloud.com/r481qk6ozcr2/20201008a-1

한바탕 휩쓸고 간 폭풍의 잔해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마지막 작품 
독백의 순간을 버티고야 비로소 
너는 예술이 되고 또 전설이 되었네.
너는 꼭 살아서 죽기 살기로 살아서 
내가 있었음을 음악 해줘. 

우리가 노래하듯이 살길.  

오늘은 악동뮤지션의 3번째 정규앨범, <항해>에 수록된 '물 만난 물고기' 라는 

노래로 오프닝을 열어봤습니다. 

음... '노래하듯이 살다.' 어떤 의미로 읽힐 수 있을까요? 

전 이 노래 가사가 오늘 소개할 영화의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떠나기 전에 하는 말 같이 들렸습니다. 


노래하듯이 살게 된 여자와, 노래하듯이 사는 법을 잃어버린 남자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모든 걸 가졌지만 꿈을 잃어버린 사람, 가진 건 없지만 꿈을 좇을 열정이 남아있는 사람. 

이 둘 중 꼭 한 가지를 선택해야한다면, 어느 쪽을 택하시겠어요? 

오늘 소개할 영화에서는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각각의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바로 2018년 개봉한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연출작 <스타 이즈 본> 입니다. 



레이디 가가가 출연했고, OST가 훌륭한 음악 영화로 유명하기도 하죠. 

사실 이 영화는 무려 4번째 리메이크 버전이라고 합니다. 

첫 제작이 1937년이니까, 영화계의 엄청난 고전 스토리인 셈이죠. 


네 번의 리메이크가 이뤄지는 동안 스토리와 설정의 변화도 컸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는 건, 이야기의 굵은 뼈대입니다. 


남자 주인공 잭슨은 재능이 뛰어난 뮤지션으로, 

한계점을 찍은 인기와 오래된 슬럼프로 인해 더 이상 무대에 서는 것이 즐겁지 않아 술과 마약에 중독되어 사는 삶을 계속합니다. 


우연히 들른 바에서 무대를 서는 여자 주인공 앨리를 마주하고 잊혀져 가던 예술적인 무언가에 스파크가 튀게 됩니다. 앨리는 가수가 될 재능이 충분했지만 외모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앨리의 자작곡을 들은 잭슨은 자신의 공연에 앨리를 참여시키며 단숨에 앨리를 스타의 위치로 끌어올립니다. 

행복한 순간은 짧게 지나가고, 

앨리는 대형 기획사가 원하는 대중 스타일로 변해만 가죠. 


동시에 잭슨의 약물과 알콜 중독 증세는 점차 심해져가는데요. 

스타로서 정상과 밑바닥이었던 잭슨과 앨리의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것입니다. 


사실, 간단히 보면 스타 이즈 본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원조격인 셈이죠. 


이런 비슷한 구조로 영화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던 1937년에는 영화배우를, 

뮤지컬 산업이 흥행했던 1957년에는 뮤지컬 배우를, 

대중음악의 시대가 시작한 1976년에는 가수를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는데요. 


이제, 앨리와 잭슨이 마주한 끝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 상황과 잘 맞는 가사를 가진 

매드클라운의 '용기 내지 마세요' 라는 노래를 함께 즐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울고 있는 그 사람 안아주지 마세요
잡아 주길 바라는 손잡지 마세요
돌아설 때 그 이름 부르지 마세요
제발 제발 용기 내지 마세요
보내야만 하는 사랑은
그렇게 떠나보내주세요

매드클라운-용기내지 마세요 (feat. 김영흠) 




"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느낄 때 " 


한 네티즌이 남긴 이 영화의 한 줄 평인데요. 

잭슨은 앨리에게 스타가 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줬죠. 이 영화는 점점 피폐해져 가는 잭슨과 비상하는 앨리의 극과 극을 보여주며 예상되었다는 듯, 비극으로 마무리됩니다. 


영화의 말미, 잭슨은 잃어가는 청력으로 음악을 포기하게 되고 

앨리에게 자신의 모든 생과 운을 다 쓰겠다고 다짐하지만, 고칠 수 없는 중독 증세는 앨리의 삶에 계속해서 피해만 주게 됩니다. 결국, 잭슨은 자살을 하고 맙니다. 


더 이상 앨리에게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닐까요? 




오프닝 때 언급한 가사를 한 번 다시 살펴볼까요? 

악동뮤지션의 '물만난 물고기'에서는 

"난 떠나지만 넌 죽기살기로 살아서 자기가 있었던 사실을 음악해달라" 라고 부탁합니다. 


잭슨은 그런 의미로 앨리를 떠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 이 영화의 포인트는 바로 마음을 울리는 OST입니다. 

OST들의 배치가 영화 스토리와 연관되어 있고 가사도 각자 주인공들의 감정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 OST인 Shallow. 한국에서도 많은 가수들이 커버해서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도 아실 것 같은데요. 

Shallow의 가사를 가만히 살펴보면, 


영화 초반의 밑바닥에 있던 앨리가 떠오르기도 하고, 

영화 후반부 바닥으로 가라 앉는 잭슨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쩌면 둘은 서로에게 구원이 아니었을까요? 


Shallow, 얕은 곳에서 서로에게 질문을 던졌던 사이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cooper
I'm fallin' 
난 추락하고 있어 
in the all the good times 
모든 좋은 시간들을 향해서 말이야 
i find myself longin' for change
그 좋은 시간들 속에서 난 오래토록 변화를 갈구했어 
and in the bad times i fear myself
그리고 그 나쁜 시간들 속에선 두려움에 떨고 있지 

gaga
tell me something boy 
나한테 말해줄래? 
aren't you tired  tryin' to fill that void? 
그 공허감을 채우느라 지친건 아닌지 말이야. 
or do you need more 
아니면 더 다른게 필요한 거니? 

i 'm off the deep end wathas i dive in 
난 깊은 곳으로 뛰어들거야 내가 낙하하는 것을 봐 
i 'll  never meet the ground crash through the surface now 
나는 바닥에 부딪히지 않을 거야. 그들이 우리를 해칠 수 없는 이 표면을 뚫고 나가 
we're far from the shallow now
우린 얖은 곳에서 멀어지고 있어. 


지금보니, 악동뮤지션의 '낙하'와도 흐름이 닮아 있다. 
얕은 곳에서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은 깊은 곳으로 함께 빠져보자는 물음. 나쁜 곳으로의 추락이 아닌 모르는 곳로의 낙하. 


가사를 보면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세계에서 행복한가요? 아님 무언가를 더 바라고 있나요?"

"헛된 걸 채우느라 지치진 않았나요?" 

"그렇게 힘들고 지키고 있는게 힘들지는 않나요?" 


이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며 더 이상 그 얕은 곳으로 추락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죠. 

좋은 시절에는 변화를 찾는 나 자신을 발견하지만, 나쁜 시기에는 나 스스로를 두려워한다는 가사도 마음이 찡해집니다. 


가사를 모르고 들어도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는 노래인데, 영화 스토리를 알고 들으니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에 열광하는 이유도, 


우리가 앨리 혹은 잭슨과 같이 얕은 곳으로 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또 게속해서 질문을 던지지만 답이 없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요? 




잭슨이 앨리를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얘기했어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내 식대로 들려줬는데 통한다는 건 특별한 재능이에요." 


그리고 대중적인 스타가 되고 난 후 앨리에겐 이렇게 말하죠. 


"진심을 노래하지 않으면 끝이야. 지금은 사람들이 당신 애길 듣겠지만 계속 그러진 않을거야. 내가 알아. 

사람들이 언제까지 당신 노래를 들어줄지 겁내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얘기를 해." 


생각해보면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단단하지 못한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어떤 얘기가 있는지에 따라 내 세계가 완전히 뒤바뀌곤 하니까요. 




"그녀가 너의 탈출구일지도 몰라. 겁낼 거 없어. 뭐랄까... 바다를 떠돌다 항구를 발견하는 거랑 똑같아." 


계속되는 슬럼프에 잭슨의 친구가 잭슨에게 해준 대사입니다. 


연출을 맡고 잭슨을 연구한 배우 브래들리 쿠퍼는 이 영화를 만들며 명성과 화려한 삶 아래 놓여있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을 탐구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화려한 삶 아래 놓인 그 누구라도, 어쩔 수 없이 사람은 나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 거죠. 옆에 어떤 사람이 나를 잡아주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영화 같습니다. 


사람이, 사람 없이 또,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도 언젠간 앨리와 잭슨처럼 누군가에게 삶의 영감을 주고, 

또 누군가에겐 삶의 힘을 받아가며 살아가겠죠. 


지금가지 <스타이즈 본>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숨in 입니다. '살롱 드 무비'는 작가가 2020년 하반기 오디오 팟캐스트로 제작했던 동명의 프로그램 '살롱 드 무비' 를 글 콘텐츠로 재편집해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영화를 소개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연관된 음악, 문학 등의 콘텐츠를 엮어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그럼, 햇빛이 가장 우리에게 가까운 여러분의 어느 시점. 언제나 당신의 옆에서 고요히 열리는 영화관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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