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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삶을 설계해보니, 나라는 브랜드가 보였다

하반기 셋업 챌린지의 첫 문답을 작성하며

by 단새

하반기를 맞아 내 삶을 조금 더 '나다운' 방향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무언가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고민과 감각들을 조용히 정돈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나다운 하반기 셋업 챌린지에 참여했다.


평소에도 자기탐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탐색을 혼자 글이나 메모로 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질문지에 답변해가며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방식이라 꽤 새로웠다.


문답지엔 생각보다 깊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인생에서 끝까지 탐구하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지금의 감정적 욕망은 어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겨났나요?”
“당신의 삶이 하나의 브랜드라면, 어떤 톤과 감각을 지닐까요?”


이런 질문을 주고받다 보니,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온 말들과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예민하고 조용하지만 생각 많은 사람, 정리된 공간에서 나만의 루틴을 가지고 몰입하고 싶어 하는 사람,
관계에서는 깊은 울림을 원하지만 거리를 지키고 싶은 사람.



또, 내가 한 답변을 ChatGPT에 제공된 프롬프트와 함께 넣어 답변을 받아볼 수 있었다.

나를 브랜드로 이미지화해달라던가 하는 그런 내용들이었다.




내가 브랜드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AI에 질문을 넣고 답변을 듣다 보니 어느 순간 깨닫는 부분이 있었다.
'아, 이게 바로 내가 평소 감지하고 살았던 감정의 결들이구나.'


예를 들어 "사소한 감정을 잊히지 않게 기록하는 감각 큐레이터", "감정을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전달하는 느린 뉴스레터", "정리된 데스크와 여백 있는 노트에서 시작되는 몰입형 루틴" 같은 키워드들이 브랜드의 언어로 설명되는데, 그게 너무 내 얘기 같았다.

뭐 사실 당연하다. 내가 나에대해 쓴 내용을 바탕으로 다변하는 거니까.

그렇다 해도, 내가 '브랜드가 된다면'이라는 상상이 전혀 낯설지 않을 만큼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하루 루틴을 구성해준 대목이었다.
나는 원래도 내 루틴을 꽤 정리하며 사는 편이다. 그래서 꿈꾸는 하루의 루틴에 대해 답할 때

평소 내가 가장 만족해하던 휴일의 루틴을 그대로 작성했다.

그러니 그 하루를 바탕으로 그걸 일과일상 모두에 녹여 실현 가능한 형태로 짜준 점이 인상 깊었다.


예를 들면, 너무 이르지 않은 아침에 일어나 30분 정도 뒹굴고, 물이나 차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집안일을 조금 하고 아점을 먹고, 오후에는 책상에 앉아 무리 없이 작업하거나

뭔가 생각이 복잡하거나 감성적인 날엔 그 감정을 글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기.
저녁에는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요리해 먹고, 혼자만의 맥주와 영상 감상으로 마무리하는 하루.


일부는 평소에도 해오던 일이지만, 여기에 스트레칭이나 산책처럼 작은 회복 요소들,
그리고 주 1~2회의 즉흥적인 외부 자극을 더해주는게 참 좋은 포인트다 싶었다.

예를 들어 친구와의 갑작스런 약속이나 새로운 장소 탐방 같은 그런 것.


'내가 예상 못 했던 방식으로 내 삶을 확장할 수 있겠구나' 싶었고,
이미 80점짜리였던 루틴이 나에게 꼭 맞는 맞춤 변주로 100점이 되는 느낌이었다.



브랜드화된 나의 모습은 더 흥미로웠다.
마치 누군가가 내 안에 들어와서 '당신의 삶은 이런 구조를 갖고 있어요' 하고 조용히 짚어주는 느낌.

‘충분히 조용한 사람들을 위한 회복 키트’, ‘감정을 말하지 않고 다루는 법 워크숍'

, ‘조용한 울림이 있는 뉴스레터 큐레이션’, ‘감정의 결로 기획하는 일상의 리듬 설계’.


이런 프로젝트나 콘텐츠 아이디어를 제시해주는데 이게 과장되거나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와 진짜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있으면 내가 참여하고 싶은데?”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물론 모든 내용이 완벽하진 않았다.
‘세상에 전하고 싶은 가치’나 ‘하고 싶은 프로젝트’ 같은 항목은 여전히 나에겐 막연하다.
그나마 떠오른 게 AI 윤리 관련 뉴스레터였는데, 그걸 예시로 언급했더니 챗지피티가 그 주제에 자꾸 꽂힌 건 좀 웃기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그 외에는 대부분 놀라울 만큼 나와 잘 맞는 답변이었다.
참, 늘 느끼지만 흩어진 생각과 감정 사이에서 패턴을 찾아 정리해주는 일은 GPT가 참 잘한다.




챌린지 이제 첫 회자를 위한 문답만 했지만, 이 문답 작성만으로도 새삼 느꼈다.
나는 내 일상을 꽤 잘 알고 있었고, 꽤 나답게 살고 있던 사람이었다.
다만 그걸 구조화해 말로 표현하고, 반복 가능한 리듬으로 정리하는 데에는 늘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셋업은 그런 내 일상에 이름을 붙여주고, 리듬을 만들어주고, 감각을 언어화해준 시간이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자기 규정이 아니라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라는 자기 수용에 가까운 확신.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꽤 단단한 기반이 될 것 같다.
하반기, 이를 구체화해서 '그래서 난 뭐 하며 살고 싶은데?'에 대한 선택의 기준을 바로세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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